아침하늘에 양떼가 나타났다.
서쪽 속리산 하늘엔 양떼가, 동쪽 승무산엔 뭉게구름이 가득하다.
산에서는 아침안개들이 너울너울 춤추고 있고.
어젯밤엔 다행히 고라니가 다녀가지 않은 듯, 마당밭 공밭과 고구마밭이 멀쩡하다.
요즘의 시골살이는 마을까지 들이닥치는 고라니 덕분에 사람 한 입, 벌레 한 입, 새 한 입사람 한 입, 벌레 한 입, 새 한 입, ‘콩세알’의 오래된 지혜에 ‘고라니 한 입’을 더해 ‘콩네알의 지혜’로 바뀌어야할 지경이다.
가만히 자세히 보니 층층잔대 꽃망울들은 모두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는데, 꽃봉우리들은 모두 아래로!
꽃봉우리 무게로 절로 아래로 향하게 되나보다. 자연의 지혜는 알면 알수록 새롭고 신비할 따름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거의 일년내내 샛노란 꽃을 피워내는 애기똥풀꽃, 생명력이 대단하다.
혹시나 싶어 자세히 살펴보는 비비추꽃,
부지런한 꿀벌이 벌써 화분모으기 ‘꽃일’을 하고 있고,
역시나! 아예 꽃잎에 구멍문까지 만들어 꽃방을 만들고 꽃잠을 자고 있는 풍뎅이가 보인다.
역시 자세히 오래 보아야 제대로 보이는 법인가 본다.
몸을 낮춰야 제대로 보이는 풀꽃 세상. 보일락말락 작은 풀벌레의 귀여운 모습을 보며 새삼 몸을 낮추는 지혜를 몸으로 익혀본다.
풀들의 지혜로움은 씨앗에서 시작된다? 수십이 아니라 수백 개는 족히 되어보이는 민들레홀씨꽃. 똑똑한 사람들이 ‘잡초’라 부르며 무시하는 풀들도 꽃 한송이에 엄청난 씨앗으로 흔히 말하는 ‘규모의 경제?’를 이미 오래전에 깨달았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듯 싶다.
아침 안개와 구름들이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는지 순식간에 하늘풍경이 변한다.
변화무쌍한 우리의 삶처럼.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는 게 세상의 진리이지만, 변화무쌍한 삶 속에서도 변하지 않게 지켜가야 할 소중한 것들이 참 많이 있는 것 같다.
스스로 지켜내지 않으면 변하고 사라질 것들이…마을회관 송사를 코앞에 두고나니 소중한 동네 이야기와 기억도 동네 역사로 지켜가야 할 소중한 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