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충돌. 새뮤얼 헌팅턴. p538
#추천사
“아는 것을 안다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앎(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공자
그러나 정작 중요한 문제는 지금까지 부각되지 않고 있던 경제외적 가치가 경제적 가치 대신 세계를 움직여 가는 화두가 될 수도 있지 않느냐 하는 점이다…사회과학은 경제적 가치를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경제외적 가치의 탐구는 주변부에 머물러 있다가 근년에애 비중을 키우기 시작했다. 1990년대 상황에서는 세계질저의 재편 전망 같은 포괄적 주제를 경제외적 가치에 입각해서 고찰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 주장을 학술적 연구의 결과인 이론이 아니라 새로운 연구 영역의 개척을 제안하는 하나의 가설로 보았다. 이 가설의 골자는 경제적 가치를 매체로 조직되어온 기존의 세계 질서와 달리 장래의 세계질서에는 경제외적 가치가 큰 몫을 맡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양혜왕이 맹자에게 “선생께서 천리를 멀다 않고 오셨으니 이 나라를 이롭게 할 방도를 가지신 것이겠지요”라고 할 때 맹자가 “임금께서는 왜 꼭 이로움利을 말씀하십니까. 어질음仁과 옳음義이 있을 따름입니다”라도 대답했다는 장면이다.
다른 대목에서 맹자에게 스승 子思가 정치의 궁극적 목적이 백성을 이롭게 하는 데 있으며 어질음과 옳음은 그 수단이라고 일러주는 장면이 있다. 그런데도 맹자가 양혜왕에게 왜 이로움을 말하지 말라고 했을까? 양혜왕이 말한 이익이 천하의 이익이 아닌 양나라의 이익이었기 때문이다. 사익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공익을 해칠 수 있다. 맹자는 양나라의 국익도 사익의 성격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한 것이다.
#들어가며
『문명의 충돌』은 영향력 있는 책. 이것은 현재 세계가 접하고 있는 혼돈의 의미를 재정의하고 점차 좁아져가는 세계의 새로운 복잡성을 해석하기 위한 새로운 어휘를 제공한다…이 시대의 세계가 접한 문제들을 폭넓게 이해할 때 필요한 본질적 안목을 제공하는 저서들 중 하나.
#저자의 말
사람들은 새롭게 태동하는 세계정치 구도에서 핵심적이고 가장 위험한 변수는 상이한 문명을 가진 집단들 사이의 갈등이 될 것이라는 나의 주장에 감동받고, 호기심을 느끼고, 분개하고, 위기감을 느끼고, 당혹스러워했다. 반응이야 판이했지만 나의 논문은 모든 문명권 사람들의 예민한 부분을 건드렸다.
문제를 제기하는 건설적 방법의 하나는 가설을 세우는 일이다. 나의 논문은 그런 가설을 세우려는 의도로 쓰였으며 그래서 제목에 물음표를 달았지만, 그 물음표는 무시되었다.
논문에서 다룬 주제들은 문명의 개념, 보편 문명의 문제, 권력과 문화의 관계, 문명 사이의 세력균형 변화, 비서구 사회에서 나타나는 문화적 자각, 문명의 정치구조, 서구 문명의 보편성이 야기하는 갈등과 이슬람의 호전성 및 중국의 자기주장, 중국의 부상을 바라보는 상이한 시간, 단층선 전쟁의 원인과 역학관계, 서구와 문명 세계의 미래 등이었다…그리고 이 책의 제목과 마지막 문장에 논문에서 빠뜨린 또 하나의 중요한 주제가 집약되어 있다. “문명과 문명의 충돌은 세계평화에 가장 큰 위협이 되며, 문명에 바탕을 둔 국제질서만이 세계대전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어 수단이다.”
#문명들의 세계
“진정한 적수가 없으면 진정한 동지도 없다. 우리 아닌 것을 미워하지 않는다면 우리 것을 사랑할 수 없다. 이것은 100년이 넘도록 지속되어온 감상적이고 위선적인 표어가 물러간 자리에서 우리가 고통스럽게 다시 발견하고 있는 뿌리 깊은 진리다…”
세계정치가 다극화, 다문명화되었다. 경제와 사회의 현대화는 의미를 지닌 보편 문명을 낳지 못하고 비서구 사회를 서구화하는 데도 실패했다.
서구의 생존은 미국이 자신의 서구적 정체성을 재인식하고 자기 문명을 보편이 아닌 특수한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비서구 사회로부터 오는 위협에 맞서 힘을 합쳐 자신의 문명을 혁신하고 수호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다. 문명 간의 대규모 전쟁을 피하려면 전세계지도자들이 세계정치의 다문명적 본질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유지하는 데 협조해야 한다.
세계의 다극화와 다문명화
가장 위험한 문화적 분쟁은 문명과 문명이 만나는 단층선에서 발생한다.
다보스 문화? 이들의 거의가 자연과학, 사회과학, 경영학, 법학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또한 말이나 숫자를 밑천으로 삼아 일하고 영어에 상당히 능통하며 정부나 기업, 학술기관에 몸담고 있어서 국제회의 참석 같은 해외여행의 기회가 많은 편이다.
마이클 블라호스가 말했듯이 오락물은 문화적 수렴의 등가물이 아니다.
언어. 국제어는 언어적,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는 수단이지 그것을 해소하는 방책이 아니다…독일어를 쓰는 스위스인과 프랑스어를 쓰는 스위스인이 만나면 대개 영어를 쓰지만 그들의 생각마저 영어화되지는 않는다.
인도 영어는 다방면으로 독자적 특성을 띠고 있다. 영어가 인도화되고 있다.
보편문명의 근거. 보편문명이라는 개념은 서구 문명의 특징적 산물. 서구의 문화적 지배를 정당화하면서 이들 서구가 서구의 제도와 관습을 모방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로 연결. 보편주의는 비서구 문화 앞에 서구가 내놓은 이념이다.
#문명의 충돌
서구 보편주의. 새로운 세계에서는 상이한 문명에 속하는 국가들과 집단들의 관계는 우호적이지 않고 대체로 적대적인 경향을 띨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갈등이 첨예하게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는 관계는 문명 간의 관계다.
#문명들의 미래
모든 문명의 역사에서 적어도 한 번은, 그리고 대개는 여러 번 역사의 막이 내린다. 문명의 보편국가가 등장하면 그 문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토인비가 말한 대로 ‘영속성의 망상’에 눈이 멀어 자기네 문명이 인류 사회의 최종형태라는 명제를 신봉하게 된다. 로마 제국이 그러했고 아바스 왕조가 그러했으며, 무굴 제국과 오스만 제국도 다를바 없었다…자신들의 역사가 궁극점에 이르렀다고 전제하는 사회는 대체로 몰락기로 접어든 사회다.
문명이 쇠퇴하는 것은 잉여를 새로운 혁신에 투입하려는 노력을 중지할 때다. 현대적 용어로 우리는 그것을 투자율의 저하라고 부른다. 이것은 잉여를 관리하는 사회 집단이 잉여를 소비로 돌릴 뿐 좀 더 효과적인 생산방식을 제공하지 못해 비생산적이고 자기 욕망을 충족시키는 목적에만 사용할 때 발생한다.
서구의 입장에서 보면 경제나 인구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윤리의식의 약화, 문화적 쇠락, 정치적 분열이다. 윤리 의식의 약화를 나타내는 징후로 자주 거론되는 것은 다음과 같다…이혼률, 자발적 결사에 참여하려는 정신의 약화, ‘노동 윤리’의 약화…서구가 앞으로도 건강을 유지하면서 다른 사회에 영향력을 지속시키려면 이슬람과 아시아가 도덕적으로 우월감을 주장하는 추세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다가오는 세계에서 문명과 문명의 충돌은 세계평화에 가장 큰 위협이며, 문명에 바탕을 둔 국제질서만이 세계대전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어 수단이 될 것이다.(새로운 세계질서? 이로움이 아님 올바름의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