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비가 잠시 그친 오후, 잠시 방과후 공개수업을 위해 찾은 학교.
교실에 들어서자 마자 피아노 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씀과 이어지는 아빠의 대답.
“해가 피아노 좀 쳤나봐요?”
“네. 그런데 요즘 걱정입니다.”
시골로 오면서 학원이 없어진 탓에 피아노 실력이 뒷걸음 치고 있어 걱정스런 아빠의 마음을 읽으셨는지, 선생님께 개인레슨이라도 부탁을 드려보기도 전에 먼저 말씀을 이어가신다.
“멀리 학원 보내실 생각하지 마세요. 제가 관심을 가지고 잘 봐드릴께요.”
피아노 선생님 말씀에 마음 푹 놓고 있는 사이에, 본교 선생님이 살며시 다가와 내미는 종이 한 장!
제목은 ‘방과후 수업 참관록’. 내용이 너무 어려워 선생님께 여쭤보니…’위(!)에서’ 내려온 문서라고. 교육 전문가라고 해도 쉽지 않을 것 같은 내용들이 빼곡하다. 더구나 ‘평가항목’들이라니…
비오는 날은 시골에선 휴일인데도, 저렇게 어려운 참관록 때문에 다른 엄마아빠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