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약초 산행. 신혜정. p246
채취의 기쁨, 그 진한 야생의 맛
#잎과 줄기의 푸른 내음
약이 되는 산나물, 잎 그리고 줄기약초는 주변까지 퍼지는 향긋한 풀내음 때문에 눈보다 코가 먼저 반응하게 만든다. 매력적인 이 약초들을 찾으며, 보며, 캐며, 맛보며 마음까지 광합성을 한다.
‘어머, 이게 먹는 거였어?’ 할 만큼 우리 눈에 낯익은 식물
대부분 식용으로만 알고 있는 취나물의 약효도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 곰취는 천식과 요통, 과로와 변비, 고혈압과 암 등 크고 작은 질환에 효과. 참취는 두통을 가라앉히고 뇌활동을 도와 특히 수험생에게 좋으며, 벌개미취는 폐를 튼튼하게, 벌개미차를 꾸준히 마시면 감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봄날의 밥상, 어수리와 고추나물
상다리가 부러질 것 같은 산해진미를 만날 먹으면 뭐하겠는가. 찬밥에 나물반찬 하나라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밥상, 내가 웃을 수 있는 음식이면 된다. 자연이 주는 선물 고스란히 먹고 사는 것이 바로 건강의 비결이요, 행복이다. 고추나물 무침과 어수리 짱아찌 한입이면 나는 정말 돈과 권세 다 가진 임금이 부럽지 않다. 고소한 맛과 은은한 향을 마음껏 누리는 그 순간만큼은!
우연한 만남, 민솜대와 산달래
“나는 가끔 해 먹을 게 너무 많아서 고민이다. 그럴 때마다 자연의 후한 인심에 감사하게 된다.”
우리 집은 항상 먹을거리가 넉넉하다. 냉동실에는 지난주에 뜯어와 데쳐둔 두릅과 곰취가, 냉장실에는 어수리로 만든 짱아찌가 있고, 베란다에는 바싹 말려둔 표고가 있다. 곳간에 쌀을 잔뜩 채워둔 만석꾼이 된 기분이다…이번에는 또 어떤 귀한 재료를 선물 받을 수 있을까, 산으로 향하는 주말이 기다려진다.
영양 많은 머위와 고사리
“고사리에는 정신을 맑게 하는 효능이 있어 옛날에도 도 닦는 사람들이 많이 먹었다고 한다.”
고사리는 산에서 나는 고기라고 할 정도로 단백질 풍부해 가난했던 시절의 귀중한 양식. 무기질 풍부해 골다공증 치료에 좋고, 열을 내리는 작용까지 하니 이쯤 되면 나물이 아니라 정말 약초다!
보들보들 곤드레
꼭 닮은 두릅과 엄나무 순
‘개두릅’ 엄나무 순. 하지만 개두릅은 참두릅도 못 따라오는 맛이다
사계절 푸른 잎, 겨우살이
뼈에 좋은 오가피와 접골목
“약초산행을 시작하고 나서야 마을에서 흔히 봤던 그것이 쓰임새가 많은 약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산열매의 탐스러운 빛깔
색 고운 오디와 산딸기
효소로 만드는 돌배와 개복숭아
중국에서는 옛날부터 식용이나 약용으로 개복숭아나무를 재배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예전엔 개복숭아나무가 많았으나 사람들이 활용할 줄 몰라서 쓸모가 없다고 판단하고 베어버린 탓에 요즘에는 재배농가가 아니면 보기 어렵다. 땅에서 나는 것들은 먹을 수 있는 음식이거나 약이거나 혹은 사람의 눈과 마음을 치유하는 아름다운 식물이다. 곤충을 비롯한 수많은 생명의 먹이이자 보금자리고, 흙과 공기를 정화하는 귀중한 자원이기도 하다.
자연이 주는 것 중에 쓸모없는 것이란 없다. 무엇이든 쓸모에 따라 구분하길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다.
새콤달콤 복분자
다섯 가지 맛, 오미자
“그 이름처럼 껍질은 시고, 과육은 달고, 씨는 맵고 쓰며, 전체적으로 짠맛이 난다고 한다.”
오미자넝쿨은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는 건강 재료다. 사람들은 잎만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린잎은 데쳐서 나물로 먹는다. 줄기를 우린 물은 머리를 감고 헹굴 때 사용하면 머릿결이 좋아진다. 잎을 살짝 볶아서 차로 마실 수도 있다고..
호사로운 술아주, 은행과 잣
#땅을 향한 견고한 뿌리
비 그친 날의 삽주와 잔대
“비가 그치고 난 후의 숲은 평소보다 더욱 고요하다”
산의 기운을 담은 도라지, 지치, 하수오
같은 듯 다른 천마, 산마, 단풍마
진한 향을 자랑하는 더덕
반가운 당귀, 익숙한 바디나물
알고 보면 귀한 둥굴레
“둥글레는 예로부터 신선식으로 불렸던 귀한 약초다”
효능도 대단. 몸에 진액을 채워준다하여 폐와 피부에 윤기를 주고, 신장을 강화한다. 남성의 정력에도 좋으며, 여성의 경우 생리통이 있거나 생리가 불규칙할 때 먹으며 좋다. 허약한 몸에도 효과적이라 기운이 없을 때나 병을 앓고 난 후에 먹으면 도움이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둥굴레를 기호식품 정도로 안다. 사실 둥굴레는 예로부터 ‘황정’이라고 해서 한약으로 사용시 ‘신선들의 식사’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귀한 약초다
약초보다 소중한 추억, 산삼
#약이 되는 버섯
가을에 만난 느타리버섯, 싸리버섯, 노루궁뎅이버섯
“귀한 것을 찾으로 산에 오는 이들이 많지만, 사실 산에서 얻은 모든 것이 다 귀함을 알아야 한다.”
버섯의 황제, 능이버석, 송이버섯, 표고버섯
‘일능이 이송이 삼표고’
낯설지만 개성 있는 까치버섯, 말굽버섯, 잔나비걸상
아는 만큼 보인다. 약초산행에도 딱 맞아떨어지는 말이다. 더 많이 보기 위해서는 더 많이 알아야 하고, 더 많이 알기 위해서는 더 많이 연구해야 한다. ‘이 약초도 언젠가 캘 날이 있겠지.’ ‘이 버섯은 이런 식으로 구별하면 되겠구나’ 하면서 공부를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신이 난다. 몰랐던 것을 알아가는 즐거움, 눈여겨봤던 것을 직접 채취하는 즐거움, 요리해서 먹는 즐거움까지 있으니 매주 산행을 멈출 수가 없다.
효능 좋은 영지버섯, 상황버섯
약효만 가지고 따지면 버섯 중에서는 상황버섯이 최고…지금껏 버섯 산행도 꽤 많이 다녔지만 버섯에 대한 지식은 여전히 부족하다. 공부를 해도 쉽게 따 먹을 수가 없다. 워낙 그 종류가 많고, 같은 종류의 버섯도 환경 등의 이유로 생김새가 조금씩 달라서 구분하기 어려운데다, 까딱해서 독버섯 같은 걸 먹었다간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영이버섯 또한 그와 비슷한 붉은사슴뿔버섯을 따서 먹었다가 죽는 사람이 매년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늘 따는 버섯, 확실히 아는 버섯만 먹는다.
#향기로운 들나물
자연의 향과 맛을 머금은 들나물은 반찬으로 먹으면 약이 필요 없다. 제철 나물을 직접 캐고 맛보는 재미로 사계절이 봄바람처럼 가볍게 지난다.
버젖이 눈에 보여도 몰라서 못 먹는 사람들이 참 많은 건 산마물이나 들나물이나 마찬가지다. 그중 하나가 냉이와 비슷하다고 했던 지칭개나물이다.
나는 산행을 즐기지만, 봄에는 산까지 갈 것도 없다. 들판에 건강한 나물이 가득하니까. 겨우내 땅속에서 좋은 기운을 받으며 봄이 오기만을 기다려 피어난 것들이다. 그 싱그러움이 이루 말할 수 없다. 봄이 되면 별 생각 없이 지나쳤던 들판에 나가보자.
잡초처럼 보이는 그것이 사실은 최고의 먹을거리일 수도 있다. 그러니 잊지 말고 발밑을 꼭 한번 살펴볼 일이다.
땅과 바람, 해의 산물
직접 채취한 약초와 산나물은 사서 먹는 것과는 전혀 다릅니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야생의 흙과 바람, 물과 햇빛이 키운 것들에는 투박하지만 싱싱한, 날것 그대로의 생명력이 담겨 있습니다. 온실이나 비료처럼 인위적인 요소로는 결코 만들어낼 수 없는 것들입니다. 그 맛을 알고 나면 산에 올라 약초를 캐는 수고로움도 즐거움으로 여기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