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을 해, 굶지 않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p280
학벌·스펙 무시하고 ‘즐거운 내 직업’ 찾은 7인의 이야기
다른 기준이 필요합니다!
비정상이 정상이 되어버린 한국 사회에서, 그래도 어쩌겠는가, 라고 자조하며 우리는 그동안 순응해왔습니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우리도 그런 오염된 기준에 익숙해졌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그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잘못된 일자리와 진로 기준으로 우리 자녀들의 고귀한 삶을 그렇게 훼손해서는 안 되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기준을 버려도 굶지 않고, 아니 오히려 이 기준을 버려야 자녀의 삶이 위대하고 찬란하게 펼쳐질 것이라는 믿음, 그런 확신을 가지고 살아가는 시민들이 이 사회를 이끌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여, 우리는 새로운 시민들을 찾기 위해 매년 ‘행복한 진로학교’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2013년 진로학교에 나선 7인의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좋은 직업을 돈과 안정성으로 평가하는 폭력적인 사회 환경이 바뀌지 않는 한, 나도 우리 아이에게 진로에 대한 다른 기준을 제공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잘못된 세상이 바뀌어야 잘못된 의식을 버리겠다는 생각으로는 새 세상을 만들 수 없습니다. 세상의 잘못된 질서는 어떻게 존재합니까? 그것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잘못된 의식을 ‘숙주’로 기생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내 속에 들어와 있는 잘못된 의식과 싸우는 것은 잘못된 제도와 싸우는 첫 출발입니다.
앨빈 토플러는 ‘젊음이란 꿈을 위해 무언가를 저지르는 것’이라 말했습니다. 새로운 세상이 열리기 전이라도, 우리는 자녀들에게 진로와 관련하여 그런 신나는 모험의 기회를 허락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도 우리 아이들은 굶지 않습니다. 비록 많이 벌어 소비하지 못할지라도, 사람의 행복은 소비에 있지 않습니다. 가난한 가운데 뜻을 따라 살며 고통 받는 이웃들과 함께 연대하며, 자기가 서 있는 곳에서 직업을 통해 이웃들에게 쓸모 있는 삶을 살기로 한다면, 어떤 직업을 선택하든 그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또한 그런 자세로 자기 직업을 수행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결코 망하지 않습니다.
#가지 않은 길에서 만난 ‘미생’_윤태호
#내게 ‘노동’은 노래였다_하종강 성공회대학교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
다른 나라들은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노동문제를 정말 철저히 가르칩니다…초등학생 때부터 노동조합 간부 역할도 맡아보고, 경영자 역할도 맡아봅니다. 나중에 노동자가 되거나 경영자가 될 테니까요. 한국 사회에서는 대부분 노동자가 되지만 아이들이 대부분 경영자가 될 줄 알고 자라죠.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은 노동자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는 세상
독일에는 사교육 기관이 아예 없습니다. 그래도 걱정이 돼서 그 아버지가 직접 독일어 알파벳과 덧셈 뺄셈만 가르쳐서 학교에 보냈답니다. 며칠 뒤, 담임교사가 전화하더니 “왜 그렇게 부도덕한 일을 하셨냐? 당신 아이만 100미터 달리기를 50미터 앞에서 뛰게 하고 싶었냐?”고 엄청 화를 내더랍니다. 그 아이만 수업시간에 산만하고 건방져서 만일 인격 형성에 문제가 생기면 부모님께서 책임지실 거냐고 따지는데 아무 말도 못하겠더랍니다. 영국에서도 ‘선행학습은 시험 부정행위보다 부도덕한다’고 가르칩니다.
#정신과 의사, 대안학교 교장이 되다_김현수 정신과 전문의, 성장학교 별 교장
실패가 내면화 된 아이들? 수많은 아이들을 실패시키는 한국 사회(학교)
제가 대안학교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그런 아이들의 삶에 주목하는 데서 출발했습니다.
사람은 자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살아간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에 의해 우리 삶이 변화된다
학교의 실패는 없고 아이들의 실패만 있다. 이 말은 프랑스에서 오신 선생님에게 들은 말입니다. 별학교에는 기회를 얻지 못했던 아이들이 많이 와요. 어떤 곳이든 청소년들이 모이는 집단은 잘하는 것 기준으로 줄을 세우는 식이잖아요. 그러니 아이들이 자기에게 어떤 재능이 있는지 발견하기 어렵고, 다른 사람들이 발견해주기도 어려워요. 자기 가치를 찾을 길이 없는 거죠. 학교에서는 내가 누군지도 몰라…이러면서 아이들이 낙인찍히고 배제되고 열외되는 경험을 합니다. 더 억울한 건 열심히 잘 했더니 그 공이 모두 어른들에게 가는 거예요. 선생님이 잘 가르쳐서, 교장선생님이 잘해서 네가 잘 하게 된 것이라고 하죠. 잘못하면 네가 노력을 안 하기 때문이라고 하고요. (잘하면 어른 덕, 못하면 아이 탓)
#내 꿈은 협동조합이었다_최혁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이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고교 시절 만난 장일순 선생님의 가르침
문열고 아래로 흐르라
“높은 위치까지 올라간 사람들이 왜 저런 짓을 하죠?” “밑바닥 사람들하고 어울리면 오류가 없다”
군고구마
“세상에서 제일 잘 쓴 글씨는 저거다” 생존을 위해서 절박한 마음으로 쓴 글씨가 가장 잘 쓴 글씨라는 이야기죠
저는 선생님의 그 얘기가 ‘지금 네가 잘난 척하고 떠들고 앉아 있는 이 시각에 나 먹여 살리려고 부엌에서 설거지하고 밥 팔고 있는 네 엄마가 최고’라는 뜻으로 들렸어요.
부처님의 49가지 얼굴
리더가 되려면? “그런 일을 하려면 사람들의 마음을 바꿔야 하지 않겠니? 그럼 어떻게 해야 사람들의 마음을 바꿀 수 있을까?” “부처님은 마흔 아홉 가지의 얼굴이 있다”라고 하시면서 도둑은 부처를 부처로 보지 않고 도둑으로 본다는 것이다.
“부처님은 도둑을 만나면 도둑의 얼굴이 된다. 도둑은 같은 도둑놈이 아니면 마음을 안 여니까”
흙탕물을 맑게 하려면
“난 세 번째. 흙탕물에 뛰어들어가서 나도 같이 흘러가면서 맑아질 거야.”
일본 에스코프생협의 가와시마와 야마구치에게 배우다
자립이란 서로 기대어 서는 것
자립이란? “스스로의 힘으로 서는 것이겠죠” “당신은 지금까지 스스로의 힘으로 섰습니까?” 스스로의 힘으로 선 게 있다면 하나라도 얘기해보라고 하는데 말문이 막혔어요.
“협동조합이 자립해야 한다고 하는데 자립이 무슨 뜻인지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합니다. 자립은 서로 기대어 서는 것입니다.”
한 사람의 만 걸음이 아니라 만 사람의 한 걸음(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호세 마리아 신부와 장일순 선생
사람이 중요하다
호세 마리아 신부님은
“좋은 생각이란 그것을 현실화하는 방법을 우리가 알고 있는 생각이며, 좋은 말이란 그것을 행동화하는 방법을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말이다.”
라고 하셨어요. 장일순 선생님께서도 이와 비슷한 말씀을 하셨죠. 선생님이 협동조합 조직을 이끌 때 그렇게 많은 조직의 많은 사람을 어떻게 모아냈을까 궁금했습니다. 선생님께서 “많은 농민들이 동학에 참여했던 이유가 뭘까?”라고 물으셨어요…동학의 창시자인 해월 최시형 선생님께서 썼던 언어들은 정말 농민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였다는 것이었어요.
간소한 종교의식? 내가 노예로 부리던 사람의 노예 신분을 없애고 동학의 교우와 같은 밥상에서 밥을 먹으면 모든 의식이 끝나요. ‘당신과 나는 동등한 입장이고 한 밥상에서 밥을 마주하고 먹습니다’라는 것으로 모든 의식이 끝났어요.
“한울님 한울님 하는데 한울님이 누군지 보여주세요. 한울님을 어떻게 만나고 어떻게 이해할 수 있어요?” “너 한울님 저기 뒤에 있는데 안 보이니?” “저 뒤에 있는 건 우리 집인데, 어디 있어요?” “집 골방 안에 계시다” “지금 장난하세요? 마누라가 베를 짜고 있던데요.” “이 무더운 여름날에 너 먹여 살리려고 베틀 짜는 사람이 너의 한울님이 아니면 도대체 한울님은 세상 어디에 있겠니?” “그럼 이제 어떻게 종교생활을 해야 할까요?” “지금 가서 의관을 곱게 차려입고 마눌님께 일곱 번 큰 절을 올린 다음에 ‘앞으로 한울님을 정성껏 모시고 살겠습니다’하면 너도 이제 도인이 되는 것이다. 그 외에 다른 것이 무엇이 있겠느냐”라고 하셨대요.
신부님은 이념은 우리를 분열시킬 수 있지만 비즈니스는 우리를 일치시킨다고 했어요. 먹고사는 문제에서 시작하면 우리는 모두 공통의 목적을 가진다는 뜻이죠.
장일순 선생님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어요.생명운동을 협동운동의 소중한 가치로 이야기할 때 밥 한 그릇의 가치를 이해하는 것으로는 부자나 가난한 자나 모두 똑같다고 했어요. 그 가치를 이해하면 협력할 수 있다는 얘기예요. 우리가 먹는 밥 한 그릇은 인간의 소중한 땀방울과 자연의 조화와 미생물들의 협력으로, 즉 우주 자연 모두가 협력해서 생산되는 것이죠. 그 이치를 깨달으면 부자도 나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빈곤한 사람들은 그런 삶을 통해서 자신이 어떤 일을 하면서 자립할 수 있는지 깨달을 수 있는 기회가 온다고 봤어요. 호세 마리아 신분님의 생각과 비슷하죠.
이상과 현실을 접목해서 진정한 협동을 이루다
호세 마리아 신부님을 알지 못했다면 저는 딜레마에 빠졌을 겁니다. 협동조합을 현실의 문제로 전환시키지 못했을 수도 있고, 고고한 비즈니스 모델을 꿈꾸는 이상한 협동조합을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어요. 우리는 유기농 먹을거리를 취급하지 않으면 협동조합 정신을 훼손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런 생각을 해봤어요. ‘독거 할머니 몇 분이 순대국밥 협동조합을 차려서 중국산 농산물로 만든 순대국을 한 그릇에 3천 원에 팔며 신나게 살면 뭐가 문제일까?’ 할머니들이 행복해지는 일 이상으로 이러한 협동조합에 가치를 요구하는 것은 폭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일순. 선생님을 찾아온 환경운동가가 티백녹차는 농약이 잔뜩 들어간 것이라고 하자 호통을 치셨어요. 선생님께서는 그 싸구려 다방에서 일하는 분들이 유기농 녹차 이상으로 소중했고, 또 유기농 이전에 농민 자체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마음 깊이 자리잡고 있었던 것입니다.
개별 협동조합이라는 장벽을 허물어서 서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상호성장할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한다는 사실을 호세 마리아 신부님을 통해 배웠습니다. 몬드라곤은 1956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명도 해고하지 않았습니다. 127개의 협동조합기업들.
글로벌 기업에는 없는 강점이 우리에게는 있습니다? 배추값 파동에도 일정한 가격, 이것이 어떻게 가능할까요? 그분들은 지역의 소비자들과 계약재배를 하고 있습니다…이것은 기존 경제 조직이 만들어내기 어려운 구조예요. 우리는 그런 구조를 구축할 수 있는 경험을 쌓았고, 그 경험을 희망을 가지고 공유하면 지역사회를 바꿀 수 있고 지역에 새로운 일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접근하면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합니다.
이렇게 조직들을 연결해나가다 보면 새로운 가능성을 갖춘 기업들이 끊임없이 생깁니다.
공유와 협력의 가치가 경쟁력이다
이탈리아 트렌도. 인구 50만 명의 도·농·통합지역입니다
인디언 아이들처럼 어려운 문제도 모두가 협력해서 풀면 더 잘 풀 수 있고, 다른 사람과 협력하면 본인은 더 성장합니다…핀란드에는 협동시험이라는 것이 있어요..친구들과 함께 협력해서 여러 해법을 찾아내는 것은 크게 다르죠.
협동조합을 교육을 중요시합니다. ‘모든 교육은 서로 배우면서 가르치는 것이다’라는 원칙을 지켜나갑니다.
#나를 찾게 해준 ‘아름다운 배움’_고원형 아름다운 배움 대표
#화려한 스펙을 버리고 골목을 누비다_강도현 카페바인 협동조합 기획자
#강은 곡선으로 흘러 아름답다_송인수 사교육없는세상 공동대표
우리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사교육을 시키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자녀의 진로와 관련해서 한국 사회가 갖는 불안과 공포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죠. 따라서 사교육과 진로 사이에는 매우 긴밀한 관계가 형성돼 있습니다. 진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기만 해도 사교육 소비 형태가 달라질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요즘 우리 사회에 자녀들의 진로에 대해 알려주는 곳이 많이 있죠. 그런데 사실 알고 보면 오히려 불안을 부추기는 곳이 더 많습니다.
책도 불안을 부추기는 정보와 책 제목이 많죠. 『성공하는 아이는 99% 초등학교 1학년 때 엄마가 만든다』 이 책 제목, 참 자극적이죠. 그러나 부모들으 이 책을 그냥 넘어갈 수 없습니다. 불안해서 책을 만지작거리는 것이죠.
사교육에 대한 오해? 사교육을 많이 시키면 아이가 좋은 일자리를 얻을까? ‘좋은 일자리’란? 돈과 안정성으로 좋은 일자리를 구별하는 것은 천박한 것이며, 현실이 아무리 그런 가치관을 부추긴다해도, 우리 부모들은 결코 그 기준을 받아들여서는 안됩니다. 아이들이 그에 주눅들거나 교만해지게 해서는 안 되며, 돈과 안정성을 넘는 더 귀한 기준으로 아이들이 자기 진로를 찾게 해야 합니다.
일자리에 대한 새로운 기준
제1기준: 적성에 맞을 것
제2기준: 사회적 기여 “우리는 의약품이 환자를 위한 것임을, 그리고 인간을 위한 것임을 잊지 않으려 한다. 의약품은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고, 이익 자체는 부수적인 것임을 기억하는 한 이익을 저절로 따라다닌다”
제3기준: 경제적 독립
이웃에게 봉사하는 삶에 만족한다면 2천500원짜리 밥을 먹어도 행복해요. 검소한 삶, 자발적 가난을 자청하죠.
“먹고사는 것 걱정하지 마십시오. 본인이 원하는 것 파고 살아도 절대 굶어 죽지 않아요”-박원순 시장
부모는 아이의 삶에 지나치게 간섭하면 안 됩니다. 경찰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아이에게도 누군가의 조언과 충고가 절실할 때가 있습니다. 그때 누구를 찾죠? 말이 통하는 친구를 찾습니다. 자기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 즉 자기와 같이 답답한 부모 밑에서 고통 받는 아이들이 거예요. 그리고 그런 아이들이 주는 정보란 사실 여러분의 자녀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은 위험한 정보 혹은 쓰레기 같은 정보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부모와 말이 통하는 아이는 자기 친구들을 사귈 때 안정감 있게 사귀고,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습니다.
커갈수록 부모는 자녀에게 경찰이 아니라 외교관처럼 접근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