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크는 아이들. 백화현.
백화현의 가정독서모임 이야기
친구들과 함께 한 책 여행, 배움과 나눔과 만남의 이야기
맞는 말이다.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긴장하고 불안해하고 있다…이런 때일수록 가던 길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며 나는 누구이며 삶이란 무엇인지 곰곰히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남들이 내모는 대로 아무런 생각 없이 앞만 보고 달리다가 우리 모두 스프링 벅(앞만 보고 달리다 벼랑에서 떨어져 죽고 만다는 아프리카 양)꼴을 면할 수 없다.
특히 독서토론이나 탐구활동과 같은 것은 학교의 모든 교과목 시간에 늘 이루어지길 바란다. 우리의 교육이 지금처럼 아이들의 손과 발을 묶어 둔 채 파편적인 지식만을 강조한다면 아이들은 배움의 기쁨을 잃은 채 시들어 가고 그만큼 우리의 미래도 암울해 질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어떻게 자라는가?
고사리손 시절의 아이는 부모에게 기쁨이고 희망입니다…그러나 조금씩 자라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제법 몸이 커지면서 중학교, 고등학교를 지나는 동안 부모들은 아이가 기쁨과 행복은커녕 어느 순간부터 고통과 좌절과 불안을 가져다주기도 하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리고 깜짝 놀랍니다. 그때부터 마치 믿었던 약속을 배반 당한 사람처럼 번민과 자책의 괴로운 밤이 시작되지요. 왜 이렇지? 뭐가 잘못 되었을까? 내가 잘못 키웠나? 학교와 사회, 우리 모두가 잘못 가르쳤기 때문인가? 나쁜 친구들 탓인가?
그래요, 아이는 모순의 존재입니다. 그는 엄마 아빠에게 기쁨을 주면서 동시에 고통을 안기고, 희망을 갖게 하면서 동시에 좌절을 맛보게 합니다…그런데 아이들만 그럴까요? 아닙니다. 인간이 모두 그렇습니다.
배워야 할 것은 아이들이 늘 한 가지 모습으로만 자라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다른 모습으로, 여러 다른 가능성을 암시하는 존재로 자란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내 아이가 왜 이렇지?”라며 안달하기 전에 먼저 이 사실부터 겸손하게 인정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인간이 자라는 모습이니까요.
부모의 올바른 길? 그 길은 간단하다면 아주 간단합니다? 아이들에게 공부 못한다고 윽박지르거나 짜증 내거나 낭패하는 기색을 보여주지 말아야 합니다. 즐기면서 하는 일, 자신감을 갖게 하는 일을 부모가 함꼐 찾아주고 북돋아 주어야 합니다. 공부는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찾아나갈 때 비로소 시작되고 성공한다는 것이 교육에 관한 인간 경험의 오랜 진실입니다. 그러니까 부모들이 할 일은 아이들이 즐겁게 발견의 길에 나서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일입니다!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실행방법? 그것이 ‘책으로 아이들 키우기’, ‘가정독서운동’입니다. 아이와 친구들을 모아 집에서 시작했던 방법을 여러 해째 계속해 오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책으로 큽니다!!
외삼촌과의 일로 얻은 큰 깨달음? 아이가 잘하는 것을 찾아 진심으로 칭찬해 주자!
“야, 우리 조카 시인이구나. 시가 기가 막힌데? 진짜 네가 쓴 거 맞아?”
“내가 쓴 거 맞아요. 정말 그 시 잘 쓴 거예요?”
꽃씨와 달
꽃씨와 달은/ 얘기를 하지요/ 조용히 말하지요
우리 마음 속에 있지요/ 어떻게 우리 속에 있는지/ 알 수 없어요
우리는/ 듣기만 해야죠
비
주룩주룩 비/ 시원하게 내리는 비/ 흔들흔들 비
비비비/ 정말 잘 춘다/ 흔들흔들 웃는다
“너 언어 감각이 정말 뛰어나구나. 사물을 보는 눈도 순수하고. 대단해! 시인이 되어도 좋을 것 같구나. 삼촌 꿈이 시인이었는데, 너 알아?”
나는 분명 우리 아이를 사랑하고 우리 아이의 행복을 간절히 바라는데, 왜 아이는 자꾸 내 눈치를 살피고 나는 아이를 윽박지르며 기쁨이 사라져가는 것일까?
이것은 내 지나친 욕심 탓이었다! 공부 못하는 것에 대해 지나치게 근심하고 있는 탓이었다. 아이의 문제가 아니라 내 문제였고 내가 변해야만 할 일이었다.
이후로 나는 아이가 잘하지 못하는 것들에 집착하기 보다는 아이가 조금이라도 잘하는 것들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그런 눈으로 아이를 보니 우리 아이에게도 장점이 많았다. 똑같은 아이가 이처럼 달리 보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만큼, 아이는 심성이 곱고 감성이 풍부하며 노래도 잘 부르고 시도 잘 썼다(발견!)
못하는 것에 대한 질책보다 잘하는 것에 대한 칭찬이야말로 아이의 성장에 훨씬 큰 힘이 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몇 번이고 다짐한다
글을 깨치고 시작한 책 읽기? 나는 내 울타리 너머의 세상을 좀 더 생생하게 꿈꿀수 있었고 마음에 큰 위로와 감동도 얻을 수 있었으며 내 정신에 날개를 달 수 있었다…하이디,네로,..장발장,돈키호테,…그들은 내게 세계로 난 창이었고 황홀한 꿈이었다.
소크라테스, 칸트,새르트르,프레이리,김수영,조정래,홍세화,하워드 진, 촘스키, 스콧 니어링,…..이들은 늘 곁에서 나를 깨어 있게 하고 배울 수 있게 해주었다.
책이 아니면 누가 아이에게 이러한 신비의 세계를 끝없이 펼쳐 보여 주고 조곤조곤 설명해 줄 것인가?
아이에게 “너도 잘하는 것이 많아. 너는 너대로 아름다운 사람이야. 배움은 지겨울 일이 아니라 즐겁고 경이로운 일이란다.”라며 마음 깊이 울림을 주고 스스로 그러함을 믿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그 길을 이끌어 줄, 가슴 따뜻한 친구와 지혜로운 스승이 필요했다. 나는 책이 그 일을 잘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내 어릴 적 경험과 교사가 되어 제자들을 대상으로 전개했던 독서운동의 결과가 그것을 확신케 해 주었다.
독서 운동과 학교 도서관 살리기 운동에 뛰어들게 된 것은 달동네 학교에서의 경험 때문이었다.[학교 도서관에서 책 읽기]
그들 속에서 친구를 만나고 스승을 만나고 역할 모델을 만나길 바랐고, 인간 한 사람 한 사람이 매우 소중한 존재이며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 스스로 깨달아 갈 수 있기를 바랐다…나는 그만큼 책의 힘을 믿었고 책은 아낌없이 자신의 힘을 아이들에게 발휘해 주었다.
가정독서모임의 시작? 큰아이를 드넓은 책의 세계로 이끌고 싶고 책의 힘을 얻게 하고 싶은 엄마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친구들과 함께 하는 가정독서모임? 우리 아이들만 대상으로 하여 재미도 없고 내용도 없이 비실거리던 ‘가정독서모임’이 친구들과의 즐거운 만남의 장으로 변신하며 힘차게 새 출발을 하게 된 것이다.
가정독서모임에도 원칙이 필요하다? 1)‘편독’을 벗어나 다양한 책들을 넓고 깊게 보는 것 2)모임활동을 통해 아름다운 추억거리들을 풍성하게 만들어 가는 것(책을 읽고 떠나는 독서 여행)
티끌 하나하나가 모여 태산을 이루고 물방울 하나하나가 모여 장강을 이룬다더니 이 독서모임이 꼭 그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