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의 밥상. 안혜령. p253
유기농 대표농부 10집의 밥상을 찾아서
농부의 밥상으로 돌아가자. 투박하고 조촐한 옛날 밥상을 되찾는 것이 잃어버린 건강과 생활의 여백을 찾는 길이다.(밥상의 전환!)
세상에 단 하나뿐인 밥상, 차린 것 없으나 그립고 그리운 오래된 밥상을 받고 싶다.
한여름 밥상이 별 것 있는가. 이맘때 한창 밭에서 나는 오이며 호박, 가지를 볶거나 무치고, 풋고추에 된장 곁들여 내면 족하다….기름기 없고 딤백한 상을 받은 입이 개운하고 즐겁다.
“먹는 법은 사는 법이다.”–헬렌 니어링, [소박한 밥상]
오래된 농부들? 첨단 기술과 거대 자본의 힘을 업은 물질문명이 세계를 휩쓰는 오늘날에도 삶의 근본으로서의 농사를 우직스럽게 지키고 있다…자연의 섭리를 거스리지 않는 지극한 마음을 나날의 생활에서 두루 실천하고 있으니, 대표적인 것이 밥상이다!
인스턴트 식품과 육식 위주의 밥상의 폐해
모든 가치가 돈으로 계산되고 자고 깨면 소비를 조장하는 이 진저리나는 물신주의의 뿌리는, 자연을 유기체로서 전체적인 관점에서 보지 않고 인간 중심으로 보는 편협함과 오만함이다.
#밥은 평화_전남 진도 김종복, 장금실
“섞어서 먹는 것보다는 따로따로 먹는 게 향이 더 좋아”? 음식의 풍미를 결정하는 요소 중 90퍼센트가 향이라고 한다. 본래의 입맛을 잃어버리게 하는 가공식품들이 빠지지 않는 도시인의 밥상에 견주면 조촐한 이 밥상은 얼마나 건강하고 풍성한지…
“뭐든지 먹기 직전에 바로바로”
“비린 거 안 좋아하고 느끼한 거 싫어”하는 입맛? “몸으로 가난한 삶이 참 좋다는 것을 배웠다”
농사짓는 일과 마음 비우는 일은 한 가지? “절로에 내맡기면 평화가 온다”
농사는 재미있고 쉬워야 한다? 그게 가장 편하고 자유로운 삶!
간결하고 단순하게! 집착은 끊을 때 비로소 자유를 얻는다
#밥은 보약_경남 울산 김제홍, 신응희
나직한 산기슭 안, 자드락밭
약이 되는 반찬
이들은 밭에서 나는 것만으로도 “오만 거를 다 해먹는다”
#밥은 하늘_전남 벌교 강대인, 전양순
벼박사, 백초액, 버리는 게 하나도 없는 알뜰한 식품
별의 노래를 듣는 사람? 농은 별 신자에 노래 곡자가 합쳐진 말, 별의 노래? 우주의 기운, 농사만 하늘의 기운을 따르는 일!
결국은 사람이고 정성이다? 가짓수보다 마음, “따뜻하게, 바로바로 해서 차리면, 그걸로 족한다”
이 정성은 강대인 씨가 벼를 대한 지극한 마음과 다르지 않을 터. 기는 하늘과 땅과 벼 사이에만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두루 영향을 미치니, 사람을 살리는 농법은 사람을 살리는 밥상으로 이어진다.
느닷없는 저녁 밥상을 허둥대지 않고도 맛깔지게 차려낼 수 있는 비결? 일년내내 장만하는 든든한 밑밭찬!
나물기행? 도시인들의 산 하나 싹쓸이!
#밥은 신명_경북 울진 강문필, 최정화
고추밭에서 징 치고 꽹과리 치는 부부
신바람 농법, 징과 꽹과리 소리? 천둥번개 치자 진딧물이 떨어지는 것 보고!
화학농업은 땅도 죽이고 사람도 죽이는 살생농업
죽임의 농사가 아닌 살림의 농사, 생명의 농사에 대한 깨달음
#밥은 나눔_야마기시즘 경향 실현지 신안마을
경기도 화성에 ‘돈이 필요없는 사이좋은 즐거운 마을’이 있다
천,지,인 이 조화로운 일체사회를 이루는 사람들
#밥은 고집_충북 보은 이철희, 강순희
“소는 새끼 낳아 돈 벌어주며 일도 해 주지만 기계는 사면 그 날부터 돈 들어간다”
#밥은 느림_강원도 화천 시골교회 임락경
“맛있게 먹지 말자”? “자극성 없이 원래 제 맛대로 먹자”
일 많이 한다고 잘 사는 게 아니다
잡초란 없다? 모든 풀은 ‘본초’로서 저마다의 개성과 독특한 쓰임새를 갖고 있다
“조금만 돌아다니면 먹을 것이 풍족하다”
병신은 많아도 병자는 없다
담배며 고기보다 더 나쁜 것이 가공식품? 정성만 없는 것이 아니라 농약과 방부제, 온갖 화학조미료가 듬뿍 든 가공식품은 무엇보다도 “피를 탁하게 하기” 때문이다!
음식이 약이고 병? 병이 나기 전에는 조심해서 “잘 골라먹어야” 되고, 병이 났으면 그 전에 즐겨먹던 음식을 “절대 끊어야 한다”
“잘 먹고 잘 사는 법”이라는 소리는 없어져야 한다? 먹어서는 안 될, 못 먹을 음식들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필요한 “못 먹고 잘 사는 법”
#밥은 똥_전남 승주 한원식
자연농법, 농사를 짓되 ‘자연에 맡기고 사람은 최소한의 도움만 준다!
잃어버린 밥의 정신? “바른 삶”의 기본은 “모신다”
진정한 의미의 “밥을 모두 잃어버렸”으니, 밥이 가지고 있는 모둠과 나눔의 정신을 잃어버렸다는 뜻이다
밥 한 그릇에 스무 가지 곡식? 이 집의 밥상은 현대 사회가 잃어버린 밥의 정신을 오롯이 살려내고자 한다. 다양성이 펼쳐질 때 최소화하는 삶이 가능하기 때문? 먹거리를 다양하게 함으로써 각각의 소비량을 최소화한다!
“밥이 바르면 의학으로부터 해방된다”
의학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귀농해도 돈 걱정해야 한다
자연에 맡기는 농사, 최소한의 일? 풀을 없애지 않는다!
“사람이 다 하려고 하면 안된다”
이 최고의 명당자리? 이집트 피라미드 모양의 뒷간!
고기가 밥상의 중심? 약육강식의 논리에 따른 밥상, 공동체적 삶을 파괴하는 행위
가난 속에 재미가 있다? 땅의 숨통을 찾고 자못 흐뭇했던 한원식 씨는 이내 제 숨통은 여전히 막혀있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시장경제에 제 농산물을 내맡기고 있던 탓이었다. 자본의 논리에 휘둘리는 한 결코 제 숨통이 트일 수 없음을 깨달은 그는 이후 제 논밭에서 나는 농작물을 팔지 않는다. 땅에서 나는 생명들을 경제 가치로 재고 값을 매겨 사고하는 것은 힘의 논리가 우세한 방식이니, 밥이 그렇듯 나눔의 원리가 뿌리가 되며 일상이 되는 바른 삶을 꿈꾸는 그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삶의 방식인 것이다. “숨통이 트인 삶”을 살게 되면서 그는 돈은 벌지 못했지만 그 대신 자연 안에서 누리는 자유로운 삶이라는 더 큰 산물을 얻었다.
“갈지 않아야 하는데 갈고, 먹지 않아야 하는데 먹고, 전부를 먹어야 하는데 부분만 먹는” 것은 바르지 못한 삶이라는 말에 주의깊게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세상적으로 가장 가난하게” 보이는 그 삶이 “재미있다”
#밥은 시_전북 변산 박형진
그 마음은 “노동과 음식과 놀이가 제각각 미쳐서 돌아가는” 이 시대의 도도한 대세를 거슬러, 흙바닥에 아궁이 고집하며 불 때서 밥하고, 방 덥히고, 빕솥에 찌고 아궁이 불에 굽고 끓이면서 음식 하고, 찬찬하게 갈무리하고, 아껴서 젓갈 담는 마음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밥은 기도_경기 벽제 동광원
땅에서 나는 것으로 자립을 이룬다
이필현 선생의 가르침? 병원 가지 말자, 학교 가지 말자, 고기 먹지 말자
늘 가난의 미덕을 강조하던 이들의 스승은 “청빈과 순결만이 세상을 이기는 길”이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 스승의 유언을 저버리지 않았으니, 물질이라는 “헛된 기쁨”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길이 가난이라 여기며, 제 손으로 심고 거둔 것으로 참된 기쁨을 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