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이 밥이다.신성균 외. p148
똥과 뒷간을 지속가능한 실천사회학의 관점에서 다룬 책
정토회 에코붓다를 중심으로 시작된 생태공동체공부모임의 생태 뒷간 공부한 결과
푸세식 뒷간은 돌고 도는 우주 ‘순환의 세계관’과 자연의 원리에 순응한다. 그러나 반대로 수세식 화장실은 내 몸에서 분리된 오줌과 똥을 나와 관계없이 그대로 버려 어디론가 사라지게 한다. 수세식 화장실은 ‘직선적 세계관’이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직선적 세계관? 시간이 직선적으로 흘러가며 사회와 역사의 변화 또한 직선적으로 성장 발전한다. 현재는 과거보다 좋고 미래는 현재보다 낫다. 오로지 물질적 발전, 경제성장이 절대적으로 유일한 가치척도가 되며 수 외의 모든 것은 무시된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전통과 자연친화적인 생활양식은 미개한 것, 혹은 야만으로 치부하며 열등한 것으로 평가된다.
#만드는 문화와 버리는 문화
수세식 화장실은 똥은 ‘더럽다‘는 생각에 기초한다. 수세식 화장실의 똥은 아무 가치가 없고 더럽기 때문에 없어지거나 사라져야 할 것인 반면에 푸세식 뒷간에서의 똥은 채소의 양분이 되는 거름으로 더없이 소중한 자원이다.
똥을 나와 상관없는 아주 먼 곳으로 격리시키는 직선적 세계관? 그렇지만 결국에는 똥이 다시 내게로 돌아온다는 이치를 망각한 인류의 어리석음이다. 생태계의 위기는 바로 이러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오늘날의 쓰레기 문제도 이와 같다. 현대 문명은 생산하는 방식은 많이 개발했지만 폐기하는 이치를 개발하지 않았다. 먹는 방법은 알지만 싸는 방법을 모르는 변비 문화인 것이다.
생태적 각성? 모든 것은 순환하고 윤회하며 돌고 돌아 결국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자연의 이치를 깨닫는 것이다. 생태적 각성은 미망과 무지에서 비롯된 근대적 세계관의 치명적인 오류를 깨닫고, 새로운 눈뜸, 새로운 깨달음을 통해 이러한 근대적 세계관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을 강제하는 메시지다.
우리가 먹는 밥은 바로 내가 싼 똥, 건강한 똥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며, 그 똥은 바로 내가 만든 것이다. 똥이 밥이고, 밥이 똥인 것이다. 더럽고 깨뜻하다는 인식은 문명이 만들어낸 선입견이다. 이러한 인류의 어리석음을 깨우치게 하는 것이 바로 생명운동과 환경운동의 진정한 메시지다.
#밥이 생명이다
밥은 단순히 밥이 아니라 우주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생명운동의 주장이다
“밥 한 사발 먹는 것은 우주와 함께 하는 것이다.”-장일순
불교의 발우 공양? ‘소심경’에서는 물 한 방울, 쌀 한 톨, 바람 한 점이 밥과 연관되어 있지 않은 것이 없으며 밥이 우주적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밥과 똥은 하나이며, 결국에는 생태 공동체를 구성하는 중요한 시작이다
산안마을, 경기도 화성시 무소유 공동체 마을(야마기시즘)
똥은 한자로 분(), 인간이 먹은 쌀()이 변한() 물건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밑을 닦는 유일한 동물, 인간
인간의 몸은 항문의 오돌토톨한 근육이 똥이 묻지 않고 빠질 수 있도록 되어 있어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똥을 배설한 후 굳이 밑을 닦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자연과 합일하는 동물의 똥, 자연에 반하는 인간의 똥
식물의 씨앗을 널리 퍼지도록 하는 새들의 똥
전통 뒷간의 생태공동체적 의미? 자연과 대화가 가능한 경로!
현대 문명은 단절과 분리의 원칙에 근거하는 것으로 생명 순환의 관계를 철저히 차단하고 분리시키는 구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특히 서구식 화장실은 외부와 단절된 공간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것은 몸과 마음을 분리시키고 물질과 정신을 분리시키고 인간과 자연을 분리시키고 차단시켜왔던 서구 문명의 패러다임이 서구식 화장실 구조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해우소는 수행의 공간? 사람은 매일같이 탐진치(깨달음의 장애가 되는 탐욕, 화냄, 어리석음의 세 가지 번뇌)를 먹고 산다. 그것을 버리지 못하면 업장이 되어 윤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결국 수행이란 탐진치를 끊임없이 버리는 과정이다. 출가 수행자는 잘 싸고 버리는 무소유를 덕목으로 한다. 결국 ‘해우’라는 말은 ‘버림’과 ‘무소유’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유럽의 생태 뒷간
수세식 화장실은 현대의 도시 문명이 갖고 있는 반환경성을 가장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서, 우리는 대소변이 시원한 물소리와 함께 눈앞에서 씻겨나감으로써 가장 위생적이고 안전하게 처리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내 눈앞에서 사라진 대소변은 고스란히 오물 덩어리가 되어 땅과 하천과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다…똥은 땅으로 돌아가 미생물에 의해 분해될 경우 훌륭한 거름이 되어 생명 부양의 역할을 할 수 있는데 어처구니없게도 물에 섞여 생명을 죽이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자연 친화적인 뒷간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순환하는 똥: 대안 사회
똥은 냄새나고 더러운 물질로서 집에서 최대한 먼 곳으로 보내버려야 할 ‘나쁜’ 것이 아니다…결국 똥은 자연 생태계 내에서 다양한 물질이 순환하는 가운데 인간의 몸에서 배출된 하나의 물질이다. 그리고 그것은 ‘끊임없이’ 생태계 내에서 ‘자연스럽게’ 순환되어야 한다.(생태순환의 연결고리)
똥 죽이기의 현대 문명에서 똥 살리기의 미래 문명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인식의 전환, 삶의 방식의 변화, 접근 방식의 변화 등 근본적인 전환이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생태 뒷간을 철학적으로 복원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서는 자원 소모, 생산, 소비, 폐기물 모두를 감축하고 조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중에서 가장 중요한 출발점은 소비이다. 그 근거는 나머지 세 가지 조건들은 소비의 존재와 지속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소비는 소모를 의미하고, 소모는 생산을 의미하며, 생산은 폐기물을 의미하는 것이다.-앤드루 돕슨
전통 뒷간의 보여준 생태학적 감수성은 우리가 지구와 함께 살아가야 할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지구를 하나의 살아 있는 생명체로 인식한다면 대지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 대한 깊은 반성이 필요하다. 대지의 생명성을 중요한 가치로 인식하는 똥의 순환은 중요한 철학적 함의를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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