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책. 요네하라 마리. p666
‘독서일기’와 ‘서평’으로 구성된 책
통역사라는 투명인간으로 지내면서 요네하라 마리는 방대한 지식과 견해를 축적하고 사색을 다져 왔던 것이다. 그 모든 것이 이 한 권의 책에 담겨 있다
간결함이야말로 재능의 자매
사랑의 본질?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
동시통역, 기억의 서랍을 자유자재로
“아이에게 돌이킬 수 없는 일이란 없습니다. 언제나 뭐든지 만회할 수 있다는 것은 인간 세계의 ‘원칙’입니다” 라는 말에 격려를 받은 아이가 얼마나 많을까?
지구가 멸망해도 돈은 벌고 싶은가 보다. 그런 고이즈미 내각에게 90%의 지지를 보내는 일본은 이제 볼 장 다 본 것은 아닌지. 아이들에게조차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을 남기는 것은 아닐까?
“웃음은 테러와 달리 평화로운 파괴활동이다”, “아무리 괴로운 일이라고 해도 웃음으로 날려 버리지 못할 만큼 무겁지는 않다”
문장술의 왕도? 불필요한 수식어를 적극 자제하고 진부한 비유를 피하여 안이한 대화에 의존하지 않도록 경계하라
일본은 단일민족국가? “그들의 머릿속에 있는 것은 통치자의 명령에 따라 모두가 하나로 움직이는, 규율을 잘 지키는 질서정연한 국가라는 환상”에 불과하다. 이것이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은 “전쟁이나 전쟁과 유사한 중공업 중심 사회, 모든 것이 상의하달식 방식으로 결정되는 독재적인 국가”
“민족은 자각이다. 국민의 자격은 국가가 정의할지 모르지만, 민족에 대한 소속은 개인이 스스로 정하는 것이다”
다민족국가 소련, 소수민족 이름 신고제도 폐지? 물질적 지원이 없는 ‘자유’는 선택의 여지를 앗아가고 강자의 편이 된다
“최근 100년 동안, 전 무슬림 세계는 서구 경제의 자원 공급지로서 서구 제국주의에 착취당해 왔다…”
‘중국사+서구사=세계사’ 공식으로 대표되던 세계사의 틀?
“사실 장대한 서사시를 기억하는 시인에게 문자지식을 전한 순간 모든 기억을 잃고 말았다는 예가 세계 각지에서 보고되고 있다”-소크라테스(문자에 의존, 스스로 생각해 내는 힘을 잃었다? 컴퓨터 보급으로 인간 정신 능력의 약화?)
“‘비겁한’이라는 형용사는 다른 사람을 죽이는 데 자신의 죽음을 아까워하지 않는 사람보다도, 당할 염려가 없는 높은 상공에서 폭탄을 떨어뜨리는 사람에게 더 어울리는 말이다.”(이라크 공습)
#석불을 보지 말고 난민을 보라
“..부처는 세계에 이 모든 빈곤, 무지, 억압, 대량살상을 전하기 위해 무너져 내렸다. 그러나 게으른 인류는 불상이 무너졌다는 것만 들으려 한다. 중국에 이런 속담이 있다. “당신이 달을 가리키면 어리석은 자는 당신의 손가락만 바라본다.” 아무도 무너져 내린 불상이 가리키고 있는, 죽을 지경에 이른 아프카니스탄 국민을 보지 않았다.”(석불파괴는 기우제 일환?!)
20세기를 만든 헝가리인? 인구 1000만인 유럽 변경의 작은 천재들의 나라? 헝가리는 역사가 교차하는 지역이었기 때문
헝가리의 김나지움(고등학교)이 재능을 발견하고 발달시키는 매우 뛰어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소년시절의 생생한 수업시간의 기억들)
“돈을 위해 일하지 않는” 이가야에게 노동은 놀이였다
“그것으로 됐다. 가정에 안주해 버린 사람들에게 자유로운 생활에 대한 동경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내가 너에게 부여하였던 것이니.”-크놀프, 헤르만 헤세
적극적인 군국주의자가 아닌, 오히려 소심한 소시민에 불과하지만 아무런 자각 없이 전쟁에 가담한 그들의 정신세계를 병적이라고 단정하는 저자는..이것이 “강자에 대한 협력을 은폐하고 자기 자신을 아웃사이더나 비판자로 간주해 버리는 명쾌함”을 그들에게 제공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공동으로 열심히 일하였고 대접도 융숭하여 그 분위기는 마치 축제와 같은” 것이었다고 한다. 이는 화폐지불보다 훨씬 매력적이었다(러시아 식생활의 사회경제사)
자본주의적인 화폐경제의 침투와 함께 이와 같은 공동체적 인간관계가 붕괴해 가는 모습도 손에 잡힐 듯 전해진다.
“인간 각자의 밑바닥까지 파고들지 않으면 안심할 수 없다” “스탈린의 편집증적인 의구심은 전체주의 권력의 숙명적인 질병이기도 했다”
아무리 가혹하더라도 피해 체험은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은 달콤한 추억으로 만들 수 있지만, 가해 체험은 망각의 어둠 속에 묻어 버리고 싶은 오물로 남는다(자동망각장치)
의구심과 비판정신이 결여된 독선적인 정의감과 솔직함
아귀처럼 자금을 집어삼키는 것은 저축률이 마이너스이어도 계속 소비를 하는 미국의 이해할 수 없는 낭비구조 지탱하기 위해서다
물건을 만들어 풍요로워지는 시대는 끝나고, 화폐 자체가 온 세계의 부를 빼앗아, 돈이 없으면 소비를 지속할 수 없는 경제로 변했다(불량채권 처리에 실패한 화폐자본주의 편승)
생물이란 무엇인가? 진화! 결코 ‘불변’이 아니라, 시간을 잉태한다!
물질과 법칙 두 가지 동일성을 추구하는 현대과학? 여기에는 시간이 빠져 있다
미국의 정의병•이슬람의 원리병
자신만만한 정의감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인디언 원주민 대량학살 은폐, 정당화로 성립된 국가, 과거사 은폐•미화하기 위한 정의의 체현자 환상에서 깨어나지 않기 위한 몸부림(전쟁)
유일신? “자신에게 정의가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는 악마가 필요합니다. 일종의 근친 증오이기도 합니다. 전혀 관련 없는 것을 악마로 삼지는 않으니까요” (“확실히 부시와 후세인은 닮았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유일신 신앙은 예외적•인공적 종교로, 세계에 3개(기독교,이슬람교,유대교) 밖에 없다. 더욱이 이 모두가 그 근원은 유대교로, 같은 신을 믿고 있다.
본래 다신교를 믿던 유럽인도 로마제국의 압력으로 강제로 기독교를 막으면서 불행해졌다
인류사의 불행을 모든 피억압 민족의 한이 갖는 연쇄작용이라고도 할 수 있는 ‘신경증 증후군=일신교’?!
‘일신교’는 잘못하고 있는 거예요’라고 말하는 논의 자체가 일신교적이지 않은가?
‘서부영화’는 아메리카 대륙을 ‘인디언’들에게서 빼앗은 미국인들을 일방적으로 정의의 수호자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9•11’의 전쟁과 똑같은 구도
“허구와 현실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은 오타쿠나 게임 팬이 아니라 정치가나 저널리스트다”
<창조하는 도시:사람•문화•산업의 미래>
대량 생산, 판매를 통해 환경과 생활을 파괴하는 기존의 방식과 전혀 다른, 그 반대의 방식을 따르는 도시이야기(전복적 발상)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하루 책 500쪽의 독서가 스탈린의 무한 권력? 정보의 극단적 독점에 의해 확립 유지되었다
진정한 행복은 욕망의 억제에 있는 것은 아닐까
***문자로 기록되는 내용에는 허구가 들어가기 쉽다(역사왜곡)
인간에게는 병을 스스로 치유하는 힘이 있다
<암과 싸우지 마라>, <항암제의 부작용을 알 수 있는 책>
#사랑은 들어가 보는 것이 아니라 빠지는 것
“사랑이란, 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이란, 빠지는 것이다. 쿵 하고 맨홀에 떨어지듯 빠지는 것이다…(예쁘서 잘생겼서).., 하는 것은 맨홀에 들어가 본 것이지, 맨홀에 빠진 것은 아니다”
#세계의 깡패국가, 미국
미국 소비 석유의 중동산 석유 비율? 18%불과, 중동 석유없이도 충분!
중동에 군대를 주둔시키려 하는 것은 세계의 자금과 자원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경제적으로 유럽이나 일본에 의존하고 있는 미국은 늘 세계적인 전쟁 상태를 필요로 한다. 그를 통해 세계에서 자처하는 자신의 군사적•정치적 존재 의미가 정당화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혼돈과 전쟁의 원인으로 어렵게 생각해 낸 것이 ‘국제 테러리즘’이라는 신화다.
미국에게 ‘테러와의 전쟁’은 연기일지도 모르지만, 희생양으로 선택된 나라의 국민들에게는 생지옥이다
<이라크 걸프전의 아이들: 열화우라늄탄은 무엇을 남겼나>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겐 잔혹한 일본 파시즘
파산금융기관 공적자금 투입
인질 구출에 세금을 사용할 수 없다
#생명을 위협하는 먹을거리의 세계화
<싸다면 그것으로 만족하는가>
“싼 것을 먹는다는 것은 생명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체 생명보다 귀중한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농업의 근대화란 ‘순환’의 파괴였다”
“경제성장이 필요한 이유는 빚 때문이다”
“농가가 무너지지 않은 것은 규모를 확대하지 않아서다”
도시에 사는 소비자로서는 절대 상상할 수 없는 식견!
#테러리스트보다 저널리스트를 섬멸하라
왜 푸틴 정권은 그녀를 그토록 두려워했을까? 목숨 건 취재를 통해 전해주는 것은 보통 시민의 눈으로 본 전쟁에 농락당하는 극히 보통 사람들의 모습이다
#”신문은 친구를 사귀어서는 안 된다”
19세기 신문왕 퓰리처의 경고
거짓 정보 때문에 여론이 움직인 결과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은 영원히 살아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저널리스트의 자부심은 아주 오만해 보이기도 한다
사람은 일정한 비율로 죽어 가기 때문에, 장례 업계는 경기 동향에 가장 영향을 받지 않는 안정된 업종으로 알려져 왔다
#논리와 합리로는 인간 사회의 심연에 이를 수 없다
세계화? 시장경제로 대표되는 서양의 ‘논리와 합리’의 포로가 되어 ‘보통 국가’ 따위는 되지 말라
공산주의도, 시장 원리도, 실력주의도 너무 철저하게 진행되면 인간사회는 필연적으로 파탄나고 만다
통역이 가능할 정도의 어학 능력? 그 나라 소설을 능숙하게 읽을 정도의 어학 능력은 필수 조건
타액이야말로 최고의 약이며 음식에 들어 있는 발암물질도 씹으면 소멸한다?
#생태계를 지키는 존재의 무게
광합성 산물의 순환 과정을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공로자? 지렁이
싸구려 살충제나 고엽제의 남용과 지나친 개발 때문에 생태계의 많은 종이 멸종 위기에 처했다
나는 벌써 20년 이상 지렁이를 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화들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은 여행의 적?
매력 있는 책은 여행을 닮아 내 마음을 순식간에 일상의 굴레에서 해방시켜 다른 시공간으로 데려다 준다. 따라서 여행을 함께할 책은 정말 주의 깊게 잘 골라야 한다(여행은 뒷전, 책읽기에 빠진 여행)
#이런 서점이 있다면
서적은 인류의 공유재산이라는 생각이 세계의 상식으로? 디지털문헌 정보 데이터베이스 구축
책은 참으로 불가사의한 상품입니다. 물건이면서 물건이 아니니 말입니다.
천재가 되는 조건? IQ향상법? “…무엇이든 단정하지 말고 유연한 마음을 가져라. 단정한다는 것은 배움을 그만둔다는 것을 의미한다. 성취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모두 직접 행동하라.”
<먹을거리는 모두 살아 있다>
“농사가 건강해야 먹을거리가 건강하고 먹을거리가 건강해야 인간이 건강하다”
이대로라면 다음 세대는 “농사 없는 나라에, 먹을거리 없는 백성”이 될 것이다
초식동물인 소에게 왜 “병든 소나 죽은 소까지 원료로 해 만든” 육골분을, 그것도 소의 미각을 속이기 위해 냄새나 다른 맛을 가미하면서까지 먹이고 있는 것일까? ‘육골분’은 동물의 고기나 뼈가 원료이므로 고단백•고칼슘이기 때문에 젖소에게 먹인다. 경제성을 지나치게 추구하다 보니, 젖소에서 짤 수 있는 젖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나는 왜 채식주의자가 되었는가)
#일본에서 제일 행복한 공무원들
<기적을 일으킨 마을 이야기>
알맹이 없는 일만 하는 공무원, 자본도 없고 기업 유치도 생각할 수 없는 벽촌 마을을 ‘고동성장이라는 악마’로부터 지켜 인구 감소를 막고 마을의 자립을 확보하기 위해 좌파를 싫어하는 이토 씨가 선택한 방법? 사회주의적 정책이었다! 모두 마을이 운영(마을기업)
한 국가의 사회주의는 역사 속에서 무너져 버렸지만, 작은 규모의 공동체에서 활용한 사회주의적 방식은 약육강식의 자본 논리로부터 인간적 삶을 지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인터넷 기업의 노동 현장
<아마존닷컴의 빛과 그림자>
시급900엔 승진도 보답도 없이 갑작스런 작업 중지와 시급 중단, 거의 강제적인 잔업에도 불평할 수 없고 노동조합도 없이 계역기간 2개월에 그저 기계의 부품이 되기를 강요받는 작업 현장
작업의 세분화에 따라 작업자가 자신의 노동이 갖는 의미를 잃고 기계 대신 작동하는 인간, 대체 가능한 노동력으로 언제든지 버려질 수 있는 인터넷 기업의 현장 잠입기
***서평은 항상 시험을 받는다
많은 시간과 수고, 원고료는 싸다. 크게 다루어지지도 않는다
좋은 서평? 요약+서평가의 분명한 의식=새로운 식견 탄생!
결국 지금까지 없었던 지혜를 낳는 부지런한 창작가인 것이다
투명한 통역가와 견고한 암석 같은 서평가
“아이들이 (몰두해서) 읽지 않으면 그것은 교과서가 아니다”
“미국의 속국에 불과한 일본에 외무성이 있다는 것은…액세서리와 같은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에세이 한 권을 구상할 수 있을 것 같으며, 구소련이나 러시아에 관한 항목을 찾아 읽는 것만으로도 이미 소련•러시아 현대사를 한 권 읽은 것과 같은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잘 알려져 있듯이, 그녀는 고르바초프와 옐친이 이름을 지명해 의뢰할 정도로 러시아어 동시통역의 일인자였다
“좋은 통역의 조건은, 그 나라의 소설을 자유자재로 읽어낼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자국의 소설도 읽어 낼 수 있는 능력”임을 지론으로 삼은 만큼, 그녀는 러시아문학을 널리, 그리고 깊이 있게 읽어 냈다.
번역을 마친 지금, 그녀가 소개해 준 책들 중에서 내가 읽고 싶어진 책을 목록으로 만들어 보려고 한다. 그만큼 그녀가 소개해 주는 책은 누구나 관심을 가질 만하면서 여기에 질 좋은 가치까지 느끼게 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