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조하는 삶. 한병철. 154-156쪽.
도래하는 사회-노발리스 탄생 250주년에 부쳐
모든 것을 파괴해야 하지는 않을 것이며 전혀 새로운 세계가 시작되지도 않을 것이다. 다만 이 찻잔이나 저 덤불이나 저 돌을, 그런 식으로 모든 것을 조금만 옮기면 된다. 그러나 이 조금을 실행하기가 너무 어렵고 이 조금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내기가 너무나 어렵기 때문에, 세계와 관련된 그 일을 인간들은 할 수 없고, 그 일을 위해 메시아가 온다.

노발리스가 남긴 다음과 같은 메모는 카발라에 정통 한 랍비가 등장하는 저 비유를 연상시킨다.
“미래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과거 세계에서와 같다 – 또한 그럼에도 모든 것이 전혀 다르다.”
실제로 주어진 것들만 따지면, 미래 세계는 과거 세계와 똑같다. 새로 추가되는 것도 없고 제거되는 것도 없다. 그럼에도 도래하는 세계에 서는 모든 것이 전혀 다르다. 카발라에 정통한 그 랍비와 달리 노발리스는 미래 세계가 어떤 모습일지 넌지시 말한다. 같은 메모에서 노발리스는 흥미롭게도 “이성적인 카오스Vernünftioes Chaos“를 언급한다…어떤 것도 홀로 고립되지 않는다. 어떤 것도 자기 안에 굳건히 머무르지 않는다. 아무것도 자기를 주장하지 않는다. 사물들을 갈라놓는 굳건한 경계는 없다. 사물들은 서로를 향해 열린다. 바꿔 말해, 사물들은 서로에게 우호적이게 된다. 사물들의 우호적인 미소가 동일성이라는 죔쇠를 녹여버린다. 사물들은 서로에게 흘러들어 뒤섞인다.
세계는 우호적인 뒤죽박죽 상태에서, “이성적인 카오스” 상태에서 환히 빛난다.

노발리스의 도래하는 사회는 우호성의 윤리에 기반을 둔다. 그 윤리는 고립과 분열과 소외를 제거한다. 도래하는 사회는 화해와 평화의 시대다…도래하는 평화의 나라에서 인간과 자연은 화해한다.

노발리스의 도래하는사회는 우호성의윤리에 기반을 둔다. 그 윤리는 고립과 분열과 소외를 제거한다. 도래하는 사회는 화해와 평화의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