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료헤이. 18~25쪽
“저… 우동… 일인분입니다만….괜찮을까요?”
“물론입니다. 어서 이쪽으로 오세요.”
여주인은 작년과 같은 2번 테이블로 안내하면서,
“우동 일인분!”
하고 커다랗게 소리친다.
“네엣! 우동 일인분.”
주인은 이렇게 대답하면서 막 꺼버린 화덕에 불을 붙인다.
“저, 여보…. 서비스로 3인분 내줍시다.”
조용히 귀엣말을 하는 여주인에게,
“안 돼요. 그런 일을 하면 도리어 거북하게 여길 거요.”
남편 역시 작은 목소리로 말하여 둥근 우동 하나 반을 삶는다.
“이제 보니 당신 얼굴은 무뚝뚝해도 좋은 구석이 많은 사람이구려.”
미소를 머금는 아내는 아랑곳하지 않고, 변함없이 입을 다물고 삶은 우동을 그릇에 담아 주는 주인이다.
테이블 위에 놓은 한 그릇의 우동을 둘러싼 세 모자의 얘기 소리가 카운터 안과 바깥의 두 사람에게 들려온다.
“으…. 맛있어요.”
“올해도 북해정 우동을 먹게 되네요?”
“내년에도 먹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다 먹고 나자, 150엔을 지불하고 나가는 세 사람의 뒷모습에 주인 내외는,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날도 수십 번 되풀이했던 인사말로 전송한다.
그 다음해의 섣달 그믐날 밤은 여느해보다 더욱 장사가 번성하는 중에 맞게 되었다.
북해정의 주인 내외는 두 사람 모두 먼저 입을 열지는 않았지만 9시 반이 지날 무렵부터 안절부적 어쩔 줄을 모른다.
10시를 넘긴 참이어서 종업원을 귀가시킨 주인 내외는, 벽에 붙어 있는 메뉴표를 차례차례 뒤집었다. 금년 여름에 값을 올려 ‘우동 200엔’이라고 쓰여져 있던 메뉴표가 150엔으로 둔갑하고 있었다.
2번 테이블 위에는 이미 30분 전부터 <예약석>이란 팻말이 놓여져 있었다.
10시 반이 되자, 손님들의 발길이 끊어지는 것을 기다리고 있기나 했던 것처럼, 모자 세 사람이 들어왔다.
형은 중학생 교복, 동생은 작년에 형이 입고 있던 점퍼를 헐렁하게 입고 있었다.
두 사람 다 몰라볼 정도로 성정애 있었는데, 그 아이들의 엄마는 여전히 색이 바랜 체크 무늬 반코트 차림 그대로였다.
“어서 오세요!”
웃는 얼굴로 맞이하는 여주인에게, 엄마는 조심조심 말을 꺼낸다.
“저…. 우동…. 이인분데도…. 괜찮겠죠?”
“넷…. 어서 어서, 자, 이쪽으로.”
여주인은 그들을 2번 테이블로 안내하면서, 거기 있던 <예약석>이란 팻말을 슬그머니 치우고 카운터를 행해서 소리친다.
“우동 이인분!”
그걸 받아,
“우동 이인분!”
하고 크게 답한 주인은 둥근 우동 세 덩어리를 뜨거운 국물 속에 집어넣었다.
두 그릇의 우동을 함께 먹는 세 모자의 밝은 목소리가 들리고, 예의 무뚝뚝한 채로 ‘응응’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주인이다.
“형아야, 그리고 쥰아…., 오늘은 너희 둘에게 엄마가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구나.”
“고맙다니요, 무슨 말씀이세요?”
“돌아가신 아빠가 일으켰던 사고로 여덟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부상을 입었잖니. 사실은, 보험으로도 지불할 수 없었던 배상금을 매월 5만 엔씩 계속 갚아가고 있었단다.”
“음…., 알고 있었어요.”
라고 형이 대답한다.
여주인과 주인은 꼼짝도 하지 않고 몰래 듣고 있다.
“지불 약속은 내년 3월까지로 되어 있었지만, 실은 오늘 지불을 전부 끝낼 수 있었단다.”
“네? 정말이에요? 엄마?”
“그래, 정말이고 말고. 형아는 신문 배달을 열심히 해주었고 쥰이 장보기와 저녁 준비를 매일 해 준 덕분에 엄마는 안심하고 일할 수 있었던 거란다. 그래서 정말 열심히 일을 한 덕택에 회사에서 특별 수당을 받았단다. 그것으로 지불을 모두 끝마칠 수 있었던 거야.”
“엄마! 형! 잘됐어요. 하지만 팡으로도 저녁식사 준비는 내가 할 거예요.”
“나도 신문 배달, 계속할래요.”
형은 잠깐 머뭇거리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쥰이라고 나, 사실은 엄마한테 숨기고 있은 것이 있어요. 그것은요…., 11월 첫쨰 일요일, 학교로부터 쥰이의 수업 참관을 하라는 편지가 왔었어요. 그때 쥰은 이미 선생님으로부터 편지를 받아놓고 있었지요.
쥰이 쓴 작문이 북해도의 대표로 전국 콩쿠르에 출품하게 되어서, 수업 참관일에 이 작문을 쥰이 낭독하게 되었다는 거였어요.
선생님이 보내 주신 편지를 엄마에게 보려드리면….무리를 해서라도 회사를 쉬실 것 같아 쥰이 그걸 감췄던 거예요. 그 얘기를 쥰의 친구들한테서 듣고…. 내가 참관일에 갔었던 거죠.”
“그랬구나. 그래서?”
“선생님께서 ‘너는 장래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라는 제목으로 전원에게 작문을 쓰게 하셨는데, 쥰은 <우동 한 그릇>이라는 제목으로 써서 냈대요. 지금부터 그 작문 내용을 읽어드릴게요.
<우동 한 그릇>이라는 제목만 듣고 북해정에서의 일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사실 마음 속으로는 쥰 녀석 무슨 그런 부끄러운 얘기를 썼지! 하고 생각했었죠.
작문은….아빠가 교통 사고로 돌아가셔서 많은 빚을 남겼다는 것, 엄마가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일을 하고 계시다는 것, 내가 조간 석간 신문을 배달하고 있다는 것 등이 전부 쓰여 있었어요.
그러고서 12월 31일 밤 셋이서 먹은 한 그릇의 우동이 그렇게 맛있었다는 것, 셋이서 한 그릇밖에 시키지 못했는데도 우동집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고맙습니다, 새해엔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큰 소리로 말해 주신 일.
그 목소리는 ‘지지 말아라! 힘내! 살아갈 수 있어!’라고 말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요.
그래서 쥰은 어른이 되면, 손님에게 ‘힘내라!’ ‘행복해라!’라는 속마음을 감추고, ‘고맙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 제일의 우동집 주인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커다란 목소리로 읽었어요.”
카운터 안쪽에서, 귀를 기울이고 있을 주인 내외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카운터 깊숙이 웅크린 두 사람은, 한 장의 수건 끝을 서로 잡아당기면서 붙잡고 참을 수 없이 흘러나오는 눈물을 연신 닦았다.
“작문을 다 읽고 나자 선생님이, 쥰이 형이 어머니를 대신해서 와 주었으니 인사라도 하는 게 어떠냐고 해서….”
“그래서 형아는 어떻게 했지?”
“갑자기 요청받았기 때문에, 처음에는 말이 잘 안 나왔지만… 여러분, 항상 쥰과 사이좋게 지내 줘서 고맙습니다. 동생은 매일 저녁 여러분에게 폐를 끼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방금 동생이 <우동 한 그릇>이라고 제목을 말했을 때 나는 처음엔 부끄럽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가슴을 펴고 커다란 목소리로 읽고 있는 동생을 보고 있는 사이에, 한 그릇의 우동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그 마음이 더 부끄러운 것이라고 깨달았습니다.
그때 한 그릇의 우동을 시켜 주신 어머니의 용기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형제가 힘을 합쳐 어머니를 보살펴 드리겠습니다. 앞으로도 쥰과 사이좋게 지내주세요, 라고 말했어요.”
차분하게 서로 손을 잡기도 하고, 웃다가 넘어질 듯이 어깨를 두드리기도 하고, 작년까지와는 아주 달라진 즐거운 그믐날 밤의 광경이었다.
우동을 다 먹고 300엔을 내며 “잘 먹었습니다.”라고 깊이깊이 머리를 숙이며 나가는 세 사람을, 주인 내외는 일년을 마무리하는 커다란 목소리로 “고맙습니다! 새해엔 복 많이 받으세요!”라며 전송했다.

<도종환의 삶 이야기>를 통해서 만난 짧은 이야기를 다시 읽어보며,
‘가난에 찌든 시대를 살았던 어른과 가난을 모르고 자란 신세대가 함께 읽어야 할 눈물과 감동의 스토리’라는 옮긴이의 짧은 부제를 덧붙여 기록해둡니다.
조그만 가게임을
부끄러워하지 말라
그 조그만 당신의 가게에
사람 마음의 아름다움을
가득 채우자. –<마지막 손님> 같은 책 4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