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의 숨. 유경수. 330-333쪽
뿌리에서 균근으로 가면서 우리는 생물학의 큰 분수령을 만난다. 곰팡이를 식물의 실뿌리에 비교하는 것은-우리 눈이 그 둘을 분별하지 못하더라도-생물분류체계의 위계로 보자면 인간을 콜레라균에 비교하는 것과 동급이다. 곰팡이와 식물은 몸을 얻는 방식도, 숨을 쉬는 방식도 다르니 놀랄 일이 아니다. 식물의 경우 전 세계에 40만종이 기록되어 있지만, 지금까지 보고된 곰팡이는 그 반도 안 되는 14만 8000종이다. 이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곰팡이를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직 발견되기를 기다리는 종을 추정할 때, 식물의 경우 10만 종, 곰팡이는 200만~400만 종을 꼽는다. 식물이 곰팡이보다 더 잘 보인다는 명확한 사실 외에도, 곰팡이 종을 형태만으로 식별하기 어렵기도 하고, 곰팡이학자보다는 식물학자가 훨씬 많은 것 또한 곰팡이 종의 발견이 상대적으로 느린 이유다.
곰팡이는 하는 일과 형태에서도 식물보다 다양하다. 균뿌리처럼 식물과 공생관계를 이루는 공팡이 외에 오로지 죽은 식물체와 동물체를 소비하는 곰팡이도 있고, 심지어 동물을 사냥하는 곰팡이도 있다. 식물은 무슨 씨앗인지 알면 다 자란 모습을 상상할 수 있지만, 곰팡이의 형태를 예측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흙 알갱이의 굵기와 뭉침에 따라, 살았거나 죽어 있는 유기물의 종류와 분포에 따라, 토양 속 빈 구멍에 물이 채워지고 비워지는 정도에 따라, 비정형으로 형태를 바꾸어 뻗고 분기하기 때문이다. 곰팡이의 모양은 종의 고유 특성이면서 동시에 모든 시간 및 공간 규모에서 변화무쌍하고 다차원적인 흙의 거울이다.
뿌리를 솎아내며 이러다가 학위를 마칠 날이 오기는 올 것인가 걱정되기 시작할 때, 굴러내리는 바위를 산꼭대기에 도로 올려놓기를 무한 반복해야 했던 시시포스가 떠올랐다. 만약 시시포스에게 인생을 탕진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일을 주는 악역을 맡긴다면, 나는 흙 한 움큼을 주고 곰팡이를 골라내라고 하겠다. 1헥타르(100미터x100미터)의 땅속에는 2~45톤의 곰팡이가 있다. 균사 1그램은 워낙 가늘어서 길이가 10킬로미터에 이르기도 한다. 즉 1헥타르의 흙에는 2000만~4억 5000만 킬로미터 길이의 균사가 있다. 굳이 비교하자면 지구 적도 둘레는 4만 킬로미터를 간신히 넘고, 달은 38만 4000킬로미터 밖에 있다.
나를 놀라게 했던 것은, 사토시가 1그램도 아닌 고작 0.25그램의 흙으로 DNA를 추출한다는 것이었다…흙에서 추출한 DNA는 무수한 박테리아와 곰팡이에서 떨어져 나온 DNA 부속품들이다. 일정 부속품을 가장 비슷한 것끼리 짝지어 이것들이 같은 종에서 왔을 거라고 모아놓은 단위가 OTU였다. 흙에서 분리해낼 수 없고 아직 이름조차 붙일 수 없는 수많은 미샐물의 다양성을 추정하기 위한 분자 수준의 접근이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참피나무와 설탕단풍나무가 우점종인 미네소타 숲 토양 0.25그램에는 3500 OTU종의 박테리아와 800 OTU 종의 곰팡이가 있었다. 미네소타 숲에 92종의 토종 교목과 131종의 토종 관목이 있다는 것과 비교하면, 0.25그램의 흙이 가진 생물종 다양성은 놀라운 것이었다. 비옥한 토양 1그램은 100만 종까지의 미생물을 포함하기도 하며, 박테리아의 다양성이 조 단위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하는 연구자도 있다. 엄지와 검지 사이에 집은 흙에 우리가 지금까지 아는 모든 생명체의 종 다양성이 들어 있다는 것을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