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사람 얼. 함석헌. 77쪽
누구를 기르면 위대한 사람이 될까? 참 사람은 누구가 아니다. 나다. 내살림 바로 하는 것이 인물 기름이요, 민족적인 생명력 회복함이다. 나는, 지금의 이 나의 하는 꼴은 역사적 가시나무 떨기의 좀먹은 잎인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을 잘 따 밭밑에서 썩히면 이 내가 곧 장차 오실 ‘그이’의 한 가는 뿌리다.
5천 년 역사 살림이 겉으로는 얻은 듯하나 속으론 곯았다. 수는 늘었으나 사람은 줄었다. 이것을 모두 바로잡아 키워내야 한다. 어떻게 할까? 무엇을 하기 전에 먼저 마음부터 먹어야 한다. 무슨 마음인가? 영원 무한한 것이 마음이다. 생명이 줄고 얼이 빠진 것은 나를 쭈그렸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를 펴라. 영원 무한에까지 펴라. 나는 영원한 것이요 무한한 것이라고 믿어야 한다. 이 나는 작곡 형편 없는 듯하지만 저 영원 무한에서 잘라낸 한 토막 실오라기다. 그러므로 보이는 것은 작지만 그 나타내는 전체, 그 밑, 그 뜻은 무한히 크고 무한히 긴 것이다. 한가지로 우리 불행의 근본 원인은 우리 스스로를 업신여기는 데 있다. 펴야 한다. 기운을 쭉 펴야 한다. 구부린 놈이 옳은 말을 할 수 없다. 돈 앞에 서거나 칼 앞에 서거나 지식 앞에 서거나 도덕 앞에서까지라도 나를 잃고 구부려서는 아니 된다. 뻗쳐야 한다. 뻗치고 숨을 발꿈치에까지 가도록 쉬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