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 월 키머러.(하인해 옮김) 268쪽.
바위 위, 나무껍질, 보도블록 등 다른 식물이 살지 않는 곳에서 이끼는 혹독한 환경 변화 를 견디며 자란다. 이러한 이끼의 삶은 늘 갈등하며 선택하는 우리 인간의 삶과 묘하게 겹 친다. 아메리카 원주민 출신 여성 식물생태학자란 독특한 이력의 지은이는 작작은 이끼 에서 숲과 도시 같은 거대한 생태계의 비밀을 읽어낸다. 확대경 너머 이끼를 관찰하는 지은이의 시선을 따라가 보자. 자연의 모든 것은 서로 이어져 있으며, 이끼뿐 아니라 인간 역 시그 일부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옛이야기에서 개똥지빠귀, 나무, 이끼, 인간과 같은 모든 생명체는 같은 언어를 썼다. 하지만 그 언어는 오래전에 잊혔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다른 존재의 이야기를 알려면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관찰해야 한다. 나는 이끼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이끼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고, 우리는 이끼로부터 배울 것이 많기 때문이다.
26 이름을 배우며 보이는 것들…용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면 더 잘 볼 수 있다.단어를 아는 것은 보는 법을 배우는 또 하나의 단계다.(이름은 그냥 단어가 아니다, 뜻이 담긴 단어, 낱말이다. 새로운 이름에 담긴 새로운 뜻을 알아야 제대로 아는 것이다)
31 모든 존재는 이름을 지녔다. 어떠한 존재를 이름으로 부르는 것은 존경의 표시고 이름을 무시하는 것은 무례함의 표시다. 단어와 이름은 우리 인간이 서로뿐 아니라 식물과도 관계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56 놀기 위해 일을 하다니 얼마나 복 받았는가.(놀이가 삶인 직업이 어떤 것들이 있을까? 모든 직업이 놀이가 될 수 있다? 일체유심조!)
144 숲이 교란에서 회복될 수 있는 건 다양성 덕분이다. 숲에 난 틈의 종류마다 적응하는 종이 다르다. (새소리…음파(주파수) 스펙트럼의 겹치지 않는 분포, 중복을 피한 분포, 경쟁을 피한 고유 주파수)
205 스플락눔이 세상으로 나올 수 있는 사건들이 연속될 확률은 극히 낮다. 우선 잘 익은 크랜베리가 암사슴을 늪지로 유인해야 한다. 사슴은 코요테가 나타나지 않을까 귀를 쫑긋 세운 채 서서 풀을 뜯는다. 사슴이 배설을 하면 몇 분 동안 배설물에서 계속 김이 난다. 사슴 뒤로 이탄에 발굽 자국이 나고 그곳에 물이 차오르면서 작디작은 못들이 길을 이룬다. 배설물은 암모니아와 부르티산 분자로 쓴 초대장을 공기 중으로 보낸다. 딱정벌레와 벌은 이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하던 일을 계속 한다. 하지만 늪지에서 사방팔방 날아다니던 파리들은 신호를 인식하고 더듬이를 움직인다. 파리는 갓 나온 배설물 위에 모여 표면에서 막 결정화되고 있는 염분 액체를 들이킨다. 알을 밴 암파리는 배설물을 이리저리 살핀 후 온기가 남은 곳에 하얗고 반짝이는 알을 깐다. 파리가 낮 동안 돌아다닐 때 털에 붙은 이물질이 배설물로 옮겨가면서 파리 발에 붙은 스플락눔 포자도 배설물에 안착한다.
234 숲도 감사 기도를 올린다면 이끼에 감사해하는 기도일 것이다…숲의 수분을 유지하는 이끼. 이것 숲에 서식하는 이끼의 아름다움은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이끼는 숲이 기능하는 데 필수적이다.
256 (이끼의 상업적 채취)이끼가 뽑히면 상호작용의 연결망도 같이 사라진다. 새, 강, 도룡뇽이 이끼를 그리워할 것이다.
올봄에 나는 뉴욕주 북부에 있는 우리 동네에서 다년생 식물을 사기 위해 화원에 들렀다. 이끼가 가득한 오리건 숲에서 거의 대륙 하나만큼 떨어진 거리다…“엄마, 여기 좀 봐봐.”…벽을 따라 순록, 테디베어, 우아한 백조 등 각종 녹색 조형물이 실물 크기로 진열되어 있었다. 모두 철사에 오리건 이끼의 유해를 덮은 것이었다. 더 이상 방관자로 남아서는 안 된다.
금보다 귀한 우리- 빛이끼
정말 작다. 하지만 그 정도면 충분하다.
262 어떠한 녹색 생명도 살지 못할 것 같은 그늘진 구석에서도 빛이끼는 필요한 모든 것을 얻는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안에는 불빛이 있었다. 통나무집에 있는 빛과 달리 차가운 빛을 얻는 존재와 나는 유대감을 느꼈다. 빛이끼는 세상에 아주 적게 요구하면서도 그 보답으로 반짝였다. 눈 좋게도 좋은 스승들을 만나온 내게 빛이끼도 그중 하나가 되었다.

언젠가 한 오논다가족 노인은 내게 식물은 우리가 필요할 때 찾아온다고 말했다. 우리가 식물을 활용하고 그 재능에 감사하면 식물은 존중받고 그 결과 강하게 성장한다. 존중받는 한 우리 곁에 머문다. 하지만 우리가 잊으면 떠난다.
커튼은 실수였다. 나는 태양, 별 그리고 반짝이는 이끼로는 집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지나치게 나풀대는 커튼 탓에 내 창밖에서 기다 리는 빛과 공기에 대한 존경을 잃게 하고, 모욕을 주었다. 빛과 공기 대 신 물욕을 받아들여 많은 걸 잊었다. 내게 필요한 모든 것은 바깥에 내 리는 비와 안에 있는 불뿐이고 이미 그것들을 가졌다는 사실을 잊었다.
빛이끼는 나 같은 실수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동굴은 이미 무너진 뒤였다. 커튼을 벽난로로 던져버리자 굴뚝을 타고 올라가 빛나는 별이 되 었다.
그날 밤 난롯불이 호박색으로 꺼지고 달빛이 창으로 쏟아져 들어 올 때 나는 빛이끼를 생각했다. 빛이끼는 굴절된 달빛에도 빛날까? 호 수 바로 위까지 낮아진 태양에서 빛을 받는 날이 일 년에 과연 며칠이 나 될까? 반대편 호숫가에서는 빛이끼가 일출의 빛을 받아 자랄까? 아마 바람이 동굴을 만들고 햇빛이 바위틈으로 직접 들어오는 이곳 호숫가에서만 빛이끼가 자랄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생존조건들이 조화를 이루는 건 거의 불가능하므로 빛이끼는 금보다 훨씬 귀하다. 그 황금이 고블린의 것이든 아니든 말이다.
과학자의 눈만이 아닌 다른 눈, 영혼의 눈으로도 식물을 바라보는 식물학자의 아주 작은, 그러나 충분한 식물인 이끼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