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이렇게 작고 연약하고 미미해 보이지만 그 무엇보다 끈질긴 생명의 힘을 믿는다. 그것은 여성들이 가진 창조의 힘이다. 이러한 지역 공동체, 이 아래에서부터 모아진 진실한 힘들이 나와 공동체와 세상과 지구를 살려낼 것이다.

별명 짓기…호칭은 평등하기 위한 노력이었고, 이 장치는 중요했다. 내 몸을 울려 입으로 내뱉은 서로의 이름은 함께하는 공간을 채우고 각 사람의 속까지 파장을 이어갔다. 맏이 쿠쿠는 손윗사람에게 하듯 막내 지숲에게 예의를 갖췄고, 지숲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위축되거나 할 말을 참지 않았다.
각자 기획한 일은 스스로 책임지고 진행했다…지시하는 사람 따로 있고 몸 움직여 실행하는 사람 따로 있고 그런 건 없었다. 제안자와 실행자를 일치시키려고 노력했다. 제안에 공감하고 흥미를 느끼는 사람이 재량껏 힘을 보태는 건 선택이다…평등하기 위한 노력은 자발성과 효율성을 가져왔다.
83 다행스러운 건 자기와 완전히 다른 서로가 짜증스럽지 않고 고마운 것. 나랑 다른 네가 있어 내 빈구석이 채워지는구나.
괴상한 경쟁이든, 나랑은 도무지 다른 기질이든, 취향과 오랜 습성, 처지 같은 것이든, 아니 존재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함께’는 바꿀 수 없는 커다란 축복임을 오늘도 확인한다.
90 큐레이션…삶에서 모든 촉을 책을 향해 세워두면 자연스레 그 책을 발견했다.
책이 들어오면 읽었고 소개했다. 그러면 팔렸다.
101 ‘코땀‘….“밥 짓고 집 짓고 옷 짓고 사는 일이 이젠 손이 아니라 돈으로 사는 일이 되었습니다. 삶을 산업으로 만들어버린 우리 시대, 자본주의에 포박당한 삶이 우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코땀’ 상품들은 손수 디자인하고 재단하고 꿰매어 만든 수공예 제품들이다.
132 별주막이 잘되어야 여우책장도 잘된다. 별주막뿐일까. 네가 잘되어야 나도 잘된다. 행복은 제로섬이 아니어서 네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해지고, 내가 행복해지면 너도 행복해지는 법.
도와주진 못할망정 가로막지는 않는다
152 맨 처음 뜻을 품은 사람이 제안했고, 그 사람이 그 일을 끌고 갔다. 나머지 사람들은 자기 마음이 동하는 만큼 거들 뿐,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 의무도 없었고, 서로에게 강요하는 역할도 없었다.
프레데릭 라루의 <조직의 재창조>
청록색 조직. 자연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명령을 내리거나 조정하는 중앙의 지시나 통제 없아 모든 세포와 모든 기관에서 나오는 자기조직화의 욕구로 모든 곳에서 늘 일어난다….생명에는 위아래가 없다. 서로를 줄 세우고 위계를 부여하지 않는다. 결정하는 사람 따로, 명령하는 사람 따로, 실행하는 사람이 따로 있지 않다. 제 생명의 본능을 따라 먹고 자고 살고 낳고 먹힌다.
자발적 욕구를 따라 움직이는 살아 있는 존재로서 서로를 신뢰하고 존중하는 여우책방은 저도 몰래 생명 체계를 흉내 내고 있었던 게 아닐까.
157 살아 있음이란 곧 무리하지 않는 게 아닐까.

사막-이문재
사막에
모래보다 더 많은 것이 있다.
모래와 모래 사이다
사막에는 모래보다
모래와 모래 사이가 더 많다.
모래와 모래사이에
사이가 더 많아서
모래는 사막에 사는 것이다.
오래된 일이다.
에코페미니즘. 1976년 프랑스 여성 철학자 프랑소와즈 드본느가 만든 말. 여성운동과 환경운동이 지향하는 비전과 방식이 비슷. 여성에 대한 억압과 자연에 대한 억압은 같은 것이라고 보고, 여성의 해방과 자연의 해방이 함께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했어요.-여우책방 강연회 ‘현경, 길 위의 인생 ’ 중.
171 어릴 때 새 학년 새 반에 가면 지숲은 낯선 친구들을 어떻게 사귀어야 할지 몰라 책상이 얼굴을 파묻고 그림을 그렸다. 그림 뒤로 숨기라도 할 속셈이었을까?
모임. 내가 하고 싶은 걸 한다…사람들은 왜 모이는가. 그 시작은 한 사람의 갈증이구나. 거기서 모임은 태초의 숨을 쉬기 시작한다.
216 서양 미술작품의 사인과 동양화의 낙관. 전혀 달라요. 역할이 완전히 다릅니다. 작품의 완성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에요. 작품을 마주한 감상자가 보거나 읽고 느낀 점..그걸 빈자리에 적어 넣습니다. 첫 창자자의 생각과 표현에 또 다른 의미가 부여되고 확장되고 자라나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감상자‘라는 표현은 틀렸어요. 사실상 ’참여자’가 되니까요.
추가 김정희의 ‘세한도’는 그 폭이 능히 10미터는 될 겁니다. 하지만 실제 추사가 그린 면적은 그중 아주 일부예요. 나머지는 참여자들의 감상이에요. 아주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감상을 보탰어요. 빈자리가 모자라서 종이를 더 이어 붙여 폭이 그렇게 된거예요.
일을 벌인 건 여우책방 조합원 다섯 사람이 맞아요. 하지만 완성은 그들의 몫이 아닙니다. 여우책방은 계속해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고 확장되고 성장할 겁니다. 우리들 덕분에요. 완성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실상 영원히 완성되지 않은 거예요. ‘완성’이란건 ‘이정표‘이지 ’도달점’이아니니까요.
내가 하고 싶은 걸 한다!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다 (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 스스로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삶의 지혜일 수밖에 없는 세상입니다. ‘오래된 미래’와 같은 지혜를 삶의 실천으로 이어가는 아름다운 ‘동네사람들’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