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쓰고, 함께 살다. 조정래.

조정래 등단 50주년 기념 독자와의 대화
그러나 무슨 일에 대해서나 무작정 길게 쓸 수 있는 힘, 이것은 바로 소설을 쓸 수 있은 기본 조건을 실하게 갖춘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문학, 길 없는 길
읽고 읽고 또 읽고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쓰고 쓰고 또 쓰면
열리는 길
구양수가 다독, 다작, 다상량이라고 한 것을 제가 한글로 변주시키고, 두 번째와 세 번째의 순서를 바꾼 것입니다. 그래야 창작에 이르는 길이 바른 순서가 되기 때문입니다.
자기 재능 판별법
많은 심리학자들이 인간에 대해 오래 연구하고 동의한 결론이 있습니다.
‘인간이 가장 하기 어려운 일이 자기를 객관화하는 것이다.’
그 반증이 바로 ‘인간은 남의 결점은 잘 알면서 자신의 결점은 잘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야기되는 인간사의 숱한 말쌍이며 비극을 미리 막아내기 위해 일찍이 예수께서는 ‘내 탓이로서이다, 내 탓이로서이다’응 일깨웠는지도 모릅니다.
30 “딴짓하지 마라. 글만 써라.”
“글이 안 된다고 술 마셔 버릇하지 마라. 글을 다 써놓고 마셔라.”
“방송 좋아하지 마라. 그건 출세가 아니다. 곧 버려지고, 곧 잊혀진다.”
‘혼자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의 길이와 좋은 작품의 수는 비례한다.’
모든 예술 창작은 오로지 혼자 작업하는 것이고, 그 혼자 있음을 에술혼이 불붙어 오르는 절정의 시간으로 가꾸지 못하고 ‘외롭다’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은 예술가의 기본자격 미비자입니다. 그리고 그 ‘외로움’을 견딜 수 없어 사람들을 찾아 회중하려고 나선다면 그 사람은 아예 예술가일 수 없습니다. 정치가 수많은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사람농사라면, 예술은 먼 영혼끼리 교감하는 감동을 창조하는 영혼농사입니다.
친일파의 변명.순수문학론. 그들의 이런 교활한 정치적 행위의 악랄함에 대해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이 날카롭게 비판했습니다.
‘예술은 정치와 무관해야 한다는 주장 자체가 정치적 태도다.’
40 소설의 존재 이유. 소설은 본질적으로 인간과 삶에 대한 탐구입니다. 그리고 그 인간들의 삶의 엮음이 곧 역사입니다. 그러므로 소설이 인간사인 역사를 다루게 되는 것은 필연입니다.
저는 노력하는 시간을 벌려고 술도 마시지 않았습니다.
신념을 가진다는 것. 우리 인간의 삶을 추동하는 데는 두 가지 힘이 작용합니다. 하나는 신념이고, 다른 하나는 희망입니다. 신념은 현실적 힘이고, 희망은 이상적 힘입니다. 그 두 가지 힘은 서로 상호작용하며 상승효과를 나타냅니다.
많은 분들이 영감은 ‘어느 순간 갑자기 떠오른 기발한 생각’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그 개념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좀 부정확하고 불완전합니다. 그래서 보다 총체적이고 구체적으로 정의하고자 합니다.
’영감이란 치열하고 집중적인 사고가 축적되고 축적되어 서로 상호작용의 화학적 변화를 일으키며 폭발하는 순간적 발화이다.‘
소설은 모두에게 필요한 문제를 모두가 공감하고 감동할 수 있게 써내는 것입니다. 사적인 이야기를 써내는 사소설은 가장 쉽되 가장 빨리 무덤을 파는 일입니다.
‘작가는 여든의 나이에도 소년의 마음을 지녀야 한다.’ 괴테가 한 말입니다. 저는 죽는 날까지 소년이고 싶습니다.
‘인생은 단 한 번 살다 간다. 그러므로 별 계획 없이 적당적당 살 수도 있고, 그와 반대로 확실한 계획 아래 최선을 다하며 치열하게 살 수도 있다. 나는 후자를 택했다.’
48 신념을 가진다는 것. 신념과 희망은 의지적 삶을 성취하려면 반드시 가져야 하는 정신적 무기입니다.
71 말솜씨와 글솜씨.
‘전공 분야에서 20년 넘게 각고의 세월을 바쳤으면 열 시간 정도는 아무것도 보지 말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제가 설정하고 있는 ‘지식인의 기본 요건’입니다.
103 평화혁명 만들기. <천년의 질문>의 주제는 탐욕적인 자본권력과 무책임한 정치권력과 비양심적인 언론권력이 상호 결탁하여 병 깊게 망쳐버린 세상을 자각하고 응결된 시민의 힘으로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으로 바꾸는 길을 찾는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일찍이 시도된 문학의 사회적 임무 수행인 혁명 꿈꾸기와 상통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길로 가기 위한 첫 번째 일이 시민 대중들이 당하고 있는 불행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어 모두가 동시에 눈뜨게 하는 것입니다.
105 문학의 이유, 문학의 교육의 목적. 문학은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인간에게 기여해야 한다.
136 나도 매일 길을 잃는다(매일의 일상은 ‘우연’의 연속이다! 필연을 가장한 우연, 미리 계획한 대로가 아닌…)
128 작가의 능력은 ‘인물 창조’로 판가름난다
저는 ‘소설은 인간과 인생에 대한 탐구’라고 했습니다.
<풀꽃도 꽃이다>…‘화내면서 안 읽었다’는 분들이 꽤나 많았다는 말을 들으며 어이없고 허망했던 기분이 다시 떠오릅니다…그건 우리네 부모들이 자식 문제에 대한 집착이 지나치게 크고, 내 자식만은 잘 되어야 한다는 이기적 욕심 또한 너무 크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그것이 이 나라의 문제 많은 교육이 제도의 잘못만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219 “그 사람들은 정권을 획득한 것이 아니라 이권을 획득한 것 같았습니다. 저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적극적으로 말했지만 그들은 듣지 않았고, 결국 저하고는 결별하게 되었습니다.”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던 전 국회의원 정두언 씨가 MBN 방송에서 공개적으로 한 말입니다.
274 ‘문학은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깨닫는 것‘이라는 사실이 귀하의 의식 속에 굳건한 나무로 뿌리 내리면 그 깨달음은 귀하를 이끌어가는 평생의 불빛이 될 것입니다. 이것은 작가의 태도론인 동시에 창작론입니다.
문학의 길은 오로지 혼자 걷는 길이고, 혼자 걷는 길이 어둡지 않으려면 그 깨달음을 확보해야 합니다. 그 말은 추상이 아니라 구체적 사실입니다.
321 시대를 역행하는 맹목적 좌우 대립
스스로 우파라고 자처하는 집단과 세력에서 상대방을 ‘좌파’라고 지칭하는 것은 다분히 정치적 악의와 사상적 모함을 내포한 자기들의 이익 추구 무기화입니다. 아주 쉽게 말해서, 분단상황을 악용해 백전백승을 누려왔던 반공주의의 공격입니다…그러나 이제 반공주의는 일소되어야 합니다.

378 젊은이에게 전하는 네 가지 당부
첫째, 90퍼센트 이상 투표하라.
둘째, 시민단체 활동을 전개하라.
셋째, 하루 10페이지씩이라도 날마다 책을 읽어라.
넷째, 스마트폰에 빠지지 마라.
281 문학과 사회, 사회와 문학
인공지능이고 4차 산업이고, 우리는 그 정체를 똑바로 응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것들은 삶의 수단일 뿐 본질이 아니라는 사실을 투시하고 인식해야 합니다. 그런 기계들의 편리함과 속도감 그리고 표피적인 흥미와 말초적인 재미에 휘말려 서로가 무의식 중에 저지르고 있는 대화 단절은 서로를 소외시키고, 외로움을 가중시키고, 끝나는 영혼의 황폐화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본질적으로 인간은 완벽하지 못하고, 그 미완성적 영혼은 존재와 죽음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을 갖고 있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신적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인공지능이 제아무리 발달해 봤자 그 본질적 문제 해결에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283 사죄하지 않는 일본에게. 단호해야 합니다. 적극적이어야 합니다. 끈질겨야 합니다.
298 케네디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습니다. “한국은 영 골치 아픈 나라인데, 내 생각에는 미군을 한국에서 철수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고 있으니까요. 그냥 옛날처럼 일본이 한국을 통제하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펄 벅 여사는 충격으로 말을 잠시 잊었다가 이내 정색을 하고 공박했습니다. “대통령이란 자리에 있으면서 한국 사람들이 일본을 얼마나 싫어하는지도 모르고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그건 마치 미국이 영국의 지배를 받던 그때로 돌아가라는 것과 같은 소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