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최종규.

도서관학교 숲노래
157 지역의 중심 커뮤니티로서의 역할?
사실, 이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외지인들이다…어떻게 보면 지역 문화 인프라로서의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해서 도서관이 앞으로 지역과 주민들에게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지, 계획은 무엇인지 물었다.

“보셨다시피 이 동네에는 젊은 사람들이 거의 없습니다. 버려진 집도 많고요. 늙으신 분들이 농사를 지으며 살아요. 이분들은 일하지 않을 때 술과 화투로 시간을 보냅니다. 생각해 보면, 이분들은 이제껏 다른 놀이나 즐거움을 거의 누리지 못하셨어요. 이분들과 손잡고 아름다운 그림책을 함께 읽고 싶어요. 시골에서 사는 즐거움은 새, 풀벌레, 나무와 숲이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이가 들어 글씨를 못 읽는 어르신이어도 그림책이나 사진책으로 책을 읽는 즐거움을 함께 할 수 있습니다…제 재주가 글을 쓰는 것…고흥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 보려 합니다..
앞으로 우리 도서관을 학교로 만들 생각입니다. 많은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학교가 아니라, 아이들과 어른이 함께 배우는 그런 학교입니다. 학교에 나이 제한은 없습니다. 배우고 싶은 사람이면 누구든 배울 수 있는 학교이기 때문에 나이를 가를 까닭이 없어요. 이 학교에서는 스스로 살아가는 길을 같이 배우는 그런 곳입니다.
159 인문지식을 떠드는 사람들을 보면 거의 입으로만 떠드는 것 같습니다. 강단에서 인문지식을 이야기하고 집에 들어가면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혀요. 실천이 밑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지식과 실천이 만나는 곳에 인문학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225 스스로 즐기는 책. 책은 스스로 즐김다. 남이 즐겨 줄 수 없는 책이다. 책은 스스로 읽는다. 남이 읽어 줄 수 없는 책이다. 스스로 즐기며 스스로 삶을 누리도록 북돋우는 책이다.
226 도서관 서서는 ‘책을 고르는 이’요, 도서관 사서는 ‘책을 알아내어 널리 나누는 이’라 할 수 있다.
226 글을 쓸 때에는 이야기를 쓴다. 글솜씨나 글재주를 부치려고 글을 쓰지 않는다. 이야기가 있을 때에 글이 된다. 이야기가 있으면 그림도 되고 만화도 되며, 춤과 노래도 된다. 이야기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된다….맞춤법이나 띄어쓰기를 틀린대서 글이 엉터리이지 않다. 노래하는 사람이 가락이나 박자를 놓친들 노래가 엉터리이지 않다. 우리는 기계를 바라지 않는다. 가락과 박자 잘 맞추는 기계가 된대서 노래가 들을 만하지 않으며 예술이 되지 않는다. 이야기를 담아서 쓰는 글이 되어야 읽을 만하다. 이야기를 실어 부르는 노래가 되어야 들을 만하다…이야기가 있는 사진을 그러모을 때에 ‘사진책‘이라 말할 만하다.
235 새 도서관이 선다 하더라도 ‘갓 나오는 책’을 두는 흐름으로 갈 뿐, ‘예전에 나온 책’을 새삼스레 그러모으는 몫은 안 한다. 나는…예전에 나온 책도 바지런히 사서 읽는다. 우리가 읽을 책이란 ‘새로 나오는 책’이 아니라 ‘삶과 사랑이 감도는 이야기가 있는 책’일 테니까.
307 처음부터 끝까지 제 눈길을 사로잡는 글이나 사진을 하나도 보지 못합니다. 눈이 잡히지 않습니다. 요즘이 아닌 꽤 앞서부터 나라안에는 ‘만드는 사진’이 널리 퍼졌습니다…왜 이렇게 있는 그대로 바라볼 줄 모르나 싶습니다. 그러나 조금 더 생각하니, 아이들이 그 대학생이 되기까지 저희 삶을 있는 그대로 꾸리도록 놓여나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