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책을 즐기는 것은 아마도 천행이 있어서이다. 하늘이 다행히도 내 눈을 내려주어 고희에도 자잘한 글씨를 볼 수 있고, 하늘이 다행이도 내 손을 내려주어 고희에도 자잘한 글씨를 쓸 수 있다. 그러마 이것도 천행이라 하기에는 아직 미흡하다.“
”하늘이 다행히도 나의 성을 내려주어 평생토록 속인을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장년부터 노년까지 친척과 빈객이 왕래하는 번거로움 없이 한뜻으로 독서에 전념할 수 있었다…그러나 이것도 천행이라 하기에는 아직 미흡하다.”
”하늘이 다행히도 나에게 심안을 내려주었다. 책을 열면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의 대강의 전말을 본다. 책을 읽고 세상을 논하는 것은 예부터 많이 있었으되, 혹은 껍데기까지 보고 혹은 피부까지 보고 혹은 혈맥까지 보고 혹은 근골까지 본다. 그러나 뼈에 이르는 것이 절정이다…이것이 내가 스스로 천행을 얻었다고 하는 한 가지이다.“

“하늘이 다행히도 나에게 대담함을 내려주었다. 옛날 사람들이 기뻐하고 흠모하며 현자로 여겼던 경우 중에서 나는 많은 경우가 거짓이라고 생각하며, 많은 경우가 실제와 동떨어져 어디에도 맞지 않고 쓰임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그 시비 판단이 옛날 사람과 이처럼 크게 어긋나니, 대담하지 않으면 어쩌겠는가? 이것이 또한 내가 스스로 천행을 얻었다는 두번째 이유이다.”

“이 두 천행이 있어서 늙어서도 배우기를 즐거워한다. 그래서 <독서의 즐거움>을 지어 스스로 즐거워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