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인류의 외피는 너무나 극성을 부리고 있다. 키 겨룸, 속도 겨룸, 양 겨룸에 거의 모든 행복을 소모시키고 있다. 헛 것을 본 것이다. 그런 속에 내 인생, 내 인생설계의 넌출(길게 뻗어나가 너절하게 늘어진 줄기)을 뻗쳐 볼 순 없다. 내 가죽이며 발판은 이미 오래 전에 찢기워져 버렸다. 남은 것은 영혼.

내 일생을 시로 장식해 봤으면.
내 일생을 사랑으로 채워 봤으면.
내 일생을 혁명으로 불질러 봤으면.
세월은 흐른다. 그렇다고 서둘고 싶진 않다.

‘서둘고 싶지 않다!’ 지혜의 숲에 우연히 만난 신동엽시인의 짧은 글이지만, 마음 깊이 와 닿는 시인의 이야기를 잊지 않기 위해 담아 둡니다.
있는 그대로를 말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시대의 예언 같은 이야기! 미래에 대한 예측이 아니라 이미 현실 속에 있는 보이지 않는 미래를 시인의 눈으로, 언어로 말했을 뿐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