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례민. 281쪽

오랑쥬리(오렌지나무 온실)
그린썸(Green Thumb). 정원일에 재능이 있는 사람…기적의 천사 티토스…초록색 엄지로 세상의 전쟁을 멈출 수는 없을지언정 마음의 전쟁은 가라앉힐 수 있다.
모든 사람의 엄지에 초록 물이 들 때까지
정원, 알아차림을 위해 곁에 두는 자연,
자세히 들여다 보는 순간
많은 것이 들어 있고, 보이는 곳.
정원일, 작은 씨앗에서 생명을 탄생시키고,
적당한 흙의 온도를 감지하고,
눈에 보일 듯 말 듯한 잡초의 싹을 뽑는 일.
마당에 심은 감나무,
텃밭이 심은 치커리,
창가에 둔 제랴늄 화분에
책임을 지는 것.
빈 땅에 꽃을 피워 허공에 그림을 완성하는 디자이너,
식물과 사람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사람, 정원사.
그린썸,
초록물이 든 손.
내 손은 점점 마디가 굵어지고 있다.
그러나 내 손은 흙과 친하게 지내고 있다.
식물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있다.
내 손은 살아 움직이고 있다.
엄마가 당신은 식물을 키우는 일이 너무 재미있다며, 딸이 하는 일이 자랑스럽고 대견하다고 하셨단다. 식물을 키우는 일로 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엄마에게는 더없이 신나고 즐거운 일이라 전혀 힘들지 않다고 하셨다 #오렌지나무온실#오랑쥬리#엄마의정원
‘당신의 직업에 얼마니 만족스러워합니까?’…그 결과가 매우 흥미로웠다…가드너(정원사), 플로리스트가 1위를 차지했다…하지만 여기서 그들의 월급이 만족도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이 놀라웠다…모든 정원사들은 독일 정원사의 아버지로 불리는 칼 푀르스터가 남긴 다음 말에 가슴이 벅차오를 것이다.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난다면 나는 또 정원사가 될 것이다. 그다음 생에도 그럴 것이다. 한 번으로 족하기에 정원사란 직업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정원사#칼푀르스터#직업만족도
하지만 바쁜 일상에 치여 지나치면 하루 이틀 사이로 놓치고 만다. 눈여겨보지 않으면 결코 눈에 들어오지 않기에 자연은 기쁨을 내주면서 그 대가로 시간을 요구한다. #자세히오래보아야예쁘다#일상의여유#관찰일기
평생 정원을 가꾸며 정원일의 즐거움을 글로 써내려간 헤르만 헤세는 이렇게 말한다…이란 것이야말로 가장 오래 존속해온 가장 소박하고 경건한 인간 생활이기 때문이다…분명한 것 한 가지는, 내게 질문을 보내오는 이들은 지금 자신도 모르게 정원일의 즐거움에 빠져들고 있다는 점이다. #정원일#헤르만헤세#노동의기쁨
작은 초록 생명이 자신이 가진 모든 에너지를 끌어 모아 잎을 틔우고 꽃을 피운다. 그렇게 이룬 결실인데 어떻게 꽃을 그냥 꽃으로만 볼 수 있을까.
정원의 클라이맥스는 찰나이다…꽃이 피는 시기는 식물마다 차이가 있지만 1년을 그들의 삶으로 본다면 아주 잠깐만 꽃을 피우고 대부분의 생을 꽃이 없는 채 보낸다. 사실 우리는 그 시기를 더 많이 보게 되는데, 관심이 온통 꽃에만 쏠려 있어서 꽃이 없는 동안 그들의 삶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리지 못하곤 한다. #오케스트라#하모니에숨겨진소리의근원
식물을 감상하는 시선이 아닌 식물의 일생을 이해하는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겨울 정원에도 많은 보물이 숨어 있음을 알게 된다. #겨울정원#식물의일생
내가 생각하는 정원이 주는 선물은 ‘사람’이다. 정원이 내게 처음 건넨 선물은 나 자신이 자연 속으로 들어갈 수 있구나, 하는 깨달음이었다. 나에 대해 새롭게 발견하니 정원일을 통해 행복을 얻을 수 있었다…그런데 놀랍게도 정원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은 이미 내 생각보다 많았다. 그들 역시 그 기쁨을 다른 이들에게 전하고 함께 공유하기를 바라고 있었다…그렇게 정원에서의 행복을 함께 갈구하는 사람들이 만나 정원을 빌미로 친구가 된다…정원에 꽃을 보러 가지만 얻어오는 것은 사람이다. 언제든 정원에서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따뜻한 사람 말이다. 내게는 정원으로 연결된 사람이 바로 정원이 주는 가치 있는 선물이다. #사람이꽃보다아름다워#여럿이함께
‘자세히 보아야 보인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아침산책길에서 자연스레 다가온 작은 풀꽃들에 대한 관심이 어느새 시골집정원에 대한 욕심으로 슬며시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만나게 된, 정원사의 아름다운 정원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