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옥 수필집. fr 탐서의즐거움
즉, 인간이란 상상이다. 상상은 고통을 만든다. 고통을 함께하는 인간끼리는 행복하다.
오가던 길에서 스친 풍정과 사람, 생각들이 하나씩 떠오르면서 내 것인 듯 내 것이 아닌 듯 내 안에서 살아 숨쉬기 시작했다.
내가 자란 정신적 풍토는 실제로 친척 중 한 사람은 빨치산이고 다른 한 사람은 빨치산을 잡아 죽여야 하는 경찰이라는 식의, 사상의 횡포가 우리의 전통적 인간관계 위에 군림하는 것을 피부로 느껴야 하는 곳이었다. 사상과 조직은 적어도 나에게는 인간을 살게 하려고 있는 것이 아니고 인간을 죽이려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사상#이념논쟁#사람을죽이는이념
잡문에는 많든 적든, 크든 작든 쓰는 사람의 의견 또는 주장이 안 들어갈 수 없는 법인데 글로 나타낸 의견이나 주장이란 술김에 한 말과는 달라서 그 쓴 사람이 앞으로 무슨 생각이나 일을 하는 데 굉장히 구석이 되고,…소설 제작에는 신통한 노릇을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잡문#수필#글의힘
“고민하고, 고독하고, 그래서 좀 재미있게 써라.”
그것은 울음이다….이 시들을 읽는 동안 내 눈앞에 고향의 풍경들이 어른거렸고 그 풍경들이 새로운 의미로 어른거렸다는 것이다…그리하여 태양이 불타고 쑥이 뻗어가고 삐비꽃들이 패는 동안은 우리는 신음과 통곡으로부터 달아날 수 없다는 것, 아니 단순한 자연의 현상들이 신음처럼 통곡처럼 보일 수밖에 없는 살아 있는 신음과 통곡이 아직도 있다는 것… #김지하시집#황토#발문#그것은울음이다
나의 첫 창작…말하자면 내 첫 창작은 형들의 얘기를 모방한 것이 아니었을까? 실제로 예술 창작 역시 처음에는 남의 작품을 모방하는 데서 시작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어린이들의 상상력 계발에 어른들의 역할이 이만저만 크지 않은 것 같다. #모방은창작의시작#어린이들의상상력#어른의역할
받을 줄도 모른다…그 선배가 말하던 ‘더 두렵고 더 미운 속물’이야말로 저 정체 없는 대중이고 동시에 그들이 돈을 주니까 그 대중에 봉사하는 나 자신임을 깨닫게 되어 소름이 끼치곤 한다. #상업주의#대중문화#속물
“학생들은 미치지 않았어요.”…“우리는 학교에서 배웠어요. 부정한 짓을 하면 안 된다고. 그래서 선거를 부정으로 한 사람들에게 선거를 공정하게 다시 하라고 말했어요. 그것뿐이에요. 미친 것이 아니죠.”
우리가 감사해야 할 사람들은 바로 50년대에 자기네 청춘을 희생한 사람들, 40년대에 자기네 청춘을 학대받던 사람들, 30년대에 자기의 청춘을 괴로워한 사람들…다시 말해 과거에 비하면 퍽 평온한 세월, 60년대를 마련하는 데 공연한 사람들이지. 하지만 우리도 약간은 평온하지 않게 지냈어. #제야의문답#419세대
사람들은 나한테서 무엇을 기대하는가? 나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주고 싶어 하고 줄 수 있는가?
슬프게도 그 질문에 대한 제 대답은,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나 자신밖에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이 시대, 이 나리, 이 이웃 속에 살아가면서 보고 듣고 느꼈고 그리하여 상상한 것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제가 줄 수 있는 것은 저의 초라한 상상밖에 없습니다.
바라건대, 제 상상을 드렸다면 제 모든 것을 받은 것으로 여겨주시기 바랍니다….인간만이 홀로 완전한 자유를 상상하며,…상상하므로 현실은 고통스러우며, 고통받으므로 우리는 감히 우리 자신을 돌이나 나무라 하지 않고 인간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다행히 제 고통이 다른 이들의 고통과 같다면 행복할 것ㅇ고, 다른 이들의 고통과 동떨어져 있다면 저는 불행할 것입니다….즉, 인간이란 상상이다. 상상은 고통을 만든다. 고통을 함께하는 인간끼리는 행복하다. #이상문학상수상연설 #소설 #문학이란 #인간 #상상 #공감
바라건대, 제 상상을 드렸다면 제 모든 것을 받은 것으로 여겨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