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감각. 팀 버케드. p255
새가 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내가 깨끗해질수록 세상은 더러워진다”
철학자 토머스 네이글은 1974년에 발표한 유명한 논눈 『박쥐가 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What is it like to be a bat? 』에서 다른 생물이 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인지 결코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느낌과 의식은 ‘주관적’ 경험이기에 누구와도 나눌 수 없고 그 누구도 내 경험을 상상할 수 없다는 것이다. 네이글이 박쥐를 고른 이유는 박쥐가 포유류여서 우리와 공통되는 감각이 많으면서도 우리에게 없는 한 가지 감각-반향정위echolocation이 있어서 우리가 박쥐의 느낌을 아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네이글 말이 옳다. 우리는 박쥐나 새가 되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결코 ‘정확히’ 알 수 없다…하지만…생물학자는 더 실용적인 방법을 취한다. 내가 하려는 것이 이것이다. 생물학자들은 우리의 감각을 확장하는 기술과 여러 가지 머릿속 행동 실험을 동원하여, 다른 생명체가 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를 매우 훌륭히 밝혀냈다.
#시각
박쥐와 뒤영벌 못지않게 매의 감각 세계도 우리와 다르다. 매는 고속의 감각계와 신경계를 갖추고 있어서 반응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 매의 세계는 우리보다 10배 빨리 움직인다.-헬넌 맥도널드 ,『매』
매가 시력이 좋은 이유? 안구 뒤쪽에 있는 시각적 민감점인 눈오목fovea이 사람과 달리 두 개이기 때문.
새는 포유류에 비해 눈이 크다. 단순화하자면 눈이 클수록 시력이 좋다.
하지만 새의 눈은 기만적이다. 보기보다 더 크다!
“겉보기에 작아보이는 것은 동공을 빼고는 죄다 피부와 깃털에 덮여 있기 때문이다.”
눈의 크기가 중요한 이유? 눈이 클수록 망막에 맺히는 상이 크다. 12인치 텔레비전을 보다가 36인치 텔레비전을 본다고 상상해보라. 화면이 클수록 픽셀이 많듯 눈이 클수록 광수용기가 많아서 상의 화질이 좋아진다.
새가 이빨이 없는 이유? 머리가 무거우면 나는 데 불편하므로 눈의 크기에 한계가 있다. 새가 이빨이 없는 이유는 눈이 커야 하는데 나는 데 불편하면 안 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새는 이빨 대신 근육질 위가 있으며, 이빨을 대신하여 먹이를 으깨는 모래주머니의 위치는 복부의 무게중심 근처다.
우리는 왼쪽 눈과 오른쪽 눈의 역할이 다르다는 것을 상상하기 힘들지만, 이 현상은 모든 새에게서 일어난다. 이를테면 새끼 가금은 부모에게 다가갈 때 왼쪽 눈으로 본다. 매는 먹이 사냥할 때 일직선으로 덮치기보다는 넓은 호를 그리며 다가가는데, 오른쪽 눈을 주로 사용한다…편측화가 이토록 널리 퍼져 있는 것을 보면 어떤 기능이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니다. 실제로 편측화에는 특별한 기능이 잇다. 흥미롭게도 편측화가 심할수록 해당 개체는 특정한 작업을 더 능숙하게 수행한다.
한쪽 눈을 뜨고 자는 새. 청둥오리를 연구한 바에 따르면 무리 한가운데에서 자는 녀석들은 가장자리에서 자는 녀석들에 비해 눈을뜬 채 자는 시간이 훨씬 적으며 무리 가장자리에 있는 녀석들은 포식자에가접근할 만한 방향을 바라보는 눈을 뜨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눈을 뜨고 자는 것이 매우 유용한 두 번째 상황. 새는 자면서 날 수 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지만, 조류학자 데이비드 랙은 유럽칼새를 연구하면서 저녁 어스름에 날아올랐다가 이튿날 아침까지 돌아오지 않는 것을 보고 녀석들이 날면서 자는 것이 틀림없다고 추론했다. 세계1차대전 공군조종사 경험. 특수 야간 작전 수행중 3000미터 상공에서 엔진 정지 활강중 신기한 장면 목격, “불현듯 새들의 무리에 둘러싸였다. 녀석들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두 마리를 잡아서 확인해보니 놀랍게도 칼새였다.
#청각
조류의 청력이 고도로 발달한 것은 의심할 수 없다. 조류는 단순히 소리를 자각하는 것이 아니라 음높이, 음, 가락, 음악을 구별하고 이해한다.-앨프리드 뉴턴, 『조류 사전』
엄청난 소리를 내는 새들. 메추라기뜸부기는 바로 옆에서 들으면 약 100데시벨에 이른다. 메추라기뜸부기 소리를 가까이에서 15분간 들으면 청력이 손상된다.
그렇다면 어째서 메추라기뜸부기의 귀는 멀쩡한가? 비결은 자기 목소리를 줄이는 반사작용. 19세기 조류학자 앨프리드 뉴턴이 이런 글을 남겻다. “발정의 활홀경이 끝나기까지 몇 초 동안 수컷이 바깥 소리를 전혀 듣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알려져 있다.” 일시적으로 귀가 머는 것은 소리를 내는동안과 그 뒤로 몇 초간 피부 덮개가 바깥귀를 막기 떄문이다.
새에게는 ‘귀’가 없다. 조류와 포유류의 귀는 바깥귀, 가운데뒤, 속귀 세부분으로 이루어진다. 사람의 귀와 새의 귀, 가장 뚜렷한 차이점은 새에게는 귓바퀴가 없다. 귀가 어디 있는지 찾기 힘들다. 귓구멍은 눈 뒤 살짝 아래에, 우리 귀와 위치가 대략 비슷한다.
“새에게 귓바퀴가 없는 것은 공기 흐름을 방해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조류학에서 가장 눈에 띄는 발견은 온대 지방에 사는 새의 내장이 계절에 따라 큰 변화를 겪는다는 것이다.
유럽참새 수컷은 겨울에는 고환이 핀대가리만큼 작지만 번식기가 되면 삶은 콩만큼 부풀어 오른다. 암컷도 자궁관이 겨울에는 실 같은 조직에 불과하지만 번식기가 되면 난자를 배출할 수 있는 우람한 근육질의 관으로 바뀐다.
이 엄청난 효과를 일으키는 것은 낮 길이의 변화다. 날 길이는 뇌의 호르몬을 자극함으로써 생식샘 자체의 호르몬 분비를 자극한다. 한편 호르몬은 수컷이 노래를 시작하도록 유도한다. 이런 변화와 관련하여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발견은 뇌의 각 부위의 크기가 철따라 달라진다는 1970년대의 연구 결과일 것이다. 전혀 예상치 못한 발견이었다. 뇌의 조직과 신경세포는 ‘고정’되어 있으며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그대로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 통념이었기 때문이다.(현대인은 ‘잠’이 아니라 ‘어둠’이 부족하다)
올빼미. 무엇보다 흥미로운 특징은 아주 조용히 비행하는 능력. 올빼미는 날개짓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가면올빼미의 날개짓, 진동수가 1킬로헤르츠. 그 덕에 올빼니는 날면서도 먹잇감의 소리를 놓치지 않는다. 생쥐가 풀 속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는 훨씬 높은 6~9킬로헤르츠다. 게다가 생쥐는 3킬로헤르츠 이하의 소리에 상대적으로 둔감하기 때문에 올빼미가 접근하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
‘롱바르 효과’. 시끄러운 환경에서 음량을 키우는 반사 운동.(시끄러운 자동차도로변의 메미울음 소리)
1900년 초 프랑스 이빈후과 의사 에티엔 롱바르가 발견, 상대방이 내게 말할고 있을 때 내 아이팟 헤드폰이 켜지면 나도 모르게 대답하는 소리가 커진다. 상대방이 “소리 안 질러도 다 들려!”라고 말할 정도로, 이것이 롱바르 효과.
박쥐의 반향정위. 눈에 까만 안대를 씌워도 정상적으로 날아다닌다.
#촉각
새의 딱딱한 부리는 정교한 촉각에 알맞은 기관이 아닌 듯하다….종말기관(신경종말)이 있다는 것은 이 부위가 촉각적으로 가장 민감함을 시사한다.-제리 펌프리, 『새의 감각기관』

부리는 둔감하다? 사실 새 부리는 둔감과는 거리가 멀다. 새의 부리와 혀 곳곳에는 작은 구멍 속에 수많은 촉각 수용기가 들어 있다.(부리는 새의 손?!)
딱딱구리의 도끼같은 부리? 답을 알려면 우리의 손을 보면 된다. 주먹을 쥐면 무기가 되지만 손바닥을 펴면 감각이 아주 예민해진다!
털깃털의 비밀. 상대방 깃 다듬기를 할 때 수혜자의 피부의 촉각수용기가 관여하는 것은 분명하다
새끼 뻐꾸기가 주인집 알이나 새끼를 둥지에서 직접 밀어내어 경쟁자를 제거한다는 사실을 잘 알려져 있다. 에드워드 제너가 1788년 직접 관찰하기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주인집 알이나 새끼는 어른 뻐꾸기가 없애주는 줄 알았다. ‘모성애를 능욕하는 극악무도한 만행’이라고 표현.
#후각
조류학 분야에서는, 더 나은 이름이 없어서 으레 ‘본능’으로 통하지만 실제로는 인식 가능한 습성인 것들이 있다. 모든 것이 이따금 아리송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당혹스러운 것은 냄새 맡는 능력이다. 어떤 사람은 있다고 어떤 사람은 없다고 한다.-존 거니,『새의 후각에 대하여』
#자각
이따금 가설로 제기되기는 했지만 한 번도 존재 사실이 알려지지 않는 능력.-『조류 신백과사전』

위치추적기라는 신기술 덕에 새들이 얼마나 먼 거리를 비행하는지 더 포괄적이고상세하게 알 수 있었지만, 새들이 ‘어떻게’ 길을 찾고 여행을 하는지에 대해서는-적어도 지금까지는-좋은 의견이 별로 나오지 않았다.
새는 지구 자기장은 ‘본다’. 빌트슈코 연구진의 유럽울새 실험, 오른쪽 눈을 가리고 왼쪽 눈으로만 보게 했더니 방향을 찾지 못했다. 지구 자기장을 감지하지 못한 것이다. 이 놀라운 결과는 오른쪽 눈만이 지구 자기장을 감지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정서
많은 과학자들은 동물을 언급할 때 ‘정서’라는 용어를 쓰는 것을 거북해하는 듯 하다. 인간이 느끼는 것과 같은 주관적인 경험을 인간중심적으로 가정한다고 오해받을까봐 우려하기 때문이다.-폴, 하딩, 멘들, ‘동물의 정서 과정을 측정하다: 인지적 접근법의 효용’ 『신경과학과 행동 리뷰』
다윈의 통찰. 찰스 다윈은 조류와 포유류 같은 동물이 정서를 경험한다고 분명히 믿었다.
데카르트는 동물이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고 가정했다. 동물의 고통을 부정하면 동물과 인간과 구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이것은 카톨릭 교회의 염원이기도 했다) 동물을 학대하면서도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데카르트와 동시대 인물인 박물하자 존 레이를 비롯한 사람들은 동물에게 감정이 없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감각은 실제로는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여러 감각기관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동시에, 종종 잠재의식적으로 활용하고 처리한다.
홍학은 먼 곳의 비를 감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비가 ‘얼마나 많이’ 내리는지도 알기 때문에 강수량이 번식에 충분할 경우에만 해안의 겨울 보금자리를 떠난다.
아직까지는, 홍학 등이 어떤 감각을 이용하여 먼 비를 감지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