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숲. 남효창. p437
숲과 나무를 이해하고 식별하기
나무는 무엇으로 살고,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나무는 제 잎을 갉아 먹는 애벌레에게도, 제 몸뚱이를 파헤쳐 집을 짓는 딱따구리에게도, 애써 생산해 놓은 열매를 냉큼 삼켜 버리는 다람쥐나 새들에게도, 집을 짓기 위해 찾아온 벌목꾼에게도 아낌없이 자신을 내어 놓는다. 그러니 나무는 누구를 경계하고 두려워해야 할 대상이 없다. 나무의 삶에는 적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나무가 3억 5천만 년의 세월을 지배해 온 이유가 바로 이것이 아닐까!
『장자』 「외편」의 ‘나무 닭’이야기
“닭은 이제 싸울 수 있겠나?”
“아직 안 됩니다. 지금은 공연히 허세를 부리며 제 기운만 믿고 있습니다.”
“아직 안 됩니다. 다른 닭의 울음소리를 듣기만 해도 당장 덤벼들려고 합니다.”
“아직 안 됩니다. 상대를 노려보면서 성을 냅니다.”
“이젠 됐습니다. 상대가 울음소리를 내도 태도에 아무런 변화가 없습니다. 멀리서 보면 마치 나무로 만든 닭 같습니다. 그 덕이 온전해진 것입니다. 다른 닭이 감히 상대하지 못하고 달아나 버립니다.”
나무는 우리에게 셀 수 없이 많은 은혜를 베푼다. 그 중 꼭 받아야 할 은혜는 나무가 보여주는 지혜로운 삶이다.
풀꽃으로부터 겸손함을, 나무로부터 존중을 배우는 것, 이것이 바로 인간이 나무와 숲을 만나야 하는 이유이다. 겸손과 존중, 생태적 지혜를 삶으로 실천해 내는 출발이다.
지상에서 산소호흡을 하는 모든 생명들의 모태는 나무이다. 나무가 곤충을 낳았고, 새를 낳았고, 사람을 낳았다. 나무는 시대와 이데올로기를 초월하는 생명의 절대자이다. 그러나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모근 것은 다 내어 놓음으로써 다른 생명들이 숨 쉴 수 있도록 해준다. 나무는 나뭇잎을 갉아먹는 작은 애벌레나, 열매를 주워 먹는 다람쥐나, 밑둥을 베는 벌목꾼을 가리지 않고 제가 지닌 것을 기꺼이 내어 놓는다.
어느 시인의 시구처럼 “모두가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다”면 참으로 무서운 일이다…숲과 자연을 살리는 것이 ‘너’와 ‘그’와 ‘우리’를 살리는 길임을 자각했기 때문이다. 인간은 만물의 상속자일 뿐이지 소유자가 아니다. 단지 그 안에서 삶의 기쁨을 찾는 방법을 학습할 수 있을 뿐이다.
여유를 가지고 하나하나 확인하면서 나무와 숲을 만나다 보면, 어느새 나무와 숲이 내 안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리라 믿는다.
##숲의 교향곡
#숲 속 세상
숲에 귀를 기울여보자. 숲은 언제나 그들의 교향곡을 연주하고 있다. 막 싹을 틔우고 있는 나무는 어떤 소리를 내고 있을까?
반짝이며 쏟아지는 아침햇살은 숲과 어떤 화음을 이루고 있는 걸까? 땅 속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나무는 모두를 품어 기꺼이 삶의 터전이 되어 준다.
싹을 틔운 어린 나무들은 모두 큰 나무로 성장하게 될까? 자연 속에는 결코 평탄함만 존재하지 않는다…귀엽고 사랑스러운 새싹 하나가 제대로 자라기 위해서는 수많은 난관을 통과해야 한다.
일액현상. 밤과 아침의 극심한 온도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 기온변화가 심한 봄날 아침에 쉽게 관찰할 수 있다.
광합성. 생물 가운데 식물만이 유일하게 무기물을 유기물로 합성해 낼 수 있다
흙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을까? 불과 1센티미터의 층이 만들어지는 데 수백 년읙 세월이 흘러야 한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바위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바뀌는 온도를 겪는다. 때문에 바위에 틈이 생기고, 틈 사이로 나무뿌리가 파고들고, 암석 틈으로 녹아내린 물이 식물에게 좋은 양분이 되어 주면서, 점차 흙으로 풍화되어 간다.
#숲과 인간
생태와 환경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들풀이나 야생동물들, 그리고 곤충들은 그야말로 자연스럽게 자연의 일부로 살아 가는데 과연 우리도 자연의 일부로 조화롭게 살아 가고 있는 걸까? 만약 아니라면 왜 그럴까? 숲의 구조를 살펴 보고 우리들의 존재를 되짚어 보자.
자연은 추상이 아니라 구상이며, 은유가 아니라 생생한 실재이다.
과학은 ‘자연을 대상화’함으로써 자연에 대한 인간의 소외를 부추겨 왔다. ‘환경’이라는 말 속에는 인간이 모든 것의 중심이며, 인간 이외의 모든 것들을 ‘주변’으로 보는 이데올로기가 숨어 있다. 인간의 편리성을 위해서는 마음대로 가꾸고, 마음대로 재배하고, 마음대로 사육해도 된다는 생각을 낳게 된다. 하지만 ‘생태’란 생물과 무생물을 모두 포함하며, 특정한 생명체가 아니라 모두가 존재의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뜻이다. 생태적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이 세상 만물에게 무릎을 꿇을 용기를 내는 일이며, 모두를 받들어 볼 수 있는 존중의 마음을 갖는 작업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에겐 무릎을 꿇고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앙증맞은 들풀들이 있다. 모든 생명에게 존중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거대한 나무들이 아직 우리 곁에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난히도 숲을 사랑한다…그러나 숲에 대한 사랑과는 대조적으로 숲에 대한 지식을 보잘것없다는 사실 또한 부인할 수 없다.
한때는 숲이 거의 존재하지 않을 만큼 숲을 집약적으로 이용한 적도 있다. 숲을 그저 나무의 집합체 이상으로 보지 못한 생태치(생태맹)가 대세였던 것이다.
환경과 생태. 환경은 직선적 개념이며, 생태는 순환적 개념이다.
우리 인간은 편리한 환경을 만들고 싶어한다. 보다 안락한 집을, 빠르게 질러갈 수 있는 교량을 짓고자 한다. 이때에 우리는 한 번 더 고민하고 신중한 선택을 해야 한다.
인간의 잘못된 삶의 방식은 잘못된 경제관념에 있다.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모든 것의 가치판단은 오로지 손익에 있다는 그런 경제관념 말이다.
마침내 자기 자신까지도 고유한 가치를 따지기 전에 경제적 가격을 매긴다.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으면서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모든 건설이 생태 파괴적인 것은 아니다. 제대로 된 방법을 찾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자연 생태를 바르게 아는 일이다. 나무의 초록색은 자신을 위한 색이 아니다. 관계하는 모든 생명체들을 위한 빛깔이다. 나무가 수억 년을 살아올 수 있었던 지혜이다. 나무의 삶을 배우는 일이다.
숲은 하나의 거대한 녹색 댐이다. 토양발달이 잘 이루어진 숲 1제곱미터는 약 200리터의 물을 저장하고 있다. 이는 성인 100명이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식수이다. 당장 사용할 물이 모자란다고 해서 댐을 건설하는 것을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숲은 또한 하나의 거대한 산소 댐이다. 육안으로 볼 수 없지만 나뭇잎을 통해 일어나고 있는 광합성 작용은 우리게게 반드시 필요한 산소를 공급해주고, 이산화탄소를 조절하여 대기의 기온을 안정시켜 준다. 이 놀라운 자연 현상은 인간이 모방할 수 없는, 숲만이 할 수 있는 능력이다…숲은 지구상 모든 생명의 근원이자 그 생명들이 사라지게 하는 열쇠를 쥐고 있다…숲은 훼손되기 전에 보살펴야 한다.
숲 해설가가 되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숲을 가슴으로 느껴야 한다. 숲의 모든 것은 느낌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숲을 배우는 사람이 우선 느껴야 한다. 머리에서 가슴으로가 아닌 가슴에서 머리로 받아들이는 것이 살아 있는 숲의 실제를 이해하는 길이다.
숲 해설은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을 만나게 하는 통합과학이다. 숲을 통해 삶을 이야기할 수 있는 생태철학이다.
숲과 숲 바깥의 온도는 5도 이상의 차이를 보인다. 숲 속에서는 낮과 밤의 온도 차이가 5도 이상 나지 않는다. 그러나 숲이 아닌 논이나 밭 또는 도시나 들판의 밤과 낮은 심할 경우 20도까지 큰 차이를 보일 때도 있다. 많은 야생동물들이 숲을 자신의 보금자리로 삼는 커다란 이유 중의 하나는 숲이 온도 변화에 민감하지 않은 안정적인 기후를 보여 주기 때문이다. 숲이 우거질수록 토양이나 계곡의 물 함량이 많아진다.
탄생과 죽음이 공존하는 숲. 숲에서는 탄생과 죽음이 함께 일어난다. 그곳에서 죽음이란 새로운 개체의 탄생을 위한 밑거름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한때 인간의 삶도 그러했다. 건넌방에서는 갓난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앞집에선 곡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갓난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산부인과 병원으로 가야 하고, 곡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장례식장으로 가야 한다.
가장 지속적이고 자연에 가까운 숲은 반드시 죽은 고사목이나 죽어 가는 나무들이 존재해야 한다.
#나무의 생리
나무가 견고하고 높게 자랄 수 있는 것은 탄수화물로 만들어진 셀룰로오스란 성분 때문이고, 나무가 오래 살 수 있는 이유는 리그닌이라는 성분 때문이다.(셀룰로오스는 세포벽 구성하는 주요성분, 리그닌은 동물이 쉽게 분해할 수 없는 물질로 각종 미생물이나 동물들의 먹이원이 되는 셀룰로오스를 보호하는 방어역할을 한다) 이렇게 셀룰로오스와 리그닌이 결합하여 오래도록 분해되지 않는 단단한 나무로 존재할 수 있다. 사람들이 나무를 켜서 집을 짓거나 각종 가구를 만들어 오랫동안 사용하거나 보존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나이테. 심재와 변재. 계절에 따른 변화, 봄과 여름에 만들어지는 옅고 넓은 부분인 춘재, 늦여름과 가을의 짙고 좁은 부분 추재
나무와 들풀의 차이
들풀에게는 겨울눈이 없지만 나무에게는 겨울눈이 있다.

도장지와 맹아지.
태풍이나 병충해에 의해 죽게 되면 그 옆에 있던 나무는 줄기 속에 잠재해 있던 눈에서 잎 또는 가지를 만들어낸다. 그렇게 발생된 가지를 도장지, 베어진 나무의 그루터기에서 돋아나는 새로운 가지를 맹아지라 부른다
나무의 증산작용. 광합성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증산력. 자작나무는 대략20만 장의 잎을 만들어 내는데 하루 평균 60~70리터의 물을 증산시킬 수 있다. 나무는 아무 무더운 경운 한나절에 400리터의 물을 증산시키기도 한다. 그만큼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잎의 기공이나 표피의 발달이 특별하게 이루어진다.(숲이 시원한 이유?)
#나무의 이름과 특징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나무의 가짓수는 줄잡아 1,000여 종. 이 많은 나무들을 모두 알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익혀가기 위해서 각 나무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살펴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무 이름의 유래. 지역에서 불리는 향명(common names),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것은 학명(scientific names). 1753년 식물학자 린네의 이명법, 속명genus과 종명species, 그리고 명명자로 표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