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은 알고 있다. 대니얼 샤모비츠. p187
What a Plant Knows
#우리와 많이 닮은 식물들 세상_류충민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감동을 받은 것은 ‘과학적’ 시각에서 기술되었다는 점이다.
과학은 흔히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식물의 여섯 가지 감각에 대한 이야기도 어느 누군가의 머릿속에 스치는 엉뚱한 질문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사실 식물이 보거나, 냄새 맡거나, 듣거나, 느끼거나, 기억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런 말도 되지 않는 문장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정의definition의 힘이다. 우리가 보는 것을 무엇이냐고 정의하느냐에 따라 식물도 본다고 할 수 있다. 독자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식물에게 감각을 부여하기 위하여 노력한 다량한 정의들을 즐겨 보시기를 바란다.
개인적으로 이 분야의 연구를 한 지 꽤 오래되었다. 식물과 미생물에 대하여 연구하면서 느낀 것을 한마디로 말하라면 ‘자연의 경이로움’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가 지나치게 인간적인 시각으로 자연을 대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유전체 지도를 모두 가지고 있다고 잘난 체하지만 인간은 아직 눈에 보이지 않는 대장균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잘 모른다. 하지만 대장균은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자극에 반응한다.
#감각하는 식물
내가 식물과 인간이 가진 감각들 사이의 공통점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젊은 시절,..연구를 통해 나는 식물이 스스로 빛 속에 있는지 어둠 속에 있는지를 판단하는 데 필요한 독특한 유전자 집단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나는 한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식물과 동물 사이에는 유전적으로 그리 확연한 차이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연구 분야가 ‘빛에 대한 식물의 반응’에서 ‘초파리의 백혈병’으로 진화했음에도 나는 계속해서 식물과 인간의 유사점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시모어, 밥 좀 줘!”라고 말하는 식물은 없지만, 많은 식물들이 꽤나 많은 것들을 ‘안다’는 사실을 발견하기에 이르렀다.
움직일 수 없는 식물. 그래서 식물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주변 조건들에 반응해 성장을 조절할 수 있도록 복잡한 감각과 조절 체계를 발달시켰다. 예를 들어, 느릅나무는 주변 이웃 나무가 햇빛을 가리면 빛을 받을 수 있는 방향을 향해 성장할 방도를 알아내야 한다. 상추는 이제 막 자신을 잡아먹으려 하는 굶주린 진딧물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해충을 죽일 독성 화학물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또 벚나무는 언제 꽃을 피울지 알고 있어야 한다.
이 책은 『식물의 정신세계The Secret Life of Plants』와 다르다. 이 책에서 식물이 ‘인간인 우리와 같다’라는 류의 주장을 기대한다면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식물은 어떻게 보는가
다윈은 ‘식물학자’였다
다윈은 마지막 저서인 『식물의 운동력』에 이렇게 적었다. “극소수의 식물들만이 측광을 향해 몸을 굽히지 않는다”…이 실험 결과는 ‘식물은 어느 부위로 빛을 보는가’하는 질문으로 이어졌다.
메릴랜드메머드는 언제 꽃을 피우는가? 멈추지 않고 성장을 계속해 수확량은 늘어났지만, 한편으로는 좀처럼 꽃을 피우는 일이 없어 농부들이 이듬해 경작할 작물의 씨앗을 얻을 수 없었던 것이다…하지만 인위적으로 낮 시간을 짧게 만들면 꽃을 피웠다(단일식물!)
‘광주기성photoperiodism’이라고 하는 이 현상은 식물이 스스로 받는 빛의 양을 측정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최초의 강력한 단서가 되었다.
이런 실험들로 식물이 ‘낮’의 길이가 아닌 지속되는 ‘어둠’의 길이를 잰다는 것을 입증했다.
한밤중에 식물의 다양한 부위에 빛줄기를 쏘아 보면 단 한 개의 잎사귀에만 빛을 비추어도 식물 전체를 개화시키기에 충분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눈이 없는 식물, 잎이 없는 인간
식물은 생존하기 위해 주변의 역동적인 시각적 환경을 인식해야 한다. 식물은 빛의 방향, 양, 길이, 색 등을 알 필요가 있다. 식물이 눈에 보이는 (그리고 보이지 않는) 전자기 파장을 감지한다는 것은 명백하다. 우리가 상대적으로 짧은 범위의 파장을 감지하는 반면, 식물은 우리가 감지하는 것보다 더 짧고 긴 파장을 감지한다. 식물은 우리보다 훨씬 더 넓은 범위를 보지만, 영상을 보듯 보지는 않는다. 식물에게는 빛의 신호를 그림을 바꾸는 신경체계가 없다. 대신 식물은 빛 신호를 성장에 필요한 다른 신호로 바꾼다. 식물에게는 눈이 없고, 마찬가지로 우리에게는 잎이 없다(광합성)
#식물은 어떻게 냄새를 맡는가
돌은 움직이고 나무는 이야기한다고 알려져 있다.-셰익스피어, 『맥베스』
식물도 냄새를 맡는다. 식물은 동물이나 인간을 매혹시키는 향기를 풍기는 동시에 자신의 냄새와 주변 식물의 냄새를 맡는다. 식물은 자신의 열매가 여물었을 때, 정원가의 가위에 이웃들이 잘려 나갔을 때, 굶주린 벌레들에게 이웃이 먹히고 있을 때 그 냄새를 맡는다.

먹잇감 찾기. 어떤 식물은 토마토와 밀의 냄새를 구분한다? 토마토를 좋아하고 밀을 싫어하는 미국실새삼!
엿듣기. 냄새로 위험을 감지하는 식물들
워싱턴대학교의 두 과학자 데이비드 로데스와 고든 오리언스의 텥트 애벌레와 흰버드나무 관찰. 애벌레의 공격을 받은 나무들이 이웃의 건강한 나무들에게 “조심해! 너희 자신을 방어해!”라고 신호를 보낸다는 것이었다.
#식물은 어떻게 느끼는가
식물은 누군가가 자신을 만지고 있다는 것을 알 뿐 아니라, 뜨거운 것과 차가운 것을 구분하고, 바람에 자신의 가지가 흔들리는 것도 안다. 식물은 직접적인 접촉을 느낀다.

파리지옥풀의 먹이사냥. 촉각에 반응하는 식물의 전형적인 사례

수줍은 미모사. 미모사에 관한 연구는 잎의 움직임이라는 세계를 이해하는 데 훌륭한 실험 체계를 제공했고, 이는 다른 식물에게도 일반화해서 적용하는 것이 가능했다. 잎을 움직이는 기동세포들이 모인 ‘엽침’이라는 세포 집단에 전기 신호가 작용하면 미모사 잎이 늘어지는 행동이 야기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근육도 없는 잎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식물 세포 생물학에 대한 이해가 조금 필요하다. 동물의 세포와 비슷하게 식물 세포의 원형질은 물풍선을 닮았다. 원형질은 굉장히 많은 물을 담고 있어…식물 세포는 아주 단단하고 곧게 서서 무게를 감당할 수 있다. 하지만 식물에게 수분이 없다면 세포벽에 가해지는 압력이 적어 시들게 된다. 세포 안팎으로 물을 펌프질해서 세포벽에 가해지는 압력의 정도를 조절할 수 있다. 엽침 세포는 각 미모사 잎의 기반에서 찾을 수 있는데, 이는 잎을 움직이는 작은 수압 펌프처럼 작용한다. 엽침 세포에 물이 적으면 압력이 줄어들고 잎들이 스스로 접힌다!(밤낮으로 잎을 펼쳤다 접었다하는 자귀나무와 자귀풀)

만지면 죽는다? 도꼬마리. “우리는 도꼬마리 잎을 매일 몇 초 동안 만지기만 해도 죽일 수 있다는 놀라운 발견과 맞닥뜨렸다!”

#식물은 어떻게 듣는가
사원의 종은 멈추었지만 꽃에서 나는 소리는 여전히 들린다.-마쓰오 바쇼
식물이 소리에 반응한다는 점에 있어서 믿을 만한 결정적인 연구가 별로 없다. 음악이 식물의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를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많이 들어왔는지 생각하면 참 놀라운 일이다. 사람들은 식물이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거듭 생각해 보는 반면, 식물들이 들을 수 있다고 하면 전혀 놀라지 않는다. 우리들 중 많은 이들이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으면 방에서 식물들이 쑥쑥 잘 자란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았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음악과 식물에 관한 연구를 한 것들은 대부분 초등학교 학생들과 비전문가 조사자들이 진행한 것이고, 이들은 과학적 방법에 뿌리를 둔 실험 대조군을 넣어서 실험하지 않았다!
식물은 귀머거리일지 모르지만, 실제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어느 방향으로 자라는지,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고 있다.
#식물은 어떻게 자신의 위치를 아는가
싹은 위로 뿌리는 아래도 자란다. 겉보기에는 매우 단순해 보이지만, 식물은 어느 쪽이 위인지 어떻게 알까? 햇빛때문이라면, 밤에는 어느 쪽이 위인지 어떻게 알까?
중력에 반응. 굴지성
동작 호르몬. 춤추는 식물
#식물은 어떻게 기억하는가
파리지옥풀의 단기 기억. 함정을 닫는 데에는 엄청난 에너지 소모, 다시 여는 데는 몇 시간이 걸린다.따라서 파리지옥은 곤충이 자기 잎 위에서 꾸물거리는 동안 그 시간이 아깝지 않을 만큼 크다는 확신이 있을 때 함정을 재빠르게 닫고 싶어 한다…첫번째 촉감 이후,(촉감을 기억하고 있다가) 20초 내에 두번째 촉감이 있을 때 함정을 닫는다. 더 지나면 첫번째 촉감을 잊는다.
죽을 뻔한 경험.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봄이 되어도 싹이 나지 않는 소련 농부들의 겨울밀? 겨울밀을 심기 전에 냉장고에 넣으면 실제 긴 겨울을 지나지 않고도 밀 씨앗이 발아하고 개화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춘화처리!)
춘화처리는 식물 성장을 돕는 양의 빛과 온도가 주어지는 일 년 중의 다른 계절이 아니라, 겨울 한기가 지나가고 오는 봄이나 여름에 식물이 발아하거나 개화하도록 보장한다.
세대에 걸쳐 유전자에 각인된 생존의 기억
식물은 ‘지적’이다? 분명 식물에게는 생물학적 정보를 저장하고 상기하는 능력이 있다
#인식하는 식물
‘지능’이란 무거운 용어다…사람들은 ‘지능적’이라고 분류하는 일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관해서는 모두 다르게 이해해 왔다…그러나 지능의 정의를 식물에 적용하는 일은 더 큰 논쟁을 야기한다.
식물신경생물학을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은 그 용어 자체가 자극적이고, 따라서 식물과 동물의 정보 처리 방식의 유사점에 대해 더 많은 논쟁과 논의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주관적으로 ‘식물 지능’을 다중지능의 한 양상으로 정의할 수 있지만, 이런 정의는 지능이나 식물학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발전시키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가 여기서 제시하는 질문은 식물이 지능적이냐가 아니다. 우리 모두가 지능이라는 용어의 뜻에 합의하려면 수많은 세월이 걸릴 것이다.
내 질문은 ‘식물은 인식하는가?’이고, 그 답은 ‘실제로 식물은 인식한다’이다.
식물은 자기 주변 세상을 정확히 인식한다. 그들은 자신의 시각적 환경을 인식한다. 적색광, 청색광, 초적광, 자외선을 구분하고, 그에 따라 반응한다. 식물은 자신을 둘러싼 향을 인식하고, 공기 중을 떠도는 극미한 양의 휘발성 성분에도 반응을 보인다. 식물은 무언가가 자신을 만질 때 그것을 알고 다른 촉각들과 구분한다. 식물은 중력을 인식하고, 싹이 위로 자라고 뿌리는 아래도 자라도록 자신의 모양을 바꿀 수 있다. 그리고 식물은 자신의 과거를 인식한다. 그들은 과거에 감염되었던 일이나 경험했던 기후 상태를 기억하고, 그 기억을 바탕으로 현재 자신의 생리를 조정한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식물이 적색광, 청색광, 초적광, 자외선을 구분하고, 그에 따라 반응한다.라고 하는데
어떤 식물로 실험을 하면 더 잘 알 수 있을까요?
궁금해서 실험 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