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곡식. 백승우·김석기. p224
씨앗에 깃든 우리의 미래
#잡곡이 살아야 농업이 산다
같은 농사꾼이라고 해도 타고난 재능은 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밭을 잘 갈고 두둑 짓는 일에 더 신명이 나고, 어떤 사람은 씨앗을 뿌리고 김매는 일을 더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줄기를 유힌하고 가지를 솎아주는 섬세한 일을 더 잘하고, 어떤 사람은 수확해서 갈무리하는 일에 빼어나다.
큰 산 하나만 넘고 강물 하나만 건너도 비바람이 다르고 햇살이 다르고 땅과 흙이 다르니 지역마다 잘 되는 씨앗이 따로 있었을 테고,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니 고집 세고 긍지 높은 농사꾼들, 아마도 제 맘에 맞는 씨앗도 따로 있었을 것이다.
부침가루, 튀김가루, 물엿, 간장, 고추장, 된장, 두부, 빵, 과자, 라면, 짜장면, 짬뽕 등등 온 국민이 즐겨 먹는 가공식품의 재료가 옥수수·콩·밀 등이고, 소·돼지·닭에게 먹이는 사료가 모두 잡곡이다…우리나라 가공식품의 원재료와 곡물사료의 원료는 모두 수입 잡곡이다. 그래서 식량자급률이 겨우 20%대에 머물고 있다. 우리 농업 문제의 원인과 해법이 바로 여기, 잡곡에 농축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잡곡이 살아야 농업이 산다. 잡곡농사가 살아야 국민이 건강해진다.
토종 잡곡이 살아나고, 농촌으로 사람들이 몰려 내려와, 농가마다 잡곡을 심어 맛난 음식을 빚어내고, 도시 골목마다 시골 농가와 연결된 구멍가게가 즐비해서, 농가와 구멍가게와 시민 밥상이 그물망처럼 촘촘하게 짜인 음식네트워크를 만들어 내는 맛있는 꿈을 꾼다. 행간에 숨어 있는 이런 꿈을 책 읽는 분들과 함께 나누면 좋겠는데, 걱정이다. 사람들이 “꿈, 깨!”라고 할 것 같다.
#대표적인 불량식품, 밀
우리 밀은 없다. 밀만 생각하면 슬픔과 분노가 물밀 듯 밀려온다.
미국은 자기들이 먹는 것은 무척 까다롭게 따지면서 자국의 수출품에 대해서는 무책임하기 짝이 없습니다. 우리는 수확할 때만 농약을 뿌리는데 미국은 수확후에도 농약처리를 하는 것이 법으로 인정되어 있기 때문에 수출할 때 안전성 검사도 않고 일단 선적한 후에는 “내가 알게 뭐냐”는 배짱입니다…통관검역만 엄격하면 멀리서 오는 농산물은 발붙일 곳이 없습니다. 여기에다 90년에 한미무역 실무자회담에서 수입농산물의 안전치를 미국 전문가와 협의해서 결정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한국인의 생명까지 미국 전문가의 판단에 맡긴 셈입니다…95년에 플로리다 자몽을 통관검역에서 불합격시키자 “한국정부가 고의로 무역장벽을 만든 것이 명백하다”며 미국무역대표부가 WTO에 제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그러니까 못난 정부는 지게 겁을 먹고 ‘선통관 후검역’하겠다고 발표해버렸습니다. 우리는 언제까지 미국의 오만불손하고 고압적인 압력에 굴복해야만 하는 겁니까? 정말 분통이 터집니다.- 환경운동의 원점에서/서한태 박사와의 대화, 김종철『녹색평론』 50호, 2000
라면, 짜장면, 과자, 빵, 피자, 튀김, 국수 등 애나 어른이나 모두 즐겨 먹는 제2의 주식이랄 수 있는 밀이 이래서야 이거 말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소비하는 밀의 99%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니까 우리밀은 없는 거나 다름이 없다!
#가장 작은 곡식, 조
품 드는 걸 1/5로!
#열 사람이 지어서 한 사람 먹인다, 기장
“그렇게 간단하지를 않아요. 우선 도정비로 20% 떼야지요. 게다가 kg당 만 원이라는 게 그게 소매가지 생산자가가 아니거든. 그리고 소매가가 만 원이라는 것도 아주 비싼 경우에 만 원이지 보통은 8,000~9,000원 사이에요. 그러니, 생산자가는 그보다 더 맞아요. 돈 안 돼.”
“그렇네요. 밭농사로 치면 전혀 돈 안 되는 거죠.”
#일찍 심으면 일찍 먹고, 참깨
쉬운 게 하나 없네
“참깨는 베기도 어려워요….이게 한꺼번에 다 똑같이 자라는 게 아니잖아요? 어떤 거는 벌써 벌어져서 꺠가 다 쏟아졌고, 어떤 거는 아직 시퍼렇고 그렇거든…”
농민은 헉헉대고 지은 농사, 정당한 대가를 당연히 받아야 하지만 아무리 비싸도 못 미치고, 소비자는 어떻게든 좋은 농산물 당연히 먹어야 하는데 아무리 싸도 엄청나게 부담스럽다. 세상이 어쩌다가 이 모양이 된 것일까? 해법은 없을까?
#팥, 좋아서 심는다기 보다도
어쩔 수 없이 심는 팥
팔려고 농사짓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고 한다. 왜냐고? 소출량이 너무 적어서 전혀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 소출량이 적은 작물은 어느 정도 값이 나가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정상인데, 팥은 전혀 그렇지 않을 걸 보면 시장 어딘가가 왜곡된 것 같다.
“그러면 바깥쪽에 있는 거는 떨구는 거 아니예요?”
“그러니까, 자연이란 게 참 공평한 거야. 사람만 다 먹을 수는 없게 해 놨거든.”
#콩농사, 알고 지르면 거둘게 많다
콩세알? 모종을 내서 심으세요! (경력35년 농사꾼의 비법)
#쉬우면서 어렵다, 율무농사
율무가 비싼 이유
도정기가 전국에 딱 두 군데뿐, 대부분 도매상이 대량으로 도정을 하므로 농민들이 직적 도정하려면 눈치 봐가며 사정을 해야 하는 실정이다.
도정비로 율무쌀 20%를 내야 한다고 해도 생산자가와 소비자가 사이에 값 차이가 너무나 크다.
생산자 처지에서는 어떻게든 소비자와 직접 연결해서 직거래하면 수지를 맞출 수 있다. 그래서 도시와 농촌을 잇는 좋은 다리가 될지도 모른다.
날씨, 태풍, 병, 날짐승 피해를 다 피해서 수확한 곡식을 농부한테서 최종적으로 빼앗아 가는 건 결국 사람이다. 제값을 받고 팔 수 있어야 하는데 이게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가난한 농사꾼의 호사, 수수
잔치용 곡식
토종 곡식을 살리는 괴산잡곡. 결제는 수매 다음 날 입금 원칙(1년 동안 애쓴 결과물인데 바로바로 결제를 해드려야 농사짓는 분들도 농사짓는 보람이 있지 않겠어요?), ‘하한가제도’는 적어도 농산물 매매에서는 굉장히 파격이다(‘밭떼기’는 보통 총매매가의 10% 계약금, 농산물 가격 폭락하면 상인들은 계약금 포기, 피해는 고스란히 농가가 떠안아야 한다)
잡곡은 농가에서 직접 씨앗을 받아서 농사지을 수 있는 거의 마지막 농사 영역이다.
#고생고생 사람잡던 보리농사
엄마의 전통농법
“없지! 뭐가 있어? 그때는 다 소로 쟁기질혔지.”
“쟁깃밥을 쇠스랑으로 다 깨서 덮어요? 그 넓은 논을?”
“…말도 말어라. 징글징글허다. 그노무 것, 얼마 먹을 것도 없으믄서 고역고역이 없응께.”
#새로운 비상을 꿈꾸다, 토종 앉은뱅이밀
러시아 육종학자 니콜라이 바빌로프, 20세기 초 115차례 5대륙 탐사
“우리가 재배하는 앉은뱅이밀은 병에 아주 강해요. 한번은 우리밀이란 종자와 토종 밀을 옆에다 심은 적이 있는데, 우리밀은 깜부깃병이 많이 걸렸는데 이건 멀쩡한 기라. 그만큼 병에 강해요. 또 이건 마디마디가 자르고(짧고) 키가 60~70cm 정도밖에 안 돼서 바람에도 절대 안 쓰러져요.”
“수확량은 일반 금강밀 같은 개량종에 비해서 10~20%는 적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이 토종 밀이 미가루가 더 나요. 이건 속껍질이 얇아서 밀기울이 더 적게 나와요. 금강밀 같은 경우 제분하면 밀가루가 60% 정도 나오는데, 토종 밀은 40kg 한 포에서 28kg이 나와요(제분율70%).”
“제일 안타까운 건 뭐냐면, 왜 안 좋은 걸 먹느냐는 거다. 맛있는 우리 토종 밀이 있는데 왜 미국 밀을 사서 먹느냐.”
현재 한국의 농업은 철저히 장사논리로 가고 있다…정부에서 식량자급률 10% 높이겠다 발표, 그 내용을 살펴보면 국내농업을 활성화하겠다기보다는 외국에서 값싸게 재배한 식량을 국내로 들여오겠다는 계획으로, 그 속뜻이 의심스럽다!
#밀은 밀인데? 토종 호밀
“내 꺼 하지, 와 돈 주고 사다 하이”(종자)
이렇듯 오랫동안 한곳에서 농사지으신 분들은 그 땅에, 그리고 그 흙에 어떤 작물이 좋은지 경험적으로 빠삭하게 꿰고 계신다. 그렇기에 늙은 농부의 경험과 지식을 우습게 보면 안 될 일이다. 요즘은 이러한 경험지식을 ‘전통지식’이란 이름으로 새롭게 조명하기도 한다.
#그 맛이 궁금하도다, 기장
언제부터 기장을 재배하고 활용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는 실정이다. 돈이 되지 않는 만큼 주목으 받지 못하는 신세랄까? 기장에 관한 역사를 파면 팔수록 드는 생각은 그것이었다.
거주하는 사람들이 부르는 이름과 행정구역에 표기된 이름이 다른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그것도 이제는 나이드신 어르신들의 기억 속에나 존재할 뿐 급속도록 사라지고 있다. 토종 씨앗이나 원래 땅이름이나 비슷한 처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런, 할머니들이 머리로 농사짓는 사람이 아니라 자연을 느끼며 몸으로 농사짓는 사람이라는 걸 깜빡했다. 그녀들에게 분석은 필요가 없다!
국내산 가격이 1kg에 13,194원인데 수입산은 단돈 2,500원이라고 한다. 다른 곡식들과 마찬가지로 도저히 가격경쟁력에서 이길 수가 없다. 이렇게 귀하고 비싼 기장으로 떡을 하면 그 값을 누가 감당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아도 떡보다 빵이나 케이크를 더 많이 먹는 시절에 말이다.
농가를 방문하면 어떠한 곡식이든 농사짓는 이야기는 쉽게 얻어 들을 수 있다. 하지만 규모화 이전, 곧 그 곡식을 농사지어 수확한 다음 집에서 어떤 방식으로 먹었는지 등에 관한 이야기는 들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다시 말하여 농업에 관한 이야기만 있지, 문화에 관한 이야기는 찾을 수 없다.
#자식만큼 손이 많이 가는 농사, 토종 참깨
농사를 짓다 보면 작물은 살기 어려운 환경, 위기를 느끼는 상황에 부닥칠수록 후손인 씨앗을 많이 남기려 하고, 먹고 살기 좋을 때에는 씨앗을 많이 맺기보다는 자신의 몸을 더욱 크게 키우는 경향은 보인다. 사람도 마찬가지인 생명이라서 살기 좋은 시절에 자연스레 자기 자신에 집중하기에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은 아닐까. 이는 단지 발칙한, 아주 황당한 가설일 뿐이다.
이제는 씨앗을 받는 사람도, 그걸 대로 이어 물려받을 사라도 사라진 시대다. 최고 중요하다는 씨앗은 이제 농업 관련 기업에서 전적으로 생산하여 판매한다.
“…가만 보면 도시 사람들은 자처해서 농약을 먹어요. 약을 안 치고 하면 벌레가 먹을 수 있는데, 그걸 가지고 뭐라고 하면 농사짓는 사람들이 약을 칠 수밖에 없어요.”
이제는 소비자의 의식이 바뀌면 생산방식도 바꿀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더 이상 절대적인 생산량이 부족하여 배를 곯던 시절이 아니다. 안심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농산물을 바란다며 조금 비싸더라도, 조금 작더라도, 벌레가 먹었더라도 농민을 믿고 지원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그 농산물이 토종 씨앗으로 기른 것이라면 금상첨화이리라.
#추위를 몰아내는 기운, 토종 팥
농업의 구조 변화? 집에서 자급을 목적으로 농사지을 때는 집에서 먹을 다양한 작물을 재배해야 한다. 하지만 돈을 버는 것을 주목적으로 농사를 지을 때는 그럴 필요가 없다. 돈이 되는 작물 몇 가지에만 집중하는 식으로 농사가 이루어진다.
“그게 말로는 쉬워도 해보면 어려워. 보고 배우는 걸 해야지 얘기로는 하는 게 틀려.”
그렇다. 지금은 말로 배우는 시대다. 이제 어른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를 듣고 자신이 직접 경험하기보다는 전문가의 책과 글 속에서 진리를 찾는다. 입으로는 소통을 부르짖지만, 정작 실제 생활에서는 단절된 삶만 살고 있다. 핵가족이 되면서 집안 식구들과도 단절되었고, 이웃과도 현관문을 통해 단절되었고, 사회적으로도 단절된 삶을 살아간다. 이렇게 단절된 삶을 살수록 좋은 건 기업이고 전문가들이다. 전문가와 기업들이 사람 사이의 관계가 단절된 틈을 메워준다. 그걸 메워주는 데에는 당연히 ‘돈’이란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외롭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욱더 많은 돈을 바라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더욱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선 더욱더 단절된 외로운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전통농업의 주인공, 토종 콩
전통농업에서 콩을 활용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 땅심을 최대한 회복시키고 유지하도록 한다. 콩은 인간에게 중요한 단밸질 공급원이면서, 흙이 땅심을 유지하도록 돕는 작물이기도 하다.
환상의 콤비? 옥수수+덩굴콩+호박
호박은 풀을 이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작물 가운데 하나
토종씨앗과 전통농업의 부활을 꿈꾸다
현재 토종 씨앗은 전통농업의 소멸과 함께, 그리고 농민의 죽음과 함께 사라지고 있다. 농사가 더이상 집에서 먹을거리 위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산업의 하나로 편입이 되면서 그러한 경향은 더욱 빨라지고 심화하였다.
한데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토종 씨앗이 부활하고 있다. 바로 도시농업이라는 분야이다. 도시농업은 주로 자신이 먹을거리를 농사짓는다…그런 도시농부들에게 토종 씨앗과 전통농업이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수 있을지 모른다!
형식은 있으나 내용이 없다면 빈껍데기일 뿐이다. 지금까지 우린 껍데기는 잘 만들었지만 알맹이는 제대로 채우지 못했다. 사실 우리가 관심을 두지 않아서 그렇지 알맹이는 무궁무진하게 널려 있다. 남의 것에 정신이 팔려 우리 것을 제대로 보지 못했는지도, 아니 우습게 여겼는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의 토종 씨앗과 전통농업에 눈을 돌려보다. 생각보다 더 재미난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잡스러운 세상이 건강하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의 발표에 따르면, 1900년 이후 농업에서 작물의 유전적 다양성이 약 75% 감소했다고 한다…육종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지나치게 풍요로움만 추구하는 지금의 사회구조에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 산업혁명 이후 인간의 삶은 급속도로 바뀌기 시작했다…이러한 변화와 함께 농업 생산방식도 크게 달라진다.
1800년대 중반 아일랜드 대기근, 감자마름병이 돌면서 800만명 가운데 200만명 아사, 감자마름병 확산의 주요 원인? 한 가지 품종의 감자만 심었다! 유전적 다양성이 획일화되어 전염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날이 갈수록 세계적으로 기후변화가 심해지는 오늘날, 기후변화에 맞서 그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유전자를 찾는 일도 다양한 토종 씨앗이 살아 있으면 훨씬 수월할 것이다. 자연은 물론이고 인간사회도 잡스러워야 서로 균형을 이루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
문화의 보존과 계승. 여러 가지 토종 씨앗을 가지고 농사짓는 집에서는 하다못해 요리만 해도 예전 맛을 살린 조리법 등을 활용해서 할 것이다. 농사짓는 방법도 새로운 품종으로 농사짓는 것과 달리 예전의 방식을 잘 살리거나 응용하여 농사지을 수고 있다. 또한 그러한 농사를 짓기 위하여 필요한 농기구들이며 농사력 등도 고유한 방식을 유지할 것이다. 이러한 모든 행위가 바로 문화이다.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되어 나오는 똑같은 가방을 들고 똑같은 옷을 입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문화가 다양하다고 평가할 수 있겠는가?…농촌의 농경문화와 관련하여 그 다양성과 전통을 지키는 방법 가운데 토종 씨앗을 보존하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을 것이다.
토종 씨앗을 케케묵은 낡은 것,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에 방해가 되는 것, 폐기해야 하는 것으로 치부해 버려서는 안 된다. 과거가 없는 미래는 없으며, 뿌리기 없는 열매는 없다. 토종 씨앗은 과거이자 미래이며, 뿌리이자 열매이다. 그래서 토종 씨앗을 잘 보존하는 일은 우리의 과거를 보존하는 동시에 미래를 잘 대비하는 일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