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의 희망 The Dispersion of Seeds.헨리 데이비드 소로우.p237
#소로우가 마지막 남긴 ‘숲의 언어’_옮긴이의 말
길을 가거나 산을 오르다 마주치는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새 한 마리가 모두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모두 어떻게든 ‘씨앗’을 맺고 있거나 씨앗에서 막 자라고 있거나 씨앗을 퍼뜨리는 일에 동참하고 있는, ‘서로 연결된’ 존재였던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막연한 자연이 아니라 구체적인 자연(특히 식물)의 작은 변화에 관심을 가지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었으니, 옮기는 과정의 괴로움이나 책으로 나간 뒤에 있을 질타에 대한 두려움을 잊을 수 있었다
소로우가 구사하는 가설-현장실험-자료수집-검증의 과학적 탐구 과정은 그가 매일매일 마을을 산책하는 동안 이루어진 것이다. 이렇게 지역 생태에 대한 개별주의적 접근은 오늘의 생태학적 기준으로도 새로운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자기 사는 곳을 철저히 연구한 소로우는 콩코드 숲을 자기 손바닥 보듯 훤히 알고 있었다고 한다. 이 책에는 그의 그러한 면모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집 가까운 곳의 자연에서 배우는 것이 가장 값진 것이라고 확신한 그의 정신은 살고 있는 지역에 참으로 무심한 우리에게 큰 교훈을 준다.
“자연에 대해 무지한 만큼 자신에 대해서도 무지한 법이다.”-에머슨
어느 날 소로우는 숲길을 가다가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죽고 나면 내 가슴에 묻혀 있는 참나무가 돋아난 걸 보게 될 거야.”
옮긴이 같은 범인이 이 거인의 발자취를 조금이나마 더듬어보면서 우리가 사는 바로 이 땅 구석에서도 눈에 띄는솜털하나, 도토리 한 톨을 다른 눈으로 보게 된 것은 큰 소득이요 배움이었다. 그 즐거움이 독자들에게 일부나마 전해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씨앗은 어떻게 흩어지는가
이 글에서 나는 자연이 어떻게 숲의 나무와 풀을 심고 가꾸는지를 내가 관찰한 바에 따라 보여주려 한다.
소나무나 단풍나무 씨앗처럼 가벼운 것은 주로 바람과 물이 운반한다. 이보다 무거운 도토리나 호두를 옮기는 일은 동물들의 몫이다.
토양이 척박하거나 돌이 너무 많아서 살기 힘든 곳에 있는 나무가 열매를 더 많이 맺는 경우는 본 적이 있다. 어느 산꼭대기 바위 위로 키와 폭이 각각 90센티미터밖에 안 되는 작은 리기다소나무가 홀로 서 있는데, 그 나무에 나이가 다른 솔방울이 백여 개나 달려 있는 모습을 본 적도 있다…이런 소나무일수록 씨앗이 바로 땅에 떨어져서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신경 쓴다.
떨어진 씨앗들…그것은 농부가 씨를 뿌리는 모습을 닮았다.
씨앗의 여행을 돕는 일꾼들
다람쥐도 소나무 씨앗을 퍼뜨리는 일을 돕는다…녀석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몰랐던 나는 이번 가을에는 제대로 한번 살펴볼 결심을 했다.
숲의 영원한 주인은 없다
숲이 자라는 모습을 관찰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자연은 서두르지 않고 최고의 성과를 거둔다
자연은 이렇게 되는 대로 일하는 듯하면서도 하나의 숲을 창조한다…과학의 눈으로 보면 갑자기 새로운 창조가 일어난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법칙에 따라 점진적인 발전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즉 그런 숲들은 씨앗에서 자란 것으로서 느끼기는 힘들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작용하고 있는 원인의 결과라는 것이다.
여기저기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작은 뚝딱 소리가 어떻게 커다란 참나무나 소나무를 ‘일으키는지’ 알아차리는 사람은 드물다. 길을 가다가 자연이 이런 나무들을 꾸준히 매만지는 소리를 듣고서 자연에게 아는 체하며 말을 거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자연은 결코 필요 이상으로 서두르는 법이 없다. 냉이나 무를 키우는 자연의 모습을 상당히 빨라 보이기도 한다. 반면 소나무나 참나무 숲을 만드는 자연의 모습은 너무 여유롭고 태평스러워서 게으르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앞으로도 기회는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서두르지 않아도 시간은 충분하다!)
이렇게 식물의 씨앗을 흩뿌리는 일은 분명히 바람이 하는 역할 중 하나다.
겨자와 자작나무의 씨앗은 맑은 물속에 20년을 담가두어도 생명을 유지한다?!
지난 15년 동안 나는 메인 주의 야생지대에서 들불을 놓은 경험이 백 번 정도 있다
바람의 역할을 대신하는 새들의 노고
바람이 충분하지 않을 때는 자작나무 씨앗을 먹고 하는 여러 종류의 새들에게 감사해야 한다. 새들이 나뭇가지를 흔들어서 떨어뜨리는 씨앗은 먹는 것보다 열 배나 많다.
물을 이용하는 날개 없는 씨앗
오리나무는 개울가 등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자라기 때문에 씨앗에 날개가 달릴 필요까지는 없다. 물에 떠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람 따라 물 따라, 단풍나무 씨앗
이 지방의 단풍나무류에는 곤충의 날개를 닮은 얇은 막이 씨앗을 싸고 있다
5월 중순경 습지 가장자리를 따라 서 있는 붉은단풍이 무르익어가는 열매를 맺은 모습은 아주 아름답다. 적당히 햇빛이 비칠 때는 더욱 아름답다. 열매이 시과는 대개 분홍빛이 도는 선명한 진홍색이며, 열매와 가지를 연결하는 열매꼭지는 7센티미터남짓한 길이에 열매보다 조금 더 짙은 색깔이다.
단풍나무 씨앗 배달부
동물들도 단풍나무 씨앗을 배달하는 일에 참여하고 있다
앉아서 해를 바라보는 나와 가녀린 가지 위에 쪼그리고 앉은 다람쥐 사이로 흐르는 햇살 아래 투명하게 빛나는 이 열매는 꼭 요정의 것처럼 느껴졌다. 아주 흐뭇한 광경이었다.
이는 분명히 이 새들을 먹이려고 하는 자상한 신의 섭리를 증명하는 일이다.(공중 나는 새를 보라 농사 지 않으며 곡식 모아 곳간 안에 들인 것이 없어도 세상 주관하는 주님 새를 먹여 주시니 너희 먹을 것을 위해 근심할 것 무어냐)
버드나무 씨앗을 품은 솜털의 비행
이 씨앗은 자작나무의 씨앗보다 작고 가볍다. 재어보니 길이는 0.2센티미터에 폭은 길이의 4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 작은 티끌 크기였다.
이런 나무들이 자라게 된 이유를 생각해보면 둑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 나무들의 씨앗과 잔가지가 주변 숲에서 퍼온 흙에 딸려왔기 때문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해마다 공지 중에 둥둥 떠다니는 솜털은 숲과 목초지에 구석구석으로 날아들지만 작은 나무 한 그루로 자라기 위해서는 100만 대 1의 경쟁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충분하다. 그 정도로도 자연의 뜻은 충분히 달성되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무지한 탓에 이 나무의 모진 운명을 동정하곤 했다…하지만 이제는 이 나무의 굽히지 않는 본성을 존경하게 되었다. 이런 버드나무로부터 영감을 얻어낼 수만 있다면 기꺼이 내 수금을 걸겠다. 바야흐로 나는 콩코드 강가에 앉아 이런 발견의 기쁨에 젖어 울 뻔했던 것이다.
거대한 나무의 시작은 티끌 같은 씨앗
이 나무의 씨앗은 자작나무나 버드나무보다는 훨씬 크지만 대부분의 밭작물보다 작다. 지름이 2.2센티미터 정도의 씨앗 방울 하나에는 길이가 0.6센티미터 가량인 곤봉 모양의 씨앗이 300~400개씩 들어 있다.
“콩은 말할 것도 없고 밀과 보리의 낟알이 나무 씨앗보다 훨씬 큰 반면 나무는 이렇게 작은 원천에서 생겨난다는 점은 정말 놀라운 사실이다.”
세계 8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자이언트 세쿼이아, 4천 년이 넘고 90미터까지 자란다
날개 없는 씨앗이 고용한 일꾼, 새
“개똥지빠귀 식도의 멀떠구니를 통과하지 않고서는 그 나무들의 새싹이 돋아나지 않는다는 말이 전해져온다.”
매자나무의 인기가 좋으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하지만 이 나무의 열매를 먹는 새로는 노랑꼬리솔새, 휘파람새, 울새, 붉은꼬리지빠귀, 흉내지빠귀가 있다고 한다.
간단히 마래 나무의 씨앗이나 과피는 네발짐승이나 파충류나 물고기의 것이라기보다는 주로 새를 위한 먹거리다. 새들은 이런 열매에 가장 쉽게 다가갈 수 있으며 씨앗을 가장 멀리 운반해주기에도 적임자이기 때문이다.
엉겅퀴 솜털의 비행
엉겅퀴새
“엉겅퀴솜털이 바다 위로 많이 날리면 바람이 거세질 조짐이다.”
박주가리. 꼬투리는 보통 비가 오고 나면 터진다. 비가 오는 쪽을 피해 아래쪽을 열어젖힌다.


씨앗이 머무는 땅. 나는 오랫동안 이 광경을 관심있게 지켜보았다.
도깨비바늘 씨앗의 무임승차
어떤 사람의 옷차림이 낡고 꼴사납다(old and seedy)는 표현을 종종하곤 한다
놀라운 사실은 이 활엽수들의 씨앗이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썩지 않고 땅속에 있었느냐는 점이었다. 하지만 씨앗이 땅속에 그리 오래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해마다 여러 네발짐승과 새들이 이 씨앗을 날라와서 심었다는 것이다.
어린 참나무를 키우는 소나무 숲
소나무 숲 사이의 참나무? 사실 겉으로 보이는 것이 우리 눈을 속이기 쉬운 법이다. 사실상 참나무 숲이고 소나무는 거의 한 그루도 없다고 보는 것이 진실에 가깝다.
최고의 기술은 자연의 모방
사실 자연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소나무 사이에 참나무를 심고 있다!
자연의 숲의 최고 재배자
소위’독학’을 했다는 이 나무들의 삶에 대해 쓴 글을 보면 어려움 숙에서도 배움을 ‘추구’한 이들의 용기를 칭송하고 있다. 참나무와 히코리 묘목은 여남은 개를 찾아 파낸 다음 그 나무들의 전기를 읽고 그 나무가 겪고 있는 어려움이 어떤 것인지 알아본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씨앗을 모으고 퍼뜨리고 심은 숲의 일꾼들
간단히 말해 이 주제에 특별한 관심이 없는 사람은 네발짐승과 다람쥐가 특히 가을에 나무 씨앗을 모아서 퍼뜨리고 심는 일에 어느 정도 종사하는지 거의 알아차리지 못한다. 이 계절에 가장 부지런한 일꾼은 다람쥐다.
콩코드 숲의 역사
숲을 간섭하는 인간의 역사
하지만 나는 이런 하늘의 선물을 주인들이 얼마나 부분별하게 다루는지 자주 본다. 굶주린 목초지에서 그렇게 돋아나는 숲의 선물을 말이다. 주인들은 자기네 가축들이다 넘어뜨려서 짓밟아 없애도록 내버려둔다.
숲 관리인은 고장에서 선임해야 한다. 가난한 농부의 민생을 살펴줄 사람들이 필요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