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독서. 에밀 파게. p253
볼테르는 사람들이 책을 너무 적게 읽을 뿐 아니라, 배우기 위해 책을 읽는 사람들 대부분이 잘못된 독서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책을 읽을 줄 안다는 건 기술이 있다는 말로, 책을 읽기 위한 기술, 즉 독서의 기술이라는 것이 있다.
“비평가란 다름 아닌 책 읽는 법을 아는 사람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책 읽기를 가르친다.”-생트 뵈브
기록을 바탕으로 작가에게서 얻은 종합적인 사상과 여러 개별적 생각을 정리하고 그 둘 사이의 논리적이거나 개연적인 연결점을 찾을 수만 있다면, 남달리 뛰어나지 않더라도 단단한 글을 쓸 수 있다.
바이올린을 배운다는 것은 연주법을 배우고 연주를 통해 더 큰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 같은 방식의 책 읽기를 배우고 싶지 않은가? 지금부터 나는 전혀 다른 목적과 전혀 다른 관점을 지닌 한 가지 기술에 바치는 한 권의 책을 시작하고자 한다.
#느리게 읽기
책 읽는 방법을 배우고자 한다면 우선 책을 천천히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그 뒤로는 계속 천천히, 자신이 마지막으로 읽게 될 소중한 책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천천히 읽어야만 한다.
느린 독서는 애초에 읽어야 할 책과 읽어서는 안 될 책을 구분해 준다.
‘천천히 읽기’를 제외하고는 어떠한 것도 보편적 독서의 기술이 될 수 없고, 다만 다양한 작품에 따라 서로 다른 독서의 기술들이 있을 뿐이다.
#생각을 담은 책 읽기
지속적인 비교와 대조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실제로 생각을 담은 책을 읽을 때 우리는 책장을 뒤로 넘기는 만큼이나 앞으로 되짚어가며 읽는다. 책을 읽어 나가는 동시에 이미 읽었던 곳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사상가의 생각은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단번에 모두 설명할 수 없다. 생각을 개진해 나갈수 있도록 점점 보충되고 분명해지기에, 전체를 읽지 않고서는 그 책을 소유했다고 주장할 수 없다…오늘 읽은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 어제 읽은 부분을 잊지 말아야 하며, 어제 읽은 부분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오늘 읽은 부분을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일이 마무리되거나 거의 끝에 다다라서야 생겨나는 보편적인 생각이 있다. 생각에서 태어난 생각이 감정과는 거의 무관한 생각이다.
#감정을 담은 책 읽기
조금은 빠르게 읽어도 좋을 책이 있다면, 그것은 사람 영혼에서 나오는 감정을 재료로 삼는 작가의 책이다…그러나 이 독서가 자신을 내던지면서 시작해야 함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작가가 감정을 그리는 목적은 그리는 데에 있지 않다. 작가는 우리에게 감정을 불어넣고자 한다. 철학자가 생각의 씨를 뿌리듯 감정을 다루는 작가는 감정의 씨를 뿌린다. 무엇보다 작가는 우리가 감동하기를 바란다. 감동이란 작가가 작품 속 등장인물에게 내맡긴 감정을 독자와 나누는 일이다.
#연극 작품 읽기
#시인 읽기
크게 소리 내 읽거나 어느 정도 목소리 높여 읽은 것은 낭독이 아니라 귀로 듣고 이해하려는 목적이기에 다음과 같은 방법을 따라야 한다. 우선 구두점에 주의하여 시를 읽어야 한다. 숨죽여 읽을 때 놓치기 쉬운 마침표나 쉼표 그리고 세미콜론 등에 유의해야 한다.
#난해한 작가 읽기
#조악한 작가 읽기
#독서의 적
고대인들이 움브라틸리스 비타라 불렀던 삶은 거의 사라져 버렸다. 이제 ‘그늘에’ 틀어박혀 며칠이고 책 한 권에만 할애할 시간을 가진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는 부분별로는, 스무 장씩 끊어서면 책을 읽고 있기에, 책을 잀었다 하더라도 더는 온전히 읽었다 말할 수 없다. 책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읽어 나가야 한다. 그래야 단순히 작품이 좋은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 작품이 내는 소리를 듣고 잘 이해할 수 있다.
독서의 주적이란 바로 자기애나 소심함, 몰입이나 비판적 정신이다.
자기애, 자기 자신을 사랑하기에 생긴 질투심은 책을 읽거나 읽는 도중에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게 한다.
아무도 자기 의견을 내려는 용기를 보이지 않으면 결국 제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곧장 성공을 보장받지 못할 수 있다.
내가 무엇을 말하려는지를 올바로 이해하려면 잠시만 기다려 보길 바란다. 원하지 않더라도 어쩔 수 없이 여기서는 천천히 가야 하리라.
#비평가 읽기
#거듭하여 읽기
읽기는 감미롭다. 그리고 거듭하여 읽기는 가끔 더더욱 감미롭다.
대개는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겠지만 우리는 처음 읽었을 때보다 다시 읽을 때 작가를 더욱 잘 이해하게 된다.
#독서란 다른 사람과 함께 생각하는 것
책 읽는 법이란 약간의 도움을 얻어 생각하는 법을 말한다.
따라서 책을 읽을 때에도 생각하는 법과 같은 일반적인 법칙이 있다. 천천히 생각해야 하며, 천천히 읽어야 한다. 생각할 때는 신중함을 기해 너무 빨리 자기 생각을 개진하지 말 것이며, 끊임없이 자신에게 반박할 수 있어야 한다. 읽을 때는 신중함을 기해 작가에게 줄곧 반박해야 하나,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에야 토론을 위해 되돌아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생각하기란 단연코 불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잠정적으로 작가를 신임하고, 이후에는 작가를 잘 이해했다는 확신이 서고 나서야 반대해야 한다. 그리고 때가 오면 우리 정신에 떠오르는 가능한 모든 반박을 펼치고, 신중하게 거기에 작가가 대답할 수 있는지, 대답한다면 과연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지를 따져 보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