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강의. 서대원. p656
#『주역』과 만나는 가장 쉬운 길_구본형
“지금 살고 있는 삶이 네가 살고 싶은 바로 그 삶이냐?”
혁언삼취유부(革言三就有孚).-혁언은 세 번 성취되어야 믿음이 생긴다.
혁명과 개혁은 성과 없이는 누구도 설득할 수 없는 것이다. 이념으로 시작하지만 성과 없이는 금반 무너져 내리는 것이 바로 혁명과 개혁이다. 그리고 그러한 실수를 무수히 반복하는 것이 바로 혁명과 개혁인 것이다.
내가 읽은 『주역』은 어떤 책이었던가? 난해한 책/ 주석서나 해설서가 『주역』 자체보다 더 난해한 책/ 점을 치기 위한 책이 아니다/ 주역은 보편타당한 진리를 말한 책이지 장래의 개인적 길흉화복을 예견한 책이 아니다!
주역은 점술서가 아니지만, 끊임없이 인간의 구체적인 삶에 대해 조언하고 있는 책임이 분명하다.
복잡한 첨단의 시대에 필요한 삶과 인생의 가장 근본이 되는 진리를 발견하고 구체적인 생활의 지침을 찾을 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주역』은 실제로 그런 소중한 가르침과 중요한 방편들을 무수히 많이 담고 있는 가장 귀중한 동양의 정신유산이다.
영어로 ‘The Book of Changes’, ‘변화의 책’이라고 번역, 서양문화권에서도 가장 많이 연구되고 사랑받는 동양철학서 가운데 하나
어떻게 읽을 것인가? 단순한 점서가 아니라 심오한 진리 체계를 담은 동양의 철학서요, 경세를 위한 생활수칙을 담은 지혜의 책이라는 관점에서 다시 읽기 시작했다. 이렇게 작은 한 생각을 돌이키자, 『주역』의 글자들이 보이고 구절들이 읽히기 시작했으며, 전체적인 맥락에 숨은 심오한 뜻의 자락들이 밟히기 시작했다. 그때의 그 희열은 이루 다 형언할 수 없는 것이었다.
주역은 자연과 인간, 만물의 존재 원리를 규명한 책, 단순한 점술서라기보다는 오히려 심오한 철학서에 가까운 지혜의 책, 실용적 지혜
#1 건乾_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
乾 元亨利貞(건 원형리정)
군자라 함은 때를 얻고, 환경을 획득하고, 인재를 모두 얻은, 천지인의 삼재를 갖춘 사람을 말한다. 필요한 준비가 완벽하게 갖추어진 사람인 것이다.
亢龍 有悔(항룡 유회)
시간이 지나 때를 넘긴 용에게는 후회할 일이 생긴다. 물러나는 일 역시 타이밍이 중요한다. 세상에는 물러날 때를 놓치고 후회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얼마나 많은가? 무릇 사람은 물러날 때를 알아야 한다.
#2 곤坤_평화와 번영을 위한 유일한 원리, 상생
세상 만물은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스스로 살아가는 방법을 이미 터득하고 있다. 그러나 끊임없이 배우고 익혀야 하는 것이 하나 있으니, 바로 相生의 도리이다.
주역은 우선 자신감을 갖고, 자연에 귀의하라는 말로 그 가르침을 시작한다.
상생의 원리에 기초하여 자연의 도를 터득할 것, 다른사람을 위해 나누고 봉사할 것, 후손들을 위해 자연과 세상을 더욱 아름답고 살기 좋은 낙원으로 가꾸어 나갈 것. 이것이 주역의 ‘곤’이 우리에게 주는 가르침이다.
#3 둔屯_사랑할 때와 기다릴 때
진정한 사랑의 열매는 지혜로운 눈을 가진 자만이 맛볼 수 있다
#4 몽夢_참교육의 도
참 진리는 인간이 구한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요, 진리가 자연스럽게 나를 찾아오는 법이다. 그러므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린아이와도 같은 생명의 순수성이다. 순수성을 잃지 않으면 가르침을 얻게 될 것이나, 순수성을 잃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匪我求童蒙 童蒙求我(비아구동몽 동몽구아)
내가 구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동몽이 나를 구해야 된다. 무릇 진리는 인간이 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가르쳐 주는 법이다.
初筮 告 再三 瀆 瀆則不告(초서 고 재삼 독 독즉불고)
공부가 여러 해 지속되는 동안 순수성은 없어져 버리고 더러움이 끼게 마련이다. 이것이 독이다. 이렇게 되면 자연은 더 이상 그에게 그가 원하는 진리를 일러 주지 않게 된다
자연과 합일함이 몽의 도, 이를 한마디로 동몽이라 하여 교육의 형태 중 최고의 경지로 설명하였다
困蒙 吝(곤몽 린)
곤란한 공부, 어렵고 싫은 공부. 이런 공부를 하면 고난이 많다.
곤몽의 어려움은 모든 어른들이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는 것인데도, 오늘날의 학부모들은 자신들이 이미 겪은 고통을 자녀들에게 다시 강요하고 있다. 이제는 무엇이 잘못되었는가를 살피고 새로운 방안을 찾아야 할 때이다.
童蒙 吉(동몽 길)
어린아이의 공부, 목적도 없고 실용성도 염두에 두지 않는 공부, 오직 자연의 이치에 대한 궁금증으로만 가득 찬 순수한 의문의 세계에서 그 해답을 찾고자 하는 공부가 동몽이다. 이런 어린아이의 순수함이야말로 자연과 동화되고 신과 교감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티 없이 맑은 아이들이야말로 하느님 나라의 진정한 주인이라는 예수의 말과 같은 맥락이다.
#5 수需_어떻게 때를 기다릴 것인가
문왕의 신임을 얻어 세상에 나올 때까지 강태공은 빈 낚싯대를 하수에 드리우고 세월을 낚았다. 그의 경륜이 아무리 뛰어나고 지혜가 놀라웠다고 해도, 그가 만약 조급하게 세상을 호령했다면 주나라는커녕 한 고을도 얻지 못했을 것이다.
利涉大川(리섭대천)
최종적인 대업의 성취를 위해서는 기다림 외에도 마지막 실천적인 모험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때를 모르는 철부지? 자연과 인간의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는 법이다
#9 소축小畜_가정을 통한 작은 행복 만들기의 지혜
사람들은 종종 크고 화려한 성공에만 정신을 빼앗겨서, 작지만 소중한 것들을 돌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그러나 작은 성공을 이루지 못하면 큰일도 도모하기 어렵고, 작은 행복을 느끼지 못하면 결국 큰 행복도 누리지 못하게 된다.
욕심으로 능력 밖의 일을 하니 부인이 걱정하고, 때가 이미 지났는데고 덤벼드니 흉하다
#10 리履_직언하기 전에 생각해야 할 몇 가지
상대방을 무참히 짓밟는 직언은 결국 위험하다. 직언하는 자는 자기의 과거 잘잘못을 먼저 회상하고 반성해야 길하다
#11 태泰_어려운 때를 대비하고 노력하라
어려움이 오래 계속되더라도 허물이 없다면 근심하지 말라.
믿음과 자신감만 있다면 먹고사는 일에는 복이 있게 마련이다
#12 부否_막힌 운을 뚫는 두 가지 방법
거부와 막힘은 인위적인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이런 막힘의 때에는 군자일수록 더 불리하다. 막히는 운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개혁과 갱생을 위해 더욱 노력하기 때문이다.
대인은 막힘의 운을 강하게 거역하니 세상이 그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나 소인배처럼 변화와 발전을 포기하고 현재에 안주함을 부끄러운 일이다.
대인은 금방 망할 것 같은 때에도 누에가 실을 뽑듯이, 꾸준하고 성실하게 일을 풀어 나가는 법이니, 막힘의 운도 마침내 멈춘다.
여기서 더 나아가 막힘의 운을 뒤집고자 노력하니, 처음엔 어려워도 나중에는 성공하여 웃게 된다.
#15 겸謙_강한 자만이 겸손할 수 있다
겸양은 군자도 인격수양을 완성했을 때에야 비로소 도달할 수 있는 경지다. 잘 익은 벼라야 고개를 숙일 수 있다.
#16 예豫_계획, 어떻게 세우고 지켜야 하나
남들과 다른 성공의 이면에는 항상 남들과 다른 계획이 있다.
#17 수隋_난세를 헤쳐 나가는 신민들의 처세술
시대를 관찰하고 믿을 만한 사람을 가려 사귀면 주변을 깨끗이 하라
아름다운 믿음으로 합쳐진 사람과 함께 일하면 길하다
#19 림臨_리더십의 본질은 무엇인가
다스리는 사람은 많으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은 없다
다스림이란 사람 사는 곳에 항상 있는 일이다
#20 관觀_정관을 얻는 지혜
군자는 자신을 알아야 할 뿐만 아니라 타인과 사물을 보는 도리를 깨달아야 허물이 없다
#22 비費_외면의 아름다움과 내면의 멋
자연이 철마다 제 몸을 꾸미듯 사람도 누구나 제 몸을 꾸민다. 단지 마음을 꾸미지 못해 아름답지 못할 뿐이다
#25 무망無妄_무위 세계의 허와 실
무엇이든 그대로 두지 못하고 만지고 두드리고 부수고 새로 만드느라 근심과 걱정, 다툼이 끊이지 않는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두고, 세상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두는 것은 사람이 가장 어려워하는 일이다.
밭을 갈지 않고 수확하며, 개간하지 않고 경작하는 것, 자연의 법칙대로 살아가는 것이 무망이다.
#27 이_속세에서 갈고 닦아라
속세에서도 도을 찾는 이(턱의 원리)의 길을 추구하면 그 끝이 길하다
#33 둔遯_물러남의 지혜
시작보다 어려운 게 일을 끝내는 것이고, 태어나기보다 어려운 게 죽는 일이다.
물러남에는 용기 있는 결단이 있어야 하고, 시기를 놓치면 매사가 작아진다. 준비없이 물러남은 위험하니 더 나아가지 말라.
#36 명이明夷_되는 일이 없을 때의 처세술
명이는 밝은 기운이 상처를 입은 모습이니, 지혜는 있으나 하늘의 때를 얻지 못한 군자의 형상이다. 이런 사람은 아무리 노력을 기울여도 이루어지는 일이 없다.
끝까지 서둘지 말아야 한다
때를 얻지 못하면 만 가지 지혜가 무용지물이다
#37 가인家人_교육과 가정경제를 책임진 가인의 도
가정교육이 엄하면서도 여유가 있으면 후회가 없다
“부부가 똑같은 믿음으로 일생을 사는 것도 행복을 추구하는 중요한 방법 중의 하나입니다.”
….
“『주역』은 아마도 세상 사는 요령을 가르쳐 주는 학문인 모양입니다.”
#38 규_배신과 자성의 회복 사이
어느 날 문득 자신이 잘못 살고 있다고 느껴질 때가 있는가?
가슴을 치며 통공하고 싶을 때가 있는가?
그렇다면 아직 늦지 않았다.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고 가슴도 시리겠지만,
지금까지의 생활을 과감하게 버리고 탈출하라.
자성自性을 회복하라.
이는 함께했던 사람들에게는 배신이 되겠지만, 내게는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마지막 여행이 된다.
#45 췌萃_무리를 이끄는 지혜
사람이 모여야 일이 된다
#47 곤_괴로움에서 벗어나는 지혜
아이들을 돌보느라 파김치가 된 아내를 보듬어라. 밖에서 떠돌다 돌아온 남자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바로 이것이다.
#49 혁革_변화와 혁명의 바른 길
헌 집이 아깝다고 그대로 두면 새 집을 지을 수 없다
#51 진震_자연의 공포를 이기는 방법
하늘은 뚫고 사람은 막는다. 사람이 자꾸 막으니 자연은 자꾸 뚫는다. 그래서 재해가 많아지고 희생이 커진다.
어느 딸만 넷을 키운 아버지의 유언? 제삿날 꼭 모여라. 제일 살기 어려운 형제 집에서, 자매들끼리 저녁을 같이 먹어라. 행복하고 현재의 생활에 만족하면 붉은 색을, 이루지 못한 바램이 있으면 흰 카네이션을 한 송이씩 가져와라. 어머니와 둘 다 죽으면 어머니 돌아가신 날과 번갈아, 매 년 한 번이면 족하다. 만약 너희 형제 중에 한 사람이라도 유고가 생기면, 그 이후에는 모이지 말거라!
#59 환渙_분열의 시기를 넘어가는 지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포탄이 비처럼 퍼붓는 전장에서라면 흩어져야 산다…이 때의 환은 분열의 시기를 넘기기 위한 생존의 기술이다. 또한 붕당과 패거리를 만들어 오히려 분열을 조장하는 무리를 흩어버림도 환이다. 이때의 환은 악의 무리를 소탕하는 통치의 기술이다.
흩어짐에는 왕이 거해야 허물이 없다
너 자신으로부터 달아나라
자연은 그야말로 있는 그대로 자연스러워서 흉할 것도 없고 길할 것도 없다. 다만 사람만이 자연과 멀어져서 모일 때와 흩어질 때를 바로 알지 못하니 흉하게 된다.
#60 절節_한 시대를 마감하는 지혜
대나무가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곧은 건 그 마디가 단단하기 때문이다. 제때 마디를 맺지 못하면 인생이 굽는다.
대나무에서 배우는 절제의 미덕
마디를 맺지 않고 계속 자라기만 한다면 대나무는 당연히 그렇게 크게 자랄 수 없고 약한 바람에도 곧 꺽이거나 휘고 말 것이다…그러므로 마디는 곧 절제의 상징이고, 여기서 더 나아가면 절약의 상징이 된다.
#63 기제旣濟_물을 건넌 자의 여유
기제는 젊음의 운이니 마지막엔느 이로움이 작아진다. 처음은 길하지만 끝은 어지럽다.
濡其首 厲(유기수 려)
그 머리를 적시는 위태롭다
#64 미제未濟_큰 내를 건너는 모험
삶에 완성이 있을까?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죽는 날까지 갈고 닦기를 멈출 수 없다.
未濟 亨 小狐 汔濟 濡其尾 无攸利(미제 형 소호 흘제 유기미 무유리)
작은 여우가 거의 마른 강을 건너다 그 꼬리를 적시니 유리함이 없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젊음의 그 생동하는 기운을 회복해야 한다
有孚于飮酒 无咎 濡其首 有孚失是(유부우음주 무구 유기수 유부실시)
술을 마심에 믿음이 있으면 허물이 없으나, 그 머리를 적시면 믿음이 이에 잃어진다
『주역』은 이처럼 술을 조심하라는 말로 그 대단원의 끝을 맺는다. 대자연의 섭리를 말하지도 않았고, 인간의 운명에 대한 예언을 내놓지도 않았다. 그저 술 조심하라는 말로 그 끝을 맺은 것이다. 실망스러운가? 하지만 필자는 이 마지막 구절을 읽으며 오늘날 우리가 『주역』을 읽어야 할 이유를 거듭 되새기게 된다.
오직 우주와 자연의 질서를 밝혀 이에 합당하게 살라는 가르침만 있을 뿐이다. 누가 언제 복을 받고 누가 언제 흉한 일을 당할 것이라는 예언이 아니라, 어떻게 사는 사람이 길吉하고, 어떻게 사는 사람이 흉凶하게 되는가를 밝혀, 다만 그 나아갈 바의 방향과 지침을 제공할 뿐이다. 이로써 사람마다 점을 치지 않더라도 미래를 읽을 수 있는 힘을 얻고, 귀신에 기대지 않더라도 나아갈 방향을 할 수 있게 하고자 한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당당한 미제자로서, 『주역』의 가르침에 따라 미제가에게 주어진 운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해야 마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