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큼 찾아온 겨울 추위가 아직 익숙치도 않은데, 뜬금없이 먼저 아침산책을 가자는 해와 함께 오랜만에 공릉천 아침산책을 나선다. 속내를 알고보니 산책길에 학교 앞 가게에 들러서 동생들 선물로 사주고 싶은 걸 아빠에게 보여주려는 딴(!)생각을 품고 있었지만, 아빠도 내심 공릉천 오리가족들도 궁금해서 딴마음으로 함께 늦은 아침산책을 나선다.

얼음이 꽁꽁 얼어서인가? 물가가 아닌 풀밭에 모여서 겨울 햇살을 쬐며 쉬고 있는 청둥오리들이 뜬금없이 나타난 불청객에게 놀라 물속으로 날아든다.



아니나 다를까 조금 걷자마자 춥다며 빨리 집으로 돌아가자고 보채면서도 갑자기 배고프다며 간식으로 챙겨온 빵과 과자를 금새 해치우는 해. 산책은 간식을 먹기 위한 핑계였나보다.


둑방길로 올라서서 내려다보니 다시 풀밭으로 올라온 청둥오리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뭔가를 열심히 쪼아먹고 있다. 뭘까 궁금해서 멀찌기서 살펴보니 아직도 파릇파릇한 토끼풀과 겨울풀들을 쪼아먹고 있나보다. 추운 겨우내 무얼먹고 지낼까 하는 궁금증이 조금 풀릴 것 같다. 조금전 불청객 때문에 물속으로 날아든 청둥오리들이 느긋한 휴식이 아닌 간식을 챙기고 있던 것이다. 다음부턴 오리들의 조용한 간식 시간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