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만이 희망이다. 박노해
내가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것은 세상과 인간에 대한 또다른 사랑의 방식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크나큰 고통 속에서 깊은 묵상과 기도, 끊임없는 자기 부정을 통해 꿋꿋한 희망의 사람으로 새롭게 태어난 박노해를 책으로나나 만나보게 되어 반갑습니다…-김수환 추기경
#그 여자 앞에 무너져내리다
#다시
희망찬 사람은
그 자신이 희망이다.
길 찾은 사람은
그 자신이 새 길이다.
참 좋은 사람은
그 자신이 이미 좋은 세상이다.
사람 속에 들어 있다.
사람에서 시작된다.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변화 속에서
사람은 세월이 쌓여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이상을 잃을 때 늙어가는 것이다.
이상도 하나의 생명이라서 계속 성장시키지 않으면 죽고 만다.
사람이 저렇게 변할 수가
세월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거친 세월이 흘러도
늘 푸른 소나무처럼
변함없는 사람은
변한 세월만큼
변화의 빠름과 크기만큼
치열한 자기 변화를 이루어내서
결코 변해서는 안 될 것을
굳건히 지켜가는 사람입니다.
#감동을 위하여
감동할 줄 모르는 사람은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입니다
살아 있음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큰 감사와 은총인지를
나는 몇 번씩 죽음 앞에 세워지고 나서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가장 무서운 것은 나쁜 습성입니다
둔감하고 안이하게 그저 흘러가는 생활입니다
나날의 무의미하고 반복되는 일상생활만큼 인간을 무디게 하고
감각기관과 정신과 감수성을 퇴화시키는 것은 없습니다
두려워하십시오 쓰지 않는 감각기관은 퇴화하고 맙니다
감동할 줄 모르는 사람은 창조력을 잃어버린 사람입니다
감동할 줄 모르는 사람은 더 이상 영적 성장이 멈춰버린 사람입니다
감동을 잃어버리고 생기와 신명이 없는 사람은 미래가 없습니다
…
온몸과 마음과 감성으로 열심히 감동하십시오 감동을 나누십시오
리더십의 핵심은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능력입니다
#키 큰 나무숲을 지나니 내 키가 커졌다
아난다 그것은 잘못입니다 그렇게 말해서는 안 됩니다
착한 벗이 있고 착한 동지와 함께 있다는 것은 이 성스러운 길의 전부입니다
맞아요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다는 것은 ‘이 길의 절반’이 아니라
‘이 길의 전부’인 거예요
#쉬는 것이 일이다
잘 쉬는 사람은 매사를 ‘쉬움’으로 대한다
몸이 훈훈해지고 편암함이 스며들어
제왕이 된 듯 남에게 기꺼이 양보할 수 있는 여유를 갖는다
그리고 그의 삶은 날로 단순미를 얻는다
그런 이는 남과 더불어 있을 때 비로소 ‘줄 게’ 있게 된다
그것은 작은 미소일 수도 있고, 속에 품은 연민일 수도 있다
남을 그냥 놔두는 관용일 수도 있고, 속에 품은 연민일 수도 있다
‘홀로’ 있을 수 없는 자가 베푼다는 서비스는 기실 자신의 병을 전염시키는 것이요.
남을 식민지화하려는 계락일 뿐이다
하느님이 ‘홀로’ 계시다는 것은 그가 그득하다는 의미요.
그 때문에 만유에게 후히 주실 수 있는 것이이라
-제가 좋아하는 곽노순님의 글에서
쉬어라!…
쉬어야 차오르고, 쉬어야 깊어지고, 쉬어야 멀리 내다보며
끝까지 진보할 수 있습니다
쫓기는 삶을 돌이켜 쫓는 삶이 되어야 이 복잡해진 세계 속에 숨어 있는
참사람의 푸른 길을 함께 걸어갈 수 있습니다
지난 불의 시대가 그랬습니다 쉴 틈도 없었고 쉴 생각도 못했습니다
눈 뜨면 투쟁이었고 앉으면 논쟁이었고 사건과 격동의 연속이었습니다
우리가 세계를 모두 책임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
스스로 전위임을 자임했고
시대의 고통과 과제를 다 지고 쓰려지는 순간까지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자고 나면 싸움이고 매일 울분에 젖고 매일 결단하고 밤을 지새고…
그때는 홀로 쉬고 자기를 돌보는 시간이 ‘또 하나의 생산’이 아니라
나약함과 불철저함이었습니다 그때는 그랬습니다
#꽃피는 말
우리 시대에
가장 암울한 말이 있다면
“남 하는 대로”
“나 하나쯤이야”
“세상이 그런데”
우리 시대에
남은 희망의 말이 있다면
“나 하나만이라도”
“내가 있음으로”
“내가 먼저”
#길 잃은 날의 지혜
큰 것을 잃어버렸을 때는
작은 진실부터 살려가십시오
큰 강물이 말라갈 때는
작은 물길부터 살펴봐주십시오
꽃과 열매를 보려거든 먼저
흘과 뿌리를 보살펴주십시오
오늘 비록 앞이 안 보인다고
그저 손 놓고 흘러가지 마십시오
현실을 긍정하고 세상을 배우면서도
세상을 닮지 마십시오 세상을 따르지 마십시오
작은 일 작은 옳음 작은 차이
작은 진보를 소중히 여기십시오
작은 것 속에 이미 큰 길로 나가는 빛이 있고
큰 것은 작은 것들을 비추는 방편일 뿐입니다
현실 속에 생활 속에 이미 와 있는
좋은 세상을 앞서 사는 희망이 되십시오
#나눔과 성장
나누려면 나눌 거리가 있어야 합니다
늘 새롭게 나누어줄 삶의 감동과 이야깃거리가 있어야 합니다
새로 학습한 지식과 정보가 있어야 하고 새로운 깨달음이 있어야 하고
보살펴줄 시간과 물질과 건강이 있어야 나누려는 마음도 자라납니다
함께 나눌 가치 있는 일과 희망과 능력이 생겨나야 합니다
#나의 고객은 누구인가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나도 그대도 현실도 변해갑니다
빠른 변화 속에서는 발빠른 움직임도 좋지만 결국 가장 빠른 것은
바른 방향대로 가는 것이 아닐까요
그대는 지금 누구를 향해 나가고 있습니까
누구의 마음을 헤아려 맞추어가고자 합니까
당신의 최고 결재란은 누구의 것입니까
오직 누구를 바라보고 누구를 좌표 삼아
이 거센 현실의 변화를 뚫어나가고 있습니까
#내 마음 그대 마음
노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참사람은 조금도 고집하는 마음이 없어
백성의 마음을 자신의 마음으로 삼는다
내 마음은 따로 없어
그대 마음이 내 마음
내 슬프은 따로 없어
그대 슬픔이 내 슬픔
내 성공은 따로 없어
그대 웃음이 내 성공
내 변화는 따로 없어
그대 성장이 내 변화
내 이념은 따로 없어
그대 생각이 내 이념
내 갈 길은 따로 없어
그대 올 길이 내 갈 길
#인간의 기본
사랑하는 친구들아 잘 들어
꽃과 열매의 기본은 흙과 씨알 뿌리야
몸 받고 태어나 몸으로 사는 인간의 기본은 먹고 사는 것이야
나라 살림의 기본은 경제와 안보야
진보운동의 기본은 사람이고 민중생활이고 현실 삶이야
기본에 철저해야 해
기본에 충실해야 해
기본을 건너뛴 자는 반드시 무너지는 거야
그러나 기본을 넘어서야 해
기본을 뚫고 나가야 해
기본에만 붙박힌 자는 반드시 쇠망하는 거야
#준비 없는 희망
준비 없는 희망이 있습니다
처절한 정진으로 자기를 갈고 닦아
저 거대한 세력을 기어코 뛰어넘을
진정한 자기 실력을 준비하지 않는 자에게
미래가 없습니다 희망이 없습니다
희망 없는 준비가 있습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변해가는데
세상과 자기를 머릿속에 고정시켜
현실 없는 준비에만 몰두하는 자에게
미래가 없습니다 희망이 없습니다
#가벼워지자
나이 들수록 더 작게, 더 맑게, 더 단순하게, 가벼워져야겠습니다
한 마리 학처럼 훨훨
가벼워져 떠나가야겠습니다
#몸 하나의 희망
길을 잃었다고 자기를 잃어버리지 마십시오
무엇에든 쉬이 놀라지 마십시오 쉬이 들뜨지 마십시오
자기 선 자리에서 현실에 충실하면서도
미래에 대한 모색과 지난날에 대한 정리와
자신을 성찰하는 일에서 균형감각을 놓치지 마십시오
상황이 어려울수록 조용한 자신감을 일지 마십시오
우리가 길을 잃어버리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자기를 잃어버리면 모든 것을 잃는 것입니다
우리가 때를 잃은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몸’을 망쳐버리면 과거도 미래도 다 잃어버리는 것입니다
지금은 긴 호흡으로, ‘몸 하나의 희망’입니다
#세 발 까마구
나에게 예스냐 노냐, 둘 중 하나, 유일 사상을 찍으라고
언젯적 흑백 시험지 한 장 들이대지만
흑과 백 사이가 하늘과 땅만큼 광대무변하여
온갖 빛깔 어우러져 생동하는 삶과 현실이
저마다 살아 흐르며 이어진 온몸의 우주 춤인 걸….
#숨은 야심
나는 참회하듯 돌아갈 것입니다
나 홀로 은둔하듯 돌아가는 게 아니라
우리 시대의 모순과 미래 문제를 고스란히 안고서,
병든 세상을 뿌리부터 바꾸어나가는 신바람나는 농사 마을을 이루기 위해
눈 밝은 친구들과 함께 갈 것입니다
…
정말이지 꼭 한 번 차지하고 싶은 자리가 있습니다
언제나는 우리 농사 마을 이장 노릇 한 번 해봤으면…
젊은 청년들과 여자들 아이들 청소년 노인들 장애우들이
함께 어우러져 사는 우리 농사 마을 이장 노릇,
#어떤 밥상인가
가족에 대한 무한 책임으로
정성과 사랑으로 심고 가꾸고 다듬고 익혀 차려낸
화목한 우리네 밥상처럼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것들이 참된 것이야
아이야 네 인생의 작은 성취 하나 작은 기쁨 하나도
오랜 시간을 기다리고 노력하며
정성을 다 기울여 이루어낸 것들만이 참된 것이란다
…
‘아무거나 잘 먹는’ 사람이 되어선 안 돼
그건 먹을 것이 모자라던 생존 단계의 미덕일 뿐이야
食은 命이야 밥은 목숨이야
어떤 밥을 먹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운명이 저도 모르게 달라지는 거야
밥은 생명이고 끌어당김이기에
무얼 먹느냐에 따라 그리도 몸이 이끌리고
감정과 정신까지 끌려가는 거야
…
나는 오늘 네 밥상에서 너의 미래를, 너의 운명을 본다!
#이 닦는 일 하나
의식이 곧 행동이던 시대가 지나고 이제 나는
몸이 없는 의식 몸이 없는 말들을 별로 믿지 않습니다
아무리 좋은 사상과 진보도 그 사람과 몸 생활과 삶으로 피어나지 않는다면
그것은 오래 가지 못하고 신뢰할 만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좋은 이념, 좋은 세상이란 좋은 삶과 좋은 몸 생활 습관을 낳기 위한 도구에
다름 아닙니다
작아도 가치가 있다면, 사람을 바꿔낸다면,
때로[時中], 작은 것이 아름답습니다
#나 하나의 혁명이
내가 먼저 변화된 삶을 살아내는 것
그것이 진리의 모든 것이다
그것이 희망의 모든 것이다
그것이 혁명의 시작과 끝이다
천지간에 나 하나 바로 사는 것
#희망의 뿌리 여섯
긴 호흡으로, 시간을 자기 편으로 만들어가기 위하여
내 ‘희망의 뿌리 여섯’을 날마다 돌아봅니다
뿌리 하나: 건강한 몸 생활
몸을 잃은 이상은 다 무너집니다
몸 생활의 진보가 없는 진보는 참이 아닙니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몸은 속일 수 없습니다
그 사람의 몸 생활을 보면 그 사람의 잠재력과 미래가 보입니다
뿌리 둘: 학습하고 메모하는 습관
뿌리 셋: 감성을 새롭고 촉촉하게
뿌리 넷: 새로운 인연
뿌리 다섯: 영성의 진보
뿌리 여섯: 나눔 그리고 참여와 연대
여유가 생기고 나면 실천하겠다고 미루지 마십시오
당신에게 여유가 아니라 자기를 나누어 쓰는 능력이 가난한 것입니다
가난을 그대로 나누십시오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은 지금 바로
서로 나누고 의지하고 연대하지 않으면 희망이 생겨날 수 없습니다
만나서 수다라도 떠십시오
…
다시 한 번 조용히 “시간은 누구의 편인가?”를 물어봅니다
내 ‘희망의 뿌리 여섯’을 날마다 돌아보며 21세기를 바라봅니다
아, 시간이 곧 희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