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읽어주는 엄마’를 대신해 아침 일찍 ‘책 읽어주는 아빠’로 다녀온 새금초.
아빠 손을 이끌고 친절하게 3학년 4반 교실로 안내해 주고나서 교실로 가는 해. 엄마 대신 아빠를 보고 잠시 놀란 듯한 표정의 아이들도 학교의 느티나무 이야기와 함께 책을 읽기 시작하자 바로 책 속에 빠져든다. 책 속의 이야기를 주거나 받거니 하며 재미있게 책을 읽고 나니 여기 저기 서로 책을 달라고 아우성이다. 낯선 경험이라 내심 아이들이 지루해하면 어쩌나 염려도 했지만 함께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표정을 보며 흐뭇함을 안고 집으로 돌아온다. 혹시라도 모를 다음 번 책 읽어주기를 위해 이젠 아빠의 책만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들려줄 좋은 책들도 찾아봐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아이들보다 ‘책 읽어주는 엄마’들에게 더 관심을 받는 ‘책 읽어주는 아빠’가 되어버린 것 같다.
나무 하나에
구멍이 하나
구멍 속에 사는
다람쥐 다섯
나무 하나에
둥지가 하나
둥지 속 갓 깬 아기들이랑
엄마랑 아빠랑 오목눈이 여덟
나무 하나에
벌레 자리 하나
거리 모여 나뭇진을 먹는
풍뎅이, 하늘소, 사슴벌레, 나방,…
합쳐서 열두엇
나무 하나에
벌집이 하나
거기 알 낳아 새끼 기르는
웽웽 쌍살벌이 스물서너대여섯
나무 하나에,
밑동부터 줄기랑 가지, 이파리까지
매미랑 개미랑 노린재, 무당벌레
서른, 마흔, 쉰, 예순,…
그 나무거죽 아래
무수한 잎새 뒤에
땅속 가지 많은 뿌리 가장자리에
꼬물꼬물 애벌레가
이백, 삼백, 사백,…
그리고 낮고 높은 산 속에
그 많은 식구들을 다 데리고 사는
꼭 그런 나무가
몇백, 몇천, 몇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