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고통. 수전 손택. p184
현대의 삶이 지닌 주목할 만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끔찍한 참사들을 (그 현장에서 멀리 떨어진 채 사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지켜볼 수 있는 기회가 셀 수도 없이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잔혹한 행위를 보여주는 이미지들은 텔레비젼과 컴퓨터의 작은 화면을 거치면서부터 이제는 점점 더 뭔가 진부한 것이 되어버렸다.(사진의 폭력성!)
시청자들은 잔인하게 묘사된 폭력에 익숙해지는 걸까? 매일같이 쏟아지는 이런 이미지들 때문에 시청자들의 현실 인식이 손상될까? 그렇다면 저 멀리 떨어져 있는 분쟁 지역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고통을 염려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보스니아의 수도 사라예보. 날마다 폭격과 포위 공격. 하루하루가 공포의 나날이고 전쟁이 진부한 일상이던 곳에서 거주하며, 이런 경험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 이런 경험을 단지 이미지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전쟁이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 봤습니다.
타인의 고통은 사진 이미지를 다룬 책이라기보다는 전쟁을 다룬 책. 스펙터클이 아닌 실제의 세계
“당신의 견해로는 우리가 전쟁을 방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당면의 문제가 타인의 고통에 눈을 돌리는 것이라면, 더 이상 ‘우리’라는 말을 당연시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겪은 실패는 상상력의 실패, 공감의 실패다. 이런 참사나 대량 학살을 가져온 전쟁을 없애려고 애쓰지 않는 것이야말로 도덕적 괴물의 반응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타인의 고통을( 멀리 떨어져서, 사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셀 수도 없이 많다
전쟁을 호도하는 사진? 실제 장면이 아닌 연출/의도된 사진들
불편하기 짝이 없던 당시의 촬영기술로는 좀체 찍어내기 힘들었던 피사체 담아내야 했던 펜턴, 적어도 15초정도의 노출이 필요, 장교들의 옥외 잡담장면, 연출된 자세…전쟁은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 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전쟁사진작가? 허가된 촬영사진기자, 전쟁에 대한 긍정적 인상을 전달, 금지된 장면들? 전사자, 불구자, 환자의 사진을 찍어서는 안된다!
텔레비전 카메라가 매일같이 보여준 최초의 전쟁? 미국이 개시한 베트남 전쟁 당시에는 머나먼 곳을 상세히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장치를 통해 죽음과 파괴의 모습이 가정의 코앞까지 찾아들어 왔다.
실질적으로, 잘 알려진 사진들이 연출되지 않은 채 찍히게 된 것은 베트남 전쟁 때부터이다.
관음증? 사람들은 으레 엄청나게 잔인한 사건들과 범죄들의 현장을 담고 있는 사진들을 보고 싶어할 수 있다….고속도로에서 발생한 끔찍하기 이를 데 없는 자동차 충돌 현장 옆을 지날 때 운전자들이 속도를 늦추는 이유가 단지 호기심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뭔가 소름 끼칠 만큼 섬뜩한 것을 보고 싶어하는 것이다.
현대의 삶이 사람들을 타락시키는 일련의 공포로 이뤄져 있으며, 사람들이 이런 공포에 점점 더 익숙해져 간다?
정신의 분별력이 무뎌질뿐만 아니라 정신이 미개하다고 할 만큼 무감각하지는 상태에 빠지는 결과
구경꾼들에게는 특정 사람들의 고통이 다른 사람들의 고통보다 원래부터 훨씬 더 흥미롭기도 하다. 오늘날 전쟁소식이 전 세계로 퍼진다고 해서, 멀리 떨어져 있는 타인들의 괴로움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사람들의 능력이 두드러질 만큼 더 커졌다는 말은 아니다.

“타인의 고통 | 폭력의 박제화”에 대한 2개의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