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먹어요! 봄. 오진희
어린이를 위한 몸살림 교과서
나는 자연을 잠깐의 체험 학습과 짧은 여행으로밖에 경험하지 못하는 우리 어린이 친구들에게 자연의 선물을 한 움큼 입에 넣어 주고 싶어요.
어린이 여러분 혹시 알고 있나요? 무심히 지나치는 풀잎에도 신맛, 단맛, 쓴맛, 매운맛이 골고루 있다는 걸요. 자연이 선물한 먹거리들을 꼭꼭 씹어서 삼켜 보세요. 그 안에 보물이 숨겨져 있어요. 흙과 물과 햇빛과 바람이 만들어 낸 여러 가지 자연의 맛 말이에요. 처음에는 쉽게 느끼지 못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조금씩 자연과 친해지다 보면 흙이 빚어 낸 뿌리의 구수함, 햇빛이 만들어 낸 과일의 달콤함, 바람이 훅하고 불어넣은 채소의 상큼함까지 모두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자연에서 건강하게 살아가는 보슬이와 보람이네 가족이 전해 주는 건강 비결을 들어 보세요.
#추위에도 끄떡없는 냉이
사람의 뿌리?
“할머니, 사람의 뿌리는 뭔가요?
우리 몸 제일 아래 발이 있으니까 발인가요?”
“발이 아니라 오장육부란다.”
“예? 오장육부요? 심장, 위장, 그런 거요?”
“그래. 사람은 속이 튼튼해야 건강한 거란다.
봄 냉이를 많이 먹으면 냉이 뿌리처럼 사람의 뿌리도 튼튼해지지.”
#쑥쑥 잘 자라는 쑥
할머니는 쑥이야말로 하늘이 주신 약이래요.
어디서나 쑥쑥 잘 자라는 쑥을 먹으면 소화도 쑥쑥, 똥도 쑥쑥, 키도 쑥쑥 잘 큰대요.
#꼬들꼬들 쫄깃쫄깃 질경이
밟혀도 밟혀도 다시 일어나는 굳세게 질긴 나물이라서 이름이 질경이래요.
질경이는 이것저것 마구 먹어서 때가 잔뜩 낀 우리 몸속을 깨끗이 씻어 준대요.
#취한다 취해 취나물
산에서 뜯는 취나물은 그 향이 얼마나 강한지, 향기에 취한다고 이름도 취나물이래요. 하지만 시장에서 파는 것들은 재배한 거래서 향이 약해요.
#겨울을 이겨 낸 봄동과 시금치
겨울을 추운 밭에서 이겨 낸 채소들은 향기도 강하고 약초 못지않은 영양분을 갖고 있대요. 봄동과 시금치, 마늘과 양파는 가을에 심어요. 한겨울을 지내고도 얼지 않고 새봄을 맞는 씩씩한 채소지요.
#봄국
나는 봄에 할머니가 끓여 주시는 된장국을 봄국이라고 불러요. 여름에는 여름국, 가을에는 가을국.
할머니는 봄국에 보리뱅이도 한 포기, 냉이도 한 줌, 꽃다지도 서너 개, 별꽃도 서너 개. 봄에만 먹을 수 있는 풀들을 잔뜩 넣으셔요.
할머니는 언제부터 된장국에 두부와 호박과 버섯이 없으면 안 되는 것처럼 되었느냐고 뭐라고 하셔요. 옛날엔 사시사철 된장국에 제철에만 먹을 수 있는 싱싱한 나물들을 골고루 넣어서 먹었대요. 그렇게 끓인 된장국이 약이었대요.
할머니는 사람들이 냉이와 쑥이 아니면 나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게 못마땅하신가 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