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배움 공동체 오뚱이네 홈스쿨링 이야기. 이신영. p247
홈스쿨링은 또 다른 학습법이 아니라 삶의 또 다른 방식이다
“엄마는 우리가 같은 길을 간다고 생각했어. 남들이 많이 가지 않는 길을 가니 우리라도 손을 꼭 붙잡고 같이 가야겠다는 맘이었을 거야. 헌데 엄마의 착각이었어. 사람들이 많이 가는 길, 적게 가는 길 따위는 없더라구. 사람은 누구나 자기 길을 가는 거지.”
홈스쿨링, 언제나 진행 중인 삶의 방식? 언제든 어디서든 누구에게서든 배운다!
얘들아 학교 가는 게 싫으니? 경쟁은 아이를 내버려 두지 않는다!(학교를 넘어서)
#1 선택_오늘의 행복을 내일로 미룰 순 없다
학교는 거부했지만 내 아이의 학력과 학벌은 포기할 수 없다는 욕심이 내 마음 깊은 곳에 도사리고 있던 것은 아닌지 자꾸 들추어 보게도 됩니다. 하지만 첫발을 내디뎠다는 것이 만족하자고 스스로를 위로합니다. 오늘의 행복을 내일로 유예하지 않기로 한 것처럼 내일의 걱정과 불안을 미리 가불해서 쓸 필요는 없으니까요.
학교가 재미없는 이유
학교는 맞으러 가는 곳이 아니라 배우러 가는 곳입니다
수업시간이 지루하면 당연히 떠들더니만 장난을 치거나, 눈꺼풀이 감길 수 밖에 없는 아이들!
우리의 원칙, 올바름과 비폭력
아빠는 어린시절부터 진실한 사는 것을 훈련하면서 나아가는 것이 참으로 중요하다고 느낀다. 우리가 인생을 항상 ‘지금’의 시점에서 돌아다보고 우리는 지금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사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같은 질문을 늘 해보고, 그 질문의 답을 생각하면서 사는 것은 어떤 연령층의 사람들에게도 소중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아픈 질문을 아주 잊어버리고, 오직 감정이 지배하는 대로 물질의 풍요만을 바라는 어른들이 우리 주위에 너무 많구나. 아이들 또한 어린 시절부터 그런 것에만 익숙해져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구나.
그럼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과연 우리는 어떻게 하는 것이 올바른가를 묻는다면 아빠가 존경하는 간디 선생님으로부터 그 답을 찾을 수 있겠지. 간디의 평생을 지탱하는 원리는 두 가지밖에 없단다. 첫째는 올바름 앞에서는 목수에 목숨을 다하여 그 올바름을 지킨다(satyagraha). 그리고 둘째는 그 올바름을 지키기 위한 투쟁에서 반드시 비폭력을 사용한다(Ahimsa). 그래서 아빠는 내 자식이 어떤 결정을 내려도 그 결정을 존중하고, 실천해 나갈 것이다. 단 우리도 이 원칙에 충실하면서.
학교는 거부했지만 내 아이의 학력과 학벌은 포기할 수 없다는 욕심이 내 마음 깊은 곳에 도사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꾸 들추어 보게도 됩니다.
그런데 밤낮으로 공부만 하면 자기 인생은 언제 설계할까? 학교를 나오고 제일 많이 달라진 것은 나 자신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제는 시계를 볼 필요가 없다? 학교를 다닐 때 아이들이 학교에서 가장 자주 한 일은 ‘언제 끝나나?’하고 시계를 보는 것이었답니다
저는 저녁 시간이 제일 좋습니다. 여유롭고, 평화롭고, 무엇보다 ‘우리는 가족이구나,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이었구나!’하는 감정을 새롭고 강하게 느낄 수 있는 때거든요(저녁이 있는 삶)
대안의 교육을 선택했다는 것은 대안의 삶의 선택한 것과 같다. 삶의 철학, 목표, 자세, 방법,…이런 것들을 바꾸지 않는다면 교육의 형태를 바꾼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내 아이는 특별하다’? 홈스쿨링을 하는 아이들을 영재라고 보는 시각에는 상업주의의 음험함이 도사리고 있다
홈스쿨링을 한마디로 정의하라면, 아이들에게는 ‘끊임없는 선택’이요, 부모들에게는 ‘끝없는 기다림’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2 모험, 낯설고 달라도 두렵지 않다
“엄마는 뭘 더 바래? 엄마 아빠가 그렇잖아요. 읽고 쓸 줄 알고, 사칙연산만 할 수 있으면 된다구.”
부모가 희생한다는 슬픈 착각? 사실은 아이들이 희생하고 있었다!
가족이라도 다 다르다
#3 성취, 부모도 아이도 함께 자란다
누가 홈스쿨링을 해서 제일 좋은 것이 뭐냐고 묻는다면 저는 서슴없이 대답할 수 있습니다. 가족들 성격이 변한 것이라고요. 인내심도 많아지고, 너그러워지고, 부드러워졌거든요. 그런데 세상에 공짜는 없는 모양입니다. 성격이 좋아진다는 홈스쿨링의 장점은 홈스쿨링의 최대 문제점이랄 수 있는 게으름과 밀접하게 맺어져 있습니다. 저는 요즘 외줄 타기를 하는 심정입니다. 왼쪽으로 기우뚱하면 안달복달 조급증으로 무장한 잔소리꾼으로 되돌아갈가 두렵게, 오른쪽으로 기우뚱하면 게으름과 귀챦음의 나락으로 떨어질까봐 두렵습니다. 고지는 멀리 있는데 도대체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할까요?
학교에 다닐 때 가장 많이 한 말은? ‘빨리’와 ‘왜’로 시작하는 잔소리!
사실 아무리 잔소리를 해봐야 스스로의 깨달음이 없으면 아이들의 행동은 고쳐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서로 감정만 나빠지지요. 일시적 감정만 나빠지는 걸로 끝난다면 그래도 양호한 편일겁니다. 잔소리가 수위를 넘어 둑이 터지면 엄마는 아이들에게 해서는 안 될 소리까지 퍼붓습니다. 그러면 그때 아이들 마음에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아물지 않고 자꾸 덧나기만하는 상처가 생깁니다. 엄마도 예외는 아니지요.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 ‘나는 과연 부모 자격이 있는 걸까?’ 하는 자괴감이 뒤섞인 처참한 상처가 생깁니다. 이런 것들을 잘 알면서도 잔소리를 위한 잔소리의 악순환은 거듭됐습니다. 이제 생각해보니 아이들이 학교에서 고통받는 것에 대한 안서러움과 나 혼자의 힘으로는 결코 학교를 자유롭고 편안한 곳으로 변화시킬 수 없다는 절망감이 그런 식으로 터져 나온 것 같습니다. 물론 제 개인적인 스트레스도 한 몫 했겠지만요.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또래문화의 압력을 덜 받는다? 친구들 모두 드라마나 연예인 얘기하고 있는데 혼자 멍하니 있으면 바보되는 그런 경우가 있잖아요.
가랑비에 옺 젖듯이 생각도 젖어든다면? 막강한 대중매체에 둘러싸여 사는 요즘 아이들, 대중매체를 통한 메시지 유포가 무서운 것은 그것이 은밀하고 교묘한 방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차별을 하는 사람도, 차별을 당하는 사람도 그것을 제대로 의식하지 못한 채 세뇌된다는 데 있을 겁니다.
부부싸움, 아이들의 일기? 때때로 어른들은 일곱 살 먹은 내 사촌동생보다 더 나을 것이 없는 존재들이란 생각이 든다!
“선생님은 우리가 학급의 주인이고, 학교의 주인이라고 말하면서 왜 우리가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선생님 마음대로 정하는 거야?”
학교 선생님만 선생님은 아니지요. 사람은 누구나 서로가 서로에게 선생님입니다. 중요한 것은 ‘맨’인 선생님이 되느냐 아니면 ‘맨’이 아닌 선생님이 되느냐 하는 것이겠지요.
나이 든다는 것은 앞에 있는 큰 것에 마음을 쓰는 게 아니라 뒤돌아보면서 그동안 소홀하거나 무시했던 작은 것들에 감사하는 일
#4 배움,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배운다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일까라는 의문을 품고 산다면 언젠가는 각자에게 맞는 최선의 방법을 찾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배움이란 본디 시행착오를 겪어가면서 스스로 깨달아야 하는 것이지요. 그래야 온전하게 자기 것이 될 테니까요. 부모에게 필요한 건 가르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 아닐 스스로 깨달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심입니다!!
‘가치’란 상대적인 개념,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지요. 그렇기 때문에 ‘홈스쿨링’이 지향하는 가치는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답할 수가 없습니다. 홈스쿨링을 하는 ‘우리 가족’이 지향하는 가치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수있습니다. 천천히 가기, 그리고 함께 가기.
천천히 가는 삶은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제 속도대로 사는 삶입니다
사람마다 꽃 피고 열매 맺는 시기가 다 다릅니다. 하지만 세상의 잣대는 속도를 중시하지요. 빨리 피고 빨리 열매 맺으라고 성화를 부립니다. 그리고 제일 빨리 큰 열매를 맺은 사람을 성공한 이라고 치켜세우지요. 재미없는 일입니다. 그 열매가 별다른 맛도 향도 없다는 걸 먹어본 사람은 알지요. 저희는 조금 천천히 가려고 합니다. 대신 그 시간들을 자기만의 색깔로 꼼꼼히 채우려 합니다.
함께 가는 삶은 이왕이면 다같이 행복해지자는 이야기지요. 아이가 행복하지 않으면 부모도 행복할 수 없고, 부모가 행복하지 않으면 아이도 행복한 수 없다. 세월이 쌓이니 이 마음이 조금 넓어집니다? 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으면 켤코 나도 행복할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내 이웃도 행복하지 않지요. 세상의 모든 것은 그렇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엄마는 너희가 꾸던 꿈들이 이제는 꿈이 아니라 삶의 실천이 되어가고 있다는 게 놀랍고 기뻐. 하지만 그보다 더 기쁜 건 너희들이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존중하려 하고, 세상일에 무관심하지 않고, 어떤 일에나 진심을 다하려는 마음을 지녔다는 거야. 꿈은 이루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런 마음은 쉽게 얻을 수 없기에 참 소중하지.
엄마는 항상 너희들의 등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너희들이야말로 엄마 삶의 등대였어. 엄마를 지금 여기까지 인도해 줘서 정말 고마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