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끝에서 가을의 문턱으로 넘어가는 9월의 시작. 언제나 그렇듯이 끝은 새로운 시작의 다른 이름일뿐이다.



추석을 앞두고 늘 그러하듯이 조상님들의 산소를 깨끗히 단장하기 위한 예초기 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려퍼진다. 엄마아빠는 미리 베어있던 마른 풀들을 모아 정리하고 솔이는 잠자리채를 들고 자연학습에 몰두한다. 여기저기 이리저리 날뛰는 메뚜기, 방아깨비, 귀뚜라미,… 풀벌레 구경에 운좋게도 장지뱀(?)까지 만나본다.



잠깐의 벌초 마무리 후 여름 마지막 물놀이에 나서본다. 아니다 다를까 텅빈 계곡과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자 마자 바위에 낀 이끼들이 여름의 끝을 확인시켜준다. 너무 미끄러워 아빠도 뒤로 꽈땅. 물에 젖기 싫다던 해와 함께 흠뻑 옺을 적시고 만다. 혼자서 아랑곳하지 않고 넓은 물바위에서 쌩쌩 미끄럼타기 놀이를 하는 솔이는 신이 난다.






시골집 구석구석에서 늘 같은 자리지만 새로운 자리에 피어나는 꽃들. 봄부터 피어나 늦은 가을까지 차례차례 자리를 지켜주는 귀염둥이들이다.


올해도 변함없이 귀여운 손녀들이 좋아하는 먹거리를 위해 심어놓으신 오이와 옥수수. 벌써부터 내년 여름을 위해 할머니가 준비하고 계신 씨앗들 속에는 할머니의 사랑도 함께 담겨있다.


무릇 농사란 하늘과 땅이 짓고 사람은 단지 심부름꾼이라. 정말이지 곡식들이 자라나는 것을 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할머니가 작은 배추 모종을 옮겨 심은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벌써 저렇게 자라났다니! 매일 마당밭에 심어놓은 도라지, 방풍초, 콩, 고추, 들깨, 상추, 파, 오이, 배추, 무,… 모두가 자라나는 것을 보면 얼마나 이쁜지 모르겠다는 할머니의 말씀이 십분 이해가 된다. 아마도 할머니의 사랑이 듬뿍 담긴 정성도 단단히 한 몫을 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