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와 환상. 다니엘 부어스틴. p358
1960년대 미국 사람들은 자연스러운 진짜 현실보다 환상적으로 꾸며지고 만들어진 가짜 현실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는 것이 부어스틴이 지적한 그 당시 미국의 최대 병리현상이다. 그런데 나는 1960년대 미국 문제를 지적한 부어스틴의 책을 읽으면서 21세기 우리나라 얘기를 하고 있다고 착각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나는 미국과 한국이한 공간과 시간 차이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도 가짜 이미지가 진짜 현실을 압도할 조건이 충분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과도한 기대
우리가 환상을 믿고 찾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 이유는 우리가 ‘과도한 기대’라는 심리현상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세상으로부터 너무나 많은 것을 원한다.
#1 뉴스 모으기가 뉴스 만들기로_가짜 사건의 범람
오늘날 흔히 볼 수 있고, 인위적이며, 새로운 그 무엇? ‘가짜 사건(pseudo events)’
20세기 가짜 사건의 창조자는 바로 홍보전문가
뉴스를 만드는 주체가 신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은 현대사회의 가장 이상한 특징이다
‘역대 미국 대통령 중에서 최고 기자’라고 부른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가짜 사건을 완전히 마스터하고 최초의 인물이었다
우리의 기술적이고 민주적인 진보는 우리 경험의 원천을 가짜로 오염시켰다
#2 영웅이 유명인사로_인간 가짜 사건들
역사적으로 ‘명성(fame)’을 ‘위대함(greatness)’과 완전하게 똑같은 것으로 간주한 시기는 없었다
과거에는 위대함과 명성을 같은 것으로 보았고, 명성도 위대함처럼 하룻밤에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이 생각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우리가 인위적인 유명인들을 거리낌없이 만들면 만들수록 우리가 존경할만한 유명인 수는 점점 더 줄어든다
우리는 유명인 숭배와 영웅 숭배를 절대로 혼동해서는 안 된다
린드버그 이야기
현재 미국에서는 한마디로 말해서 ‘민중(folk)’은 사라지고 ‘대중(mass)’은 늘고 있다. 민중은 글도 모르고 자의식도 약한 평범한 사람들이었지만, 그들은 일상생활에서 자기 나름대로 창조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 독특하고 창조적인 민중들의 생산품을 언어, 제스처, 노래, 민속춤, 민요라고 부른다. 민중은 이런 것들로 자신을 표현한다. 그들의 생산품은 아직도 학자, 애국자, 골동품 수집가들에 의해서 모아지고 있다. 민속품은 곧 사람의 목소리다
그러나 대중(mass)미디어, 대량(mass)생산에 쓰이는 매스(mass)란 말은 수단인 화살이 아니고 목표인 타킷이다. 대중은 목소리가 아니고 그것을 듣는 귀이다. 민중은 영웅을 창조하지만, 대중은 영웅을 단지 보고 듣기만 한다. 대중은 누군가가 보여주고 들려주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이렇게 자기 세계에서 사는 민중과는 다르게, 대중은 가짜 사건이라는 환상의 세계에서 살고 있다
유명인은 사람 자체가 가짜 사건인 가짜 인간이다
가짜 사건은 민주성이 있는데, 그것은 세상 그 누구라도 어느 정도 뉴스를 탈 수만 있다면 유명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명인들에 대한 찬사는 엄청나게 미화된 표현들로 꽉 차있지만, 유명인 몸 안에 실제 들어 있는 내용물은 평범한 것들뿐이다
우리는 오늘날 삶의 목적을 찾지 못하고 있다. 목적 없는 공허한 삶을 모아놓은 결과가 바로 새로운 형태의 영웅 모델인 유명인이다.
유명인이란 가장 완벽한 동의반복어? 한때는 뉴스에 의해 이름을 얻었지만 나중에는 오히려 뉴스를 만드는 사람들이다
영웅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영웅이 되지만, 유명인은 시간이 흐를수록 이름을 잃는다
#3 여행이 관광으로_여행 본질의 상실
옛날 사람들은 어느 길로 가야 할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면 낯선 쪽을 모험삼아 선택하는 경향이 있었고, 이것이 곧 옛날 사람들 여행 동기였다(vs 안전한 계획된 패키지 관광 상품)
사람은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면 언제나 생각을 변화시켰다. 여행은 보편적인 촉매였다..여행에서 돌아오면서 사람들은 현실을 변화시킬 아이디어를 함께 가져온다.
과거 관점으로보면 그들은 여행자가 아니다(관광객일뿐!)
과거의 여행은 하나의 모험이었다
과거 여행자들은 능동적이었지만 현대 여행자들은 수동적이다
***이 변화를 단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곧 여행자(traveller)는 감소했고 관광객(tourist)은 증가했다는 것이다.
여행자들이 세상을 돌아다니는 이유 중 하나는 순박한 원주민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현대의 여관 주인은 별로 쓸모가 없다. (여행사 통해, 흥정도 불필요, 잘 준비된 관광상품만, 오히려 원주민과 격려하는 여행사들,…)
오늘날 여행자들은 그 어느 과거 여행자들보다 관광장소로부터 격리되어 있다
관광객들은 가고 있다는 경험을 하지 못한 채 목적지에 간다
계획된 관광상품들은 편리하고, 편안하며, 위험과 근심이 전혀 없도록 준비된다.
일상적인 우리의 경험이 그렇듯이, 여행도 동의반복어가 되었다
#4 형태가 그림자로_외해되는 형태
단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가치 있는 ‘원본(original)’
그래픽 혁명은 가치와 보편성을 혼동하는 경향을 촉진시켰다. 그래픽 혁명은 예술작품을 대중화시켰고, 동시에 다른 모양으로 변형시켰다(또는 형태를 와해시켰다). 예술작품이 대중화되고 변질된 구체적인 방법에는 여러 거지가 있었다.
***형태가 해체되고 간접경험이 늘어가는 20세기 현상은 ‘리더스 다이제스트’의성공보다 더 확실하게 설명하는 단서는 없다(정보과잉의 시대, 요약본! 형체가 아니라 형체의 그림자가 본질이 되고 있다)
스타는 명백한 가짜 사건이다
#5 이상이 이미지로_자기만족적 예언의 추구
세상 경험의 기준이 되는 것은 곧 이상이다
“가치는… 윤리학 용어이다. 가치는 그것 자체만으로도 존경할만한 진가가 있는 단어이다. 가치는 내면적인 소중함이 있는 단어이다.” 반면 가치에 대한 새롭고 현대적인 미국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가치는… 사회학에서는 복수로 사용되는 용어로 특정한 사람이나 인종적 집단에 의해서 선호되는 행위, 관습, 제도를 지칭하는 것이다.”
이미지는 믿을 만하다, 이미지는 수동적이다, 이미지는 생생하고 구체적이다(이미지는 제한적이다), 이미지는 단순하다(짧은 시간안에 진부해진다), 이미지는 모호하다
이미지적인 사고방식이 증가하고 이미지가 이상을 대체하고 있는 현상은 물론 광고의 증가와 관계가 있다
***미국의 현대화가 시작될 때부터 광고는 가짜 사건의 고전적인 본보기였다
오늘날 우리의 경험은 점점 더 광고를 닮아가고 있다. 가짜 사건, 혹은 가짜 사건을 닮은 것들이 세상을 지배한다
진실도 아니고 거짓도 아닌 표현/자기만족적 예언/반만 이해되는 표현/만든 자의 표현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광고카피는 ‘진실’ 여부가 아니라 ‘믿음성’ 여부로 평가 기준이 바뀌고 있으며, 광고업자들은 새 사실을 발견하기보다는 진실처럼 보이기 광고카피를 발명하는 데 더 천재적이다!
***과도한 기대라는 우리의 병을 고치는 데 힘이 드는 것은 현대의 모든 가치판단이 진실여부가 아니라 신뢰도 여부이기 때문이다
진실성이 아니라 신뢰성이 판단기준으로 남아 있는 한 광고계는 절대로 무너질 수 없다!
이미지가 증가하고 세상에 대한 우리의 힘이 커질수록 이미지는 현실을 흐릿하게 만든다는 모순은 우리 생활 이곳저곳에 파고든다(분별력이 사라지는 그래픽 혁명 시대)
지식이 희미해지고 이미지가 선명해지자, 이제는 우리 동기와 욕망이 흐릿해졌다. 판매전략이 발달하자, 제조업자들이 우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우리보다 더 잘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제는 사람들의 ‘욕망’과 상품의 ‘기능’이 모호해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진정으로 새로운 자동차 모델에 장착되어 있는 냉각기 방열용 핀에 대해 알기를 원할까?
오늘날, 소비자들은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고 싶어서 광고를 읽는다!
여론은 그래서 이미 나와 있는 의견들로 더 채워주고 있다. 여론은 거울에 비친 사람들의 자화상이다.
#6 미국의 꿈이 미국의 환상으로_위엄이란 자기 기만적 마술
공상보다도 더 멋진 세상
오스카 와일드가 지금 살아 있다면, “신이 우리를 벌하고 싶으면, 신은 우리에게 광고를 믿게 하는 벌을 내렸을 것이다”라고 말했을 것이다.
환상이 거짓이라는 것을 우리가 알지 못하기 때문에, 환상은 우리 주위에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흔하게 돌아다닌다!
이미지는 윤리적인 세계의 가짜 사건이다. 이미지는 가짜 이상이다
허구와 환상의 세계를 즐기는 현대
가장 인기있는 현대 건축물은 살기에 가장 안락한 집이 아니라 사진이 멋지게 찍히는 집이다
조작의 시대를 가장 깊이 있고 동시에 간단하게 한마디로 표현한 말을 나는 이 책에서 거울효과라고 불렀다…우리는 꿈을 이미지로 바꾸면서 우리 세상의 경계를 거울벽으로 장식했다. 우리는 경험을 넓히려는 지칠줄 모르고 노력하지만, 남는 것은 좁아진 경험뿐이다. 우리는 미친듯이 뜻밖의 일들을 기대하지만, 우리가 만나는 것은 우리를 위해 미리 계획한 ‘뜻밖의 일’일 뿐이다. 우리는 다시 돌아오는 우리를 만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경험은 날이 갈수록 우리가 발견하하는 것이 아니라 발명하는 것이다. 우리 경험이 점점 더 계획적이고 사전조작된 것이 되어갈수록, 우리는 그 경험속에 ‘재미있는 것’만을 점점 더 많이 포함시키려고 한다.
윌 로저스는 초가 그래픽 시대에 “우리가 아는 것은 신문에서 읽은 것이 전부다”라고말했다. 오늘날 로저스는 “내가 신문에서 보는 모든 것은 하나같이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라고 자기 말을 현대 버전으로 불평했을 것이다.
개인으로서의 우리와 집단으로서의 미국은 지금 사회적 자기도취에 빠져있다
눈을 위한 껌? TV!
우리 모두는 스스로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우리는 이미지의 감옥으로부터 빠져나와야 한다. 우리는 우리가 몽유병자라는 사실을 깨닫기 전에 환상을 발견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