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얼음 | 이 겨울 모진 것 그래도 견딜 만한 것은

옷을 껴입듯 한 겹 또 한 겹추위가 더할수록 얼음의 두께가 깊어지는 것은버들치며 송사리 품 안에 숨 쉬는 것들을따뜻하게 키우고 싶기 때문이다철모르는 돌팔매로부터겁 많은 물고기들 두 눈 동그란 것들을놀라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그리하여 얼음이 맑고 반짝이는 것은그 아래 작고 여린 것들이 푸른 빛을 잃지 않고봄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겨울 모진 것 그래도 견딜 만한 것은제 … 따뜻한 얼음 | 이 겨울 모진 것 그래도 견딜 만한 것은 더보기

비에도 지지 않고 | 미야자와겐지

비에도 지지 않고바람에도 지지 않고눈에도 여름 더위에도 지지 않는튼튼한 몸으로 욕심은 없이결코 화내지 않으며 늘 조용히 웃고하루에 현미 네 홉과된장과 채소를 조금 먹고모든 일에 자기 잇속을 따지지 않고잘 보고 듣고 알고 그래서 잊지 않고들판 소나무 숲 그늘 아래 작은 초가집에 살고동쪽에 아픈 아이 있으면가서 돌보라고 주고서쪽에 지친 어머니 있으면가서 볏단 지어 날라 주고남쪽에 죽어가는 사람 … 비에도 지지 않고 | 미야자와겐지 더보기

이제야 꽃을 든다 | 이태원 참사 추모시

이름이 없어서이름을 알 수 없어서 꽃을 들지 못했다얼굴을 볼 수 없어서 향을 피우지 않았다 누가 당신의 이름을 가렸는지무엇이 왜 당신의 얼굴을 숨겼는지누가 애도의 이름으로 애도를 막았는지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우리는 안다 당신의 이름을 부를 수 있었다면당신의 당신들을 만나 온통 미래였던당신의 삶과 꿈을 나눌 수 있었다면우리 애도의 시간은 깊고 넓고 높았으리라 이제야 꽃 놓을 자리를 찾았으니우리의 분노는 … 이제야 꽃을 든다 | 이태원 참사 추모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