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엇그제 아침 산책길에 마주친 주말농장의 낯익은 노란 꽃 한 송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데 기억이 날락말락?

주말 김장시즌을 맞아 다녀온 시골집에서도 다시 마주치자 마자 어머니께 여쭤보니, “돼지감자잖아!”라고 바로 답이 나온다. 갑자기 올 가을 직접 캤던 돼지감자가 기억에서 되살아난다. 뿌리만 캐내느라 줄기랑 꽃은 제대로 봐두지 못했는데. 다시 보니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못생긴 돼기얼굴을 떠오르는 뿌리열매(!)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길다란 줄기와 예쁜 노란꽃의 부조화로 인해 ‘뚱단지’라고. 찬바람이 쌩쌩 부는 가을날에 훤칠한 키로 마른 풀과 씨앗꽃들 사이에 홀로 꽃을 활짝 피우고 있는 모습도 역시 뚱단지 같다.














하지만 진짜 뚱단지는 할머니에게 엉뚱한 부탁이나 하고 말도 안되는 응석을 부리는 귀염둥이 손녀 해. 김장 담근다고 하자 할머니에게 김장 하실줄 모르실까봐 김장 담그기 동화책을 챙기면서 매운김치는 못먹는다며 백김치와 동치미를 담가 달라고. 결국 백김치는 할머니의 김장비법을 전수받아 직접 담가온다.
뚱단지 같은 손녀딸에게 항상 넘치는 사랑을 보여주는 할머니가 진짜 뚱단지 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