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가난이 온다. 김만권. 274쪽.

김만권을 철학자다. 땅에 발을 딛고 선 철학을 하고파서 정치철학을 한다. 그러고 보니 생각으로 현실에 세상을 짓는 게 직업이다. 한편으로 다섯 살 아이들 둔 아빠이기도 하다. 너무 늦은 나이에 본 아이라 그럴까? 이 아이가 안심하고 살 세상을 어떻게 지을 수 있을까 이런저런 고민이 많다…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이렇다. 100분의 1도 안 되는 승자가 될 확률에 걸기보다는 이 아이가 평범하게 자라도, 아니 조금 모자라게 커도 걱정 없이 맘껏 사랑하고 존중받고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게 훨씬 현명한 길이라는 것. 내 아이에게 안전하고 좋은 세상이라면 세상의 모든 아이에게도 그럴 것이라는 것. 그래서 아빠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세상을 짓고 싶다. “걱정하지 말고 네가 원하는 일을 해도 괜찮아!”

동서를 막론하고, 공교육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에는 삼촌이 훌륭한 교육자의 역학을 담당했다. 하지만 이제는 교육자로서의 삼촌을 약해졌을 뿐 아니라, 물리적으로도 사라지고 있다….교육자-삼촌…인간과 기술, 경제와 사회의 변모를 철학의 눈으로 훑어 정치의 입으로 풀어준다. 이제 안심이다. 내 아이에게도 드디어 다시 교육자-삼촌이 생겼다.
100분의 1도 안 되는 승자가 될 확률에 걸기보다는 이 아이가 평범하게 자라도, 아니 조금 모자라게 커도 걱정 없이 맘껏 사랑하고 존중받고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게 훨씬 현명한 길이라는 것. 내 아이에게 안전하고 좋은 세상이라면 세상의 모든 아이에게도 그럴 것이라는 것. 그래서 아빠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세상을 짓고 싶다. “걱정하지 말고 네가 원하는 일을 해도 괜찮아!” #땅에발딛고선철학
어쩌면 우리의 두려움은 인간이 서로를 돌보지 않는 존재라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싶어요…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헐벗은 삶’으로 내몰린 노동자들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최후 수단으로 선택했던 게 바로 기계파괴운동이었어요. 문제는 새로운 기계가 아니라 노동자의 보호를 외면한 사회였던 거예요. #러다이트운동의교훈 #기술문명
본질을 알 수 없음에도 끊임없이 그 본질에 대한 질문을 놓지 않는 것이 ‘인간’과 ‘기계’가 구별되는 점이라는 사실을 튜링이 놓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요…인간은 ‘증명할 수 없다면, 더 이상 묻지 말아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 질문을 놓지 않죠. #인간 #인공지능
현실과 불리 되어 논리만으로 구성된 세계를 정치학에서는 이데올로기라 불러요. 이데올로기의 핵심은 인간이 현실에서 격는 경험의 차이를 무시하고 이 세계를 단일한 하나의 논리적 흐름으로 설명하는데 있어요…인간의 다양한 경험 속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는 ‘예외’를 철저히 무시했을 때 탄생했던 제제가 바로 ‘전체주의’였다고 한나 아렌트는 경고 하고 있어요…문제는 기계를 통해 ‘신이 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이지, ’인간처럼 생각하는 기계와 인간의 구분‘은 아니니까 말이죠. #인공지능 #논리학 #이데올로기 #전체주의
결국 시간 속에서 튀어나오는 우연성이라는 ‘예외’가 개입하게 되면 인공지능은 작동을 멈출 수밖에 없다는 의미예요. #시간#우연성#논리학#인공지능
고대 사회에선 동양과 서양을 막론하고 열심히 일하는 것은 노예의 본질이었다. 왜 풍요의 시대에 우리가 증명해야 하는 것이 그 본질과 똑같은 것이어야 할까?…단도직입적으로 우리에게 진정한 위협은 인간일까? 아니면 기계일까요? 우리 모두 그 정답을 알고 있지 않나요? #기본소득 #분배가문제다 #풍요속빈곤
이렇게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며 끊임없이 도구를 만들어 온 인간을 두고 영국의 철학자 앤디 클락은, 인간은 그 자체로 ‘내추럴-본 사이보그’라고 말했어요. #기계 #사이보그
많은 사람들이 정보사회를 다양하게 정의하지만, 저는 정보사회의 본질이 나의 두뇌가 다른 사람들의 두뇌와, 혹은 두뇌를 보조하는 기계와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스마트폰이 그런 세계를 만드는 데 가장 직접적인 기여를 한 거죠. #정보사회
브레튼우즈 체제. ‘통제된 자본주의’로 불리는 이 체제가 겉으로 직접 표방하지는 않았지만 내적으로 지향했던 바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자본에 국적을 붙이는 것’이었어요….자본의 흐름을 파악하고 통제할 수 있었기 때문…국적이라는 꼬리표를 단 자본이 이윤을 벌어들인다면 그 혜택이 소득 국가의 노동자들에게 소득으로, 사회보험으로 돌아갔기 때문이에요. #브레튼우즈체제 #케인스 #통제된자본주의 #자본에국적을붙이다 #경제사
사람들이 ‘올바른 이해’가 아닌 ‘공유된 이해’를 통해 자신들에게 불리한 주장에 스스로 동의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그 이유는 우리들 대다수가 자신이 이룬 성공을 오로지 자기 노력만으로 얻었다고 믿고 싶어 하기 때문이에요. 앞서 차별철폐조치의 사례처럼 말이죠.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결국 자신의 성공을 만들어 준 사다리를 다음 세대들이 쓸 수 없게 걷어차 버리는 역설적인 현상이 나타난 거예요. #바우만 #맥시민원칙 #차별철폐조치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기업이 싸고 질 좋은 서비스를 장기적으로 제공할 것이라 기대하는 것, 그 자체가 모순이지 않을까요? #민영화 #부유해진국가_가난한정부
우파 포플리즘은 ‘소수의 엘리트’와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 제3의 집단을 설정. 여기엔 이민자, 외국인 노동자, 난민, 여성 등이 포함되죠…이들이 ‘평범한 우리’보다 더 많은 권리를 누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여론을 조장해 지지자들의 분노를 일으키는 거예요.쉽게 말해 사회의 최약층인 ‘더 배제된 자’를 이용해 평범한 이들로 구성된 ‘덜 배제된 자’들을 결집하는 방식이죠. #포플리즘 #우파포플리즘 #트럼프 #브렉시트
인류가 만들어 놓은 제도 중에, 너의 욕망을 마음껏 실현해 보라, 너의 이익을 무한히 추구해 보라고 말하는 유일한 제도가 시장이라는 것, 여러분 알고 있나요?….사실 이게 얼마나 충격적인 발상이었던지, 이 변화의 시기에 살았던 수많은 사상가들이 이 시장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 지를 두고 고민했죠…이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운명은 근대 철학의 가장 중요한 주제가 되었어요. #근대 #자본주의의탄생 #철학적과제
바뀐 세상이 자본에겐 큰 축복이었던 반면 그 이동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평범한 수준의 노동자들에겐 재앙이나 다름없었죠…이게 후기 근대를 상징하는, 자본과 노동 사이에 일치하지 않는 경계, 자본에겐 초월적이지만 노동에겐 갇혀 있는 경계가 만들어 내고 있는 현실이에요.
빛의 속도로 이동하는 자본과 영토 안에 갇혀 있는 노동의 현저한 대비. 이 속에서 우리가 읽어 내야 할 중요한 현실 한 가지가 있어요. 자본이 영토에 종속될 필요가 없다면, 영토에 갇혀 있는 노동에 대해서도 애착을 가질 이유가 없다는 것이죠. 자본이 애착을 가지지 않는 노동에 국가가 애착을 가질 이유가 있을까요? 국가가 돌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다른 동료 시민들이 애착을 가질 이유가 있을까요? #후기근대 #탈근대
어떤 정책이든 반응성에서 일관적이었던 변수는 딱 하나, 그 집단의 ‘소득수준’이었다고 말해요. ‘소득이 높은 이들에겐 반응하고, 소득이 낮은 이들에겐 반응하지 않는다.’ 이게 이 연구의 결론이죠. #정치#소득수준#소외계층
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새로운 기계 시대에 맞는 새로운 분배를 상상하고 제안하는 데 있다고 저는 생각해요. #분배 #로봇세 #새로운상상
기본소득이 최근에 자주 회자되고 있지만, 사람들에게 최고의 소득을 보장해 주자는 제안은 사실 500년 전에 나온 발상이에요.
1516년, 토마스 모어가 <유토피아>에서 이미 제시했거든요. #기본소득 #유토피아 #토마스모어 #새로운상상
노동의 지배. <인간의 조건>은 근대라는 시대가 만든 병폐가 무엇인지 진단한 책이에요…인간이란 필연적으로 세 가지 측면에서 조건 지어진 존재…세 가지 조건을 생명, 세계성, 복수성이라 보고 이에 상응하는 활동은 각각 노동, 작업, 행위라 불러요. 그리고 이 세 활동을 함께 묶어 ‘Vita Activa’, 즉 ‘활동적 삶’이라 하죠.
한나 아렌트에 의하면, 근대에 이르러 인간의 삶이 피폐해진 이유는 바로 이 세가지 활동의 서열에 변동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해요…노동이 우위를 차지..더 심각한 문제가 된 까닭은, 생존을 위한 사적 이익의 추구가 공적 영역의 중심을 차지했다는 데 있어요. 공적인 토론의 장에서 온통 ‘내 몫이 얼마인가?’만 논쟁의 주제가 되면서, ‘공적 영역’의 진정한 목적이라 할 수 있는 ‘인간이 자신을 표현하고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세계를 만드는 활동’이 중심에서 밀려나 버렸다는 거죠…근대 세계에서 이런 ‘노동의 강력한 지배’ 현상은 ‘노동가치설’에 고스란히 묻어 있어요. 이런 이유로 아렌트는 노동의 가치를 설파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세 인물, 존 로크, 아담 스미스, 칼 마르크스를 맹렬히 비난하죠.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노동의 지배가 근대의 핵심적인 문제였다는 거예요.
#한나아렌트 #인간의조건 #요약 #근대 #노동의지배 #전도된가치
삶에 발을 딛고 선 철학자! 정치철학자! 철학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을 정치의 입으로 풀어준다는 서평처럼 누구나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정치경제 교양서로서도 손색이 없는 책입니다.
그는 세상을 읽지만 그 독법에는 늘 사람이 가장 중요한 자리에 있다. 김만권은 바로 그 ‘사람의 자리’를 고민하는 정치학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