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법정 스님.

“누구나 결혼을 생각하는 사람은 참으로 이 여인과 일생을 함께 대화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해봐야 한다. 결혼생활에서 그 외의 것은 다 무상하기 때문이다.” #들꽃을바라보는마음으로 #강옥구
“그런데 오늘날 우리들 대부분의 부부관계는 순수한 나와 순수한 너와의 만남에서 이루어진 대화가 아닌, 내 자신에 대한 나의 이미지와 너에 대해 내가 만들어놓은 이미지 사이에서 이루어진 대화로 꾸며지기 때문에,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생기는 차질만큼 죄절과 갈등과 실망과 불만으로 가득합니다. 그 괴로움에서 벗어나려는 수단으로 우리는 결혼생활에서 대화가 아닌 물질적인 보상이나 자극을 구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렇지만 재물이나 권력이나 명예 등은 그들이 지니는 물질적인 속성, 즉 재보고 달아보고 비교하는 그런 속성으로 말미암아 그것을 추구하는 사람에게 항상 실망을 줄 수박에 없을 것입니다.”


오늘날 가정의 비극은 가족끼리 한자리에 모여 서로 속뜰을 열고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면서 함께 생각하고 이해하는 대화가 끊긴 데 그 요인이 있을 것이다.
진정한 대화란 일상적인 말의 주고받음이나 길바닥에서 얻어들은 정보를 교환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가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놓고 사람의 일을 진지하게 살피고 생각한 바를 나눔으로써 영혼을 울려주고 삶의 의미를 함께 나누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공통적인 지적知的 관심사가 바탕이 되어야 하고, 탐구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부부 사이건 친구 사이건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저 그렇고 그런 시들한 관계로 빛이 바래고 만다. 살아 있는 꽃이 아름다운 것은 순간순간 자신이 지닌 빛깔과 향기와 형태를 마음껏 드러내기 때문이다.
좋은 사이란 진정한 대화를 통해 서로의 있음存在이 함께 맺어지고 확인된다.
우리는 깨어나야 한다. 파당과 분열과 증오와 어리석음의 잠에서 깨어나야 한다. 우리가 경전을 통해 눈뜬 성인들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지식을 얻기 위해서도 아니고 지혜를 위해서도 아니다. 오로지 일찍이 눈을 뜬 분들의 가르침을 통해서 내 자신의 눈을 뜨기 위해서다.(정견)
스승은 대답하셨다.
“이 세상에서는
믿음이 으뜸가는 재산이다
덕행이 두터우면 안락을 가져오고
진실이야말로 맛 중의 맛이며
지혜롭게 사는 것이
최상의 생활이다.”
삶 자체가 참 경전
가을이 가고 겨울이 내리고 있다. 어느새 한 해가 또 지나가 버린다. 우리에게 허락된 세월의 한 자락이 이렇게 소멸되어간다.
월동 준비가 끝나고 나면 덧문을 닫고 이제는 안으로 자기 자신을 다스리며 새봄을 마련하는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밖으로 떠돌던 여로의 향을 바꾸어 내면으로 돌아설 것이다. 의타와 의존의 관계에서 벗어나 자기 존재의 독립성과 새로운 가능성을 거듭 실험하면서 안으로 다지게 될 것이다.
이래서 겨울은 자기 자신으로 돌어오게 되는 고마운 계절이기도 하다. 안으로 거두어들임이 없다면 여물지 않는다. 여물지 않은 빈 꺼풀을 가리켜 우리는 굳이 ‘사람’이라고 부르지 않아도 될 것이다.
좋은 말씀이십니다.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