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요에 머물다. 장석주. 205쪽
노자 그 한 줄의 깊이
#기자불립.
발꿈치를 들고는 오래 서 있지 못한다.
스스로 과시하는 사람. 스스로 자랑하는 자는 덕이 오래가지 못합니다.
#천지불인, 천지무사.
자연은 사사롭지 않고 자비롭지도 않습니다.
비그친 중랑천 둔치 열무밭에 앉아 꿈쩍도 않는 할멈이 있고, 열무밭에 앉은 왜가리도 있습니다. 한 시인의 신박한 은유에 따르면, 둘은 “가슴속에 빈 쌀독을 넣고” 다지는 같은 사연을 품은 부류입니다. 왜가리는 먹고사는 일의 시름을 잊은 듯 시종 꼿꼿한 자태입니다. 우리 눈에 한가로운 풍경으로 비칠지 모르지만 실은 먹잇감을 기다리는 것! 저것은 생존을 위해 인내하고 고투하는 자가 보여주는 범속한 애티튜드입니다.
#무명지박
이름없는 통나무처럼.
사람을 다스리고 하늘을 섬기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감소함입니다. 노자는 검소함을 일러 “유국지모”, 즉 나라의 어머니라고 합니다. 통치자가 소박함으로 나라를 다스릴 때 나라를 오래 보존할 수 있습니다.
#반자도지동.
반드시 뒤집는 것이 도의 움직임이다.
도의 움직임이 반전 속에 일어남을 알아야 비로소 만물의 변화에 대해서 말할 수 있습니다.
#신언불미 미언불신.
미더운 말은 아름답지 않고 아름다운 말은 믿음직스럽지 못합니다…참다운 말에는 꾸밈도, 변명도 없습니다. 꾸밈이나 변명은 본질에서 거짓입니다. 하늘의 도에는 거짓이나 교언영색이 끼어들 여지가 없습니다. 참다운 말은 아름답지 않고 통나무같이 투박하고 소박한 말입니다.
#약팽소선
“나라가 장차 흥할 때는 백성의 말을 듣고 나라가 장차 망할 때는 귀신의 말을 듣는다”
#치허극수정독
비움에 이르기를 지극히 하고, 고요함을 지키기를 두텁게 하라.
항상된 이치를 깨달으면 누구에게나 너그럽게 대하고 너그럽게 되면 공정하게 되며, 공정하게 되면 왕의 덕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자화상이란 안이 뒤집혀 바깥이 되어버린 풍경입니다…날마다 거울을 들여다보고도 제 얼굴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거울에서 보아야 할 것은 골상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심상입니다.
#도상무명
도는 늘 이름이 없다.
이것저것 분별하는 이름을 가진 제도가 생겨나면 이름을 가진 것의 한계를 알게 된다. 변하는 이름에 붙들려 있지 말고 변함없는 도에 머물러 있을 줄 알아야 한다. 그러면 위태로울 것이 없다.
#위복불위목
배를 채울 뿐 겉치레는 하지 않는다
“오색령인목맹”, 다섯 가지 좋은 빛깔은 눈을 멀게 하고 “오음형인이롱”, 다섯 가지 음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소리는 귀를 먹게 하며 “오미령인구상”, 다섯 가지의 감칠맛은 입맛을 버려놓습니다…필경 넘치는 것은 마음을 어지럽게 하고, 과잉은 낭비를 초래합니다. 겉치레에 열중하는 것은…대개 속이 허한 사람들입니다.
노자! 그 지혜의 헤아릴 수 없는 깊이는 읽을수록 더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