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험한 독서의 해. 앤디 밀러. 373쪽
내 인생을 구한 걸작 50권
인생 개선 도서 목록
내 집에 다다르는 귀환의 날을 고대한다.
그것이야말로 나의 끊임없는 소망이로다.-호메로스 <오디세이아>
밖에 나가봤자 뭐한담? 어차피 다시 여기로 돌아오게 될 텐데.-호머 심슨
책을 사람보다 선호하는 것은 잘못된 일일까? 크리스마스에는 그렇지 않다. 책은 우리 집에 초대한 손님과도 같다. 책을 상대로 보드게임을 하거나 비스킷과 슈톨렌을 내올 필요가 없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공산당선언. 그런 여정을 지나 서른일곱 살에 <공산당선언>을 읽자니 훨씬 더 힘들게 느껴졌다. 열일곱 살에 읽었다면 훨씬 덜 했을 것이다. <공산당선언>에 담긴 철학이 이해하기 어려워서가 아니라, 현실의 삶이 거기 쓰인 대로였기 때문이다…이제는 내가 실제로 살아가는 세상과 경악스러울 만치 닮아 있었다.
결과적으로 <우체국>도 <공산당선언>도 큰 위안이 되진 못했다. <누더기 바지 박애주의자들>에 담긴 투쟁과 절망에 비하면 <우체국>은 거의 휴가 여행 광고물 같았다…600여 쪽 내내 노동의 수모를 고통스러울 만큼 압도적으로 생생히 묘사하고 있다…(”나는 아무것도 지어내지 않았다. 이 소설에 나오는 장면이나 사건은 모두 내가 직접 목격했거나 그것이 실화라는 결정적 증거를 갖고 있는 것들이다”). 더구나 작가는 열성 활동가로서 애초부터 “내가 믿는 유일한 현실적 해결책, 즉 사회주의를 제시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어느 전기 작가의 말에 따르면 그들은 “문학사상 가장 비참한” 가족 중 하나였다.
“내가 오랫동안 잔혹한 진실을 외면하도록 만들었던 달콤함이 딱 두 가지가 있다. 가족에 대한 사랑, 그리고 창작에 대한-소위 예술에 대한 사랑이다. 하지만 둘 다 더 이상 내겐 달콤하지 않았다.”
<안나 카레니나> 요약?
“도덕적으로 단순한 시골의 삶은 그 단조로움에도 불구하고, 충동적 열정으로 넘치는 대담한 삶에 비해 좀 더 선호되는 이야기이다. 후자는 오직 비극으로 끝날 뿐이기 때문이다.”
독서는 일반적으로 행동하는 것과 무관한 취미로 여겨진다. 하지만 도서 목록의 끝이 가까워오자 나는 지금껏 종이 위의 단어들을 눈으로 훑는 일밖에 하지 않았다는 걸 받아들이기가 싫어졌다. 뭔가 더 있어야 할 것만 같았다.
편집자의 출판 거절 사유? ‘사려 깊은 거짓말’의 가치! 이 일은 내게 문학계의 ‘현실 정치’에 대한 첫 가르침이 되었다.
가난에 대한 두려움이야말로 이 소설의 동력이다. 오스틴이 글을 쓰던 시대에는 수백만에 이르는 사람들이 바로 그 두려움을 동력 삼아 불안정한 삶을 헤쳐나갔던 것이다…<공산당선언>, 심지어 <안나 카레니나>도 마찬가지있다…그런 세상에서 책은 중요했다. 책은 가치 있고 대체할 수 없는 존재였다. 교육의 수단이자 위안이자 도피처였다.
전쟁과 평화. <전쟁과 평화>의 철학적 결말, 특히 역사와 개인의 의지에 대한 기다란 단락들은 쇼펜하우어로부터 가져왔다고 톨스토이는 공공연히 밝힌 바 있다. 공격 명령은 장군이 내리지만, 전투 결과는 장군이 거의 통제할 수 없는 군사 집단에 의해 결정된다. 역사도 그와 겉이 이해할 수 있다…사회에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한두 사람이 아니라 수백만 대중의 행동이다. 톨스토이는 <전쟁과 평화>를 쓰면서 역사를 만들었다. 한 사람이 그 책을 읽을 때마다 역사는 미미하게나마 새로 쓰인다.
<전쟁과 평화>는 여러 개의 꾸며낸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실제 역사, 민담, 철학, 시, 정치를 아우르는 작품이다. 야스나야 폴랴나의 놀라운 서재에 있던 모든 책들의 내용을. 바로 그 때문에 사람들은 <전쟁과 평화>에는 세상의 모든 책들이 담겨 있다고 말하며,…그들에게 이 책은 말 그대로 ‘반드시 읽어야 할 단 한 권의 책’이다…마치 우리가 세상의 모든 책들이 담겨 있는 한 권의 책을 찾아내고는 새삼 주위를 둘러보며 자문했던 것 같다. “어째서 우리에게 저렇게 많은 다른 책들이 필요한 거지?”
쇼펜하우어.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톨스토이를 통해 ‘쇼펜하우어’로 이어지는 징검다리가 되어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