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상은 지어낼 것이 논리밖에 없다. 그러나 구상은 논리가 아닌 “이야기story”를 지어낸다…삶의 이야기는 무엇보다도 살아있는 사람들의 공감을 자아낸다. 공감이란 쉬운 것이다. 이론적 각성은 어렵지만 감성적 교감은 쉬운 것이다. 철학적 저술을 읽고 깨닫는 것은 어렵지만 영화를 보고 감명을 받는 것은 쉬운 일이다.-<도올의 마가복음 강해>
오뒷세우스:
나도 그대처럼
젊었을 적에는 혀는 느리고 손은 빨랐다오. 하지만
지금은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지요. 인생 제반사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것은 행동이 아니라 말이라는 것을.
노인장, 그대가 방금 말한 그 생각들을 우리는
존중하지 않을 수 없구려. 그 생각들이 경박하지
않은 말로 표현되었기 때문이오
오레스테스:
그대는 내 말을 열심히 듣고 있다가
내가 과녁을 맞히지 못하면 고쳐주시오.
크뤼소테미스:
언니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옳은 것을 따지자면,
내 말이 아니라 언니의 선택이 옳아요. 하지만 자유롭게
살자면 매사에 통치자들의 말을 들어야 해요.
오직 신들만이 늙지도 죽지도 않고,
나머지는 모두 전능한 시간이 파괴해버리지요.
대지의 힘도 쇠퇴하고 신체의 힘도 쇠퇴하여,
신의는 죽고 불신이 생겨나지요.
….다가오는 수많은 시간이
수많은 밤과 낮을 낳고 나면, 그 과정에서
오늘의 소중한 화목도 사소한 이유에서 창에 의해
까지도 말 것이오.
고전? 경박한 신들과 인간의 어리석음이 서로 뒤엉킨 막장드라마 같은 이야기들? 극적인 효과(감동?)을 위한 지나친 과장의 결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