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더위를 피해 잠시 집앞 개울가, 여름철 무릉도원으로!


돗자리에 배깔고 엎드려 물 속을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노라니, 물고기 세상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잔잔한 물결 아래로 오가는 크고 작은 물고기들 사이로 눈길을 사로잡은 낯선 모습이 하나 들어오더니 이내 여러 마리가 여기저기서 나타난다. 꺽지!

피리, 중태들과 함께 유유자적 밑바닥에 배를 깔고 천천히 움직이다 서다, 물고기 먹이 사냥에 나선 줄 알았더니 한낮의 여유로움을 즐기는 듯 유유자적하기만 합니다. 물고기를 잡아 먹고 사는 육식성이라 다른 물고기들은 모두 도망갈 줄 알았더니 도망은 커녕 함께 유유자적한 시간들을 보내며 한적한 시간들을 함께 보낼 뿐입니다.

그러던 중 어른스런 꺽지 한 마리가 어슬렁 가까이 다가오더니 물 위로 눈을 흘깃! 눈이 딱 마주치자 꺾지가 놀란 표정으로 순식간에 다리 바닥 틈새로 모습을 감추어버립니다.

가만히 누워 몸은 가만히 두고 눈길만으로 물고기 세상에 들어가보니 꺽지들과 함께 ‘무게 있는’ 물고기 세상이 하나둘 눈에 들어옵니다.
몸이 가벼운 자그마한 아기 물고기들은 수면 가까에서 가벼운 몸놀림으로 바삐들 오락가락, 큼직한 손 바닥만한 어른 물고기들은 밑바닥에서 어슬렁어슬렁 먹이를 찾아 바닥을 훓고, 꺽지들도 바닥에 배를 붙이고서 슬금슬금…가끔 날쌘 몸놀림도 보여주고….
여기저기 물 위로 뿅! 첨벙! 소리가 요란해지길래 물총고기라고 있나 가만히 보니, 잔잔한 수면 위로 꼬맹이 물고기들의 먹이사냥이 한창입니다. 날파리 같는 아주 작은 날벌레 사냥을 하려는지 물위로 몸이 솟구치는 모습이 날렵한 날치가 따로 없습니다.
진정한 탐험은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 곳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으로 여행하는 것이다.
마르셸 푸르스트의 말처럼 ‘새로운 눈’만 뜰 수 있다면 일상 속에 펼쳐지는 낯선 세상을 언제든 찾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