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들은 자연이다. 귀농부부 장영란•김광희. 289쪽
아이와 함께 크는 교육 이야기
남이 하는 걸 무작정 쫓다 보면 호기심을 잃어버리고 나중에닌 자신감마저 잃어버리기 쉽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가 아름다울 수 있는 건 자기 빛깔로 자라기 때문이리라. 아이들 역시 자기 빛깔로 자랄 때 아름답지 않을까.
뭐 아등바등할 거 있나!
산골에 살아보니 돈을 많이 가진 사람, 직장이 좋은 사람이 아닌, 이런 사람리 대접받는다. 야성이 살아 있는 사람, 자기 손으로 먹을거리 구하고, 손수 뚝딱뚝딱 집 짓고, 산에 가면 산에서 놀며 먹을거리 하고, 강에 가면 헤엄치며 놀다 물고기 잡아 매운탕 끓이고, 햇볕에 그을어 구릿빛으로 빛나고, 여러 가지 일로 온몸에 근육이 잘 발달하고, 자기에게 필요한 건 자기 손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람,..그 사람에게는 근육만큼 자유가 살아 꿈틀거린다. 가장 자연스러운 사람의 모습, 그런 모습이 아름답고 매력적이다.
저만의 특별한 경쟁력을 갖는 게 낫지 않을까. 귀농 경력이랄까 산골살이가 만만치 않은 경력이 될 수도 있겠다 싶어요.
그런 면에서 글쓰기는 저의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는 일인 것 같아요. 저는 남하고 다르고, 특별하게 사니까.
심심함을 벗어나기 위해 놀이기구를 찾다 보면 점점 더 자극이 커야 한다. 심심함을 근본에서 없애는 게 아니라 잠시 잊는 거다….심심해서 공부를 한다….그러니까 아이가 발견한 심심함읔 자신을 찾아가는 보약이 되었던 셈이다.

기계를 쓰지 않고 농사지으면 아이들도 함께할 수 있어 좋다.
혼자서 놀 줄 아는 아이를 보면서, 혼자서 논다는 건 정신적인 자립을 뜻하는 걸 알았다. 누구랑 어울려 노는 걸 좋아했는데 이제 나도 혼자서 놀아 보고 있다. 산으로 들러 다니며.
사실 많은 부모들이 아이가 학교를 그만두면 당장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될 것처럼 기대한다…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 사실 한번도 가 보지 않은 길을 간다는 건 두려운 일이다.
오감을 열고 ‘지금 여기’에
정보와 지식이 넘쳐 어린아이도 학습해야 할 게 참 많은 세상이다. 그러다 보니, 거꾸로 지금 여기서 자기 오감을 살려 알아내는 힘을 잊기 쉽다.
학교 방식의 공부, 학습. 우리가 하는 방식에는 학습보다 배움이라는 말을 쓰고 싶다. 배움은 자기 리듬을 따른다. 몸 움직이고 싶으면 움직이고, 가만 앉아서 책을 보고 싶으면 본다. 몸과 정신이 자기 리듬을 솔직히 알려주고 아이는 거기에 맞춰 움직인다. 그러니 아이들 배움은 아이마다 다르고, 한 아이라도 날마다, 그때그때 다르다.
전에는 당연하다고 여긴 것들까지 하나하나 새로 생각하고 판단해야 한다. 남들 가는 대로 따라가지 않고 자기 길을 가는 사람에게 돌아오는 몫이다. 시키지도 않는데 아이가 혼자 공부가 될까 하는 물음부터, 공부란 무엇인가,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까지.
몸을 움직여 살아 보니, 창조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부드러워야 할 것 같다…생각이 부드럽게 열려 있어야 새로운 영감이 떠오르지 않겠나…아이들은 부드럽다. 그러기에 새로운 걸 잘 받아들이고 싱싱하게 뻗어간다. 나이가 들면 점점 몸이 굳는다. 몸이 굳는 만큼 새로운 걸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걸 느낀다. 나이 든 어른들과 이야기해보면 나이 들면서 이해심이 더 깊어지는 게 아니라, 자기 고집만 부리고 자기 경험만이 전부라 생각하는 분이 계신다. 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했는데, 어느새 굳어가고 있다.
암수 둘이서 집을 짓는 까치.
이런 모습을 가까이서 보니, 까치가 부럽기도 하고 까치 보기 부끄럽기도 했다. 둘이서 다정하게 짓는 모습이 부러웠고, 새끼들이 태어나기 전에 집부터 짓는 이들의 능력과 지혜를 보면서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곡식 농사 자식 농사. 배울 수 있는 게 어디 짐승들에게서 뿐이랴.곡식한테 배우는 건 또 다른 맛이 있다. 그래서 자식 농사라는 말이 나왔을 것이다.
최고의 고추 농사? 웃자란 고추? 고추 밭이 아이라 고추 숲이었다…너무 크다 보니 비바람 견디기가 어려웠다. 태풍이 몰려오자 처참하게 쓰러졌다…결국 수확이 끝나고 결산을 해보이 평년작 아래였다. 결국 최대치 농사란 나 자신의 또 다른 욕망이었을 뿐이다.
아이들도 그렇지 않을까. 아이들을 최고로 기르고 싶은 부모 욕심에 아이들이 병들어가는 건 아닐까?가끔 학교 가기 싫어하기도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학교는 가야 하는 곳인 줄 알았다. 모두 그렇게 하니까 그렇게 해야 하는 줄, 거기서 빠져나가면 구제불능 인생이 되는 줄 알았다.
남편이 자주 하던 말이 있다…촌에서 자란 자기는 걸음마하듯 물에서 수영하는 게 자연스러운데, 부잣집일수록 수영을 돈 내고 배우더라고. 전에는 그 말을 흘려들었는데 내가 바로 수영을 돈 내고 배우는 꼴이었다.
나도 새롭게 태어나야 했다…나는야 흙에 살리라.
쓸모없는 나를 받아줄 수 있는 곳. 흙으로 가자. 젊은이, 늙은이 차별하지 않고, 죽어가는 사람도 말없이 받아주는 흙으로 가자.

온갖 생명이 사는 논흙에는 비릿한 내가 난다
잘 배운다는 건 뭔가. 바로 생명 본성에 충실한 배움이 아닐까. 맑은 눈빛을 촉촉히 적시는 배움. 싱싱한 배움. 아이 자신에게 소중하면서도 절실한 배움. 거기서 새로 시작하자.
학교를 그만두면서 공부에 매달리는 건 모순이다. 한발 물러서기로 했다. 내가 가르치는 일부터 그만두었다.
독립선언. 그 당당함이 어디 공짜인가.
아이들이 학교를 그만두고 집에 있게 되면서 가족은 함께 살아가는 ‘절대공동체’가 되었다.
엄마와 딸이 가장 좋은 친구다
https://photos.app.goo.gl/YS1ifohFTMxqFnnY6
아이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좋은 학교? 가족사랑이 넘치는 온기 가득한 집! 아름다운 삶과 배움이 담긴 귀농과 홈스쿨링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