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체로 시의 경험이 낮은 시기에는 , 우리들은 시를 <찾으려고> 몸부림을 치는 수가 많으나, 시의 어느 정도의 훈련과 지혜를 갖게 되면, 시를 <기다리는> 자세로 성숙해 간다는 나의 체험이 건방진 것이 되지 않기를 조심하면서, 나는 이런 일종의 수동적 태세를 의식적으로 시험해 보고 있다.

이 시에서 나의 가슴을 찌른 구절은 <풀밭에서 한잠 자려고 하니/ 그대는 마음대로 갔다가>의 <마음대로>다. 이런 여유-아아 잠시 생각해 보자-이런 여유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런데 나중에 원시와 대조를 해보니,….엄격히 말하자면 <마음대로>는 원시에는 없는 것으로 역자가 문장상의 윤기로 붙인 것이다. 그러나 이런 오역은 좋은 오역이다. 이것이 오역이라는 것을 안 뒤에 나는 오히려 태백의 이 시가 더 좋아졌고, <마음대로>가 더 좋아졌고, 여유의 진리에 대한 지혜를 더 함축 있게 느낄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