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의 말들. 윤성근. 229쪽.

“다 똑같이 생긴 것 같지만 그 많은 책이 서로 흉내 내지 않고 모두 다른 내용을 담고 있거든. 멋지지 않니?”
서점은 아주 묘한 장소다…서점은 온갖 것을 다 품고 있는 장소다. 서점의 말들, 서점이 들려주는 소리에 가만히 귀 기울이면 서점은 그 모든 이야기들을 하나씩 꺼내 놓는다.
서점이란 무언가를 ‘사러’ 가는 곳이라기보다 그 무언가를 ‘만나러’ 가는 곳이라 해야 옳다.
책을 사는 게 아니라 만나는 곳. 서점에서 만난 책을 통해 우리는 그 책을 쓴 저자, 즉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을 통해 또 다른 사람과 연결된다. 서점은 그렇게 우연한 만남과 필연적인 마주침이 이어지는 커다란 미로와 같다.

서점은 확실히 여느 상점과는 결이 다르다. 돈 내고 물건을 사는 것은 같지만 그것을 소유하려고 서점에 오는 사람은 아직 초보다. 영원히 소유할 수 없는 기묘한 물건을 마주하고 그 안으로 들어가려는 사람의 눈빛은 선하고 아름답다. 그는 서점에 와서 책을 사지 않는다. 책을 만난다…서점은 소유로부터 자유로운 멋진 장소가 된다.
어렸을 때는 그 비슷해 보이는 책방들이 문을 열고 들어가 보면 모두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은 반대다. 모두 다르게 개성을 뽐낸다고 생각했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 보면 어딘지 모르게 비슷한 구석이 많다. 개성시대라고 하지만 그 개성이라는 것이 어떤 범주 안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은 인상을 받는다.
사실 서점의 일은 이 ‘기다린다’는 말에 응축되어 있습니다. 기다림.나는 그것을 아주 귀한 삶의 선물이라 믿는다.
언제나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문을 열어 두고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어떤 사람을 기다리는 것이야말로 서점이 할 일이다. 나는 이렇게 서점의 일을 함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기다림의 소중한 가치를 전할 것이다.
사람들은 너무 오래 도시의 소음에 노출된 탓에 건강한 소리를 잃었다.
서점엔 무엇이든 도움이 되는 책이 한 권은 있기 마련이다…내가 그날 권해 준 책은 쇼핑 중독 치료와는 전혀 상관이 없어 보였는데 놀랍게도 그는 거기서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을 찾았다. 아니, 반대로 이 한 문장이 그를 찾아왔다고 해야 옳다.
서점에 가서 기웃거리고 이것저것 둘러보는 일은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는 게 아니다. 진정한 낭비란 오히려 한 서점에 가서, 혹은 인터넷 서점에 접속해서 자기가 찾고 싶은 책만을 사서 그대로 나오는 일이다.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들기 위해…..그런데 이 거리를 직접 오래 걸어 보면 가로수나 화단보다는 길에 촘촘히 늘어선 가게들이 더 중요하게 다가온다…거리엔 서점이 필요하고 서점이야말로 거리를 거리답게 만든다.
서점에서 만나야 할 것은 책뿐만이 아니다. 사람을 만나야 하고 그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와 만나야 한다…생각해 볼 일이다.
우리는 서점에 가서 책을 ‘사는가’, 아니면 책을 ‘만나는가’
내 세계는 종이 위에 있다. 휴대폰이나 태블릿 ‘속’에 있지 않고 종이 ‘위’에 있다. 종이 위 세계는 거대한 왕국이고 그 안에서는 무엇이든 가능하다.
서점이라면 두말할 것도 없다. 여긴 온갖 세상의 집합체다. 나란히 꽂아 둔 책 중에서 한 권을 꺼내기 위해 손가락 한 개를 가볍게 얹는 순간 세계는 순식간에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동한다.
그런 서점 주인이 있었다면…원래 가려던 길이 아니어도 일부러 멀리 골목을 돌아 서점에 꼭 한번 들렀다 갔을 것이다. 서점에 간다는 것은 꼭 책을 사기 위해서만은 아니니까. 책이 있는 분위기와 서점 주인의 독특한 개성,…
진정한 재미는 어떠한 목적도 바라지 않는 지점에서 시작된다.
타인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과 존중은 남을 위한 것이 아니라 결국 자기 자신에게 쌓여서 힘이 될 수 있다.
사람들은 언제나 다양한 문제를 가지고 산다. 나 또한 그렇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우리 책방에도 다양한 문제가 있다. 나는 좀 더 사랑스러운 마음으로 이 문제들을 바라보기로 했다. 그것들을 내 안에서 녹여 낼 수 있을 때까지. 결국 이 모든 일이 내게 앎이 되고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학교에서 배울 수 없었던 것이 하나 있다. 자유다. 학교는 자유를 가르쳐 주지도 않을뿐더러 오히려 그것을 빼앗으려고 했다.
자유는 학습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다. 자유는 아무것도 아닌 것조차 그냥 그대로를 존중하며 사랑해 준다.
왜 삶은 그가 살아 있을 때 조금이라도 명예와 재물을 허락하지 않았을까? 죽은 다음에 얻게 될 명성의 단 1퍼센트 정도만이라도 생전에 주어졌더라면 「모비딕」을 쓴 하먼 멜빌은 세관원이 아니라 전업 작가로 더 많은 작품을 남겼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 반대일까?
책도 돈과 마찬가지로 종이 뭉치 아니겠는가. 사실은 돈보다 더 커다란 가치가 담긴 종이다. 나는 거기 숨겨진 것을 끊임없이 찾아내고 싶다. 책 속에 들어 있는 것들은 애써 찾지 않으면 도무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일이 궁리만으로 끝난다면 세상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장지오노#보뮈뉴에서온사람
세상이든 서점이든 살아 움직이는 모든 것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과정뿐인 삶을 산다.과정 자체가 삶이라고 해도 된다.
돈과 상관없이 자유와 평안, 안식을 무한대로 누릴 수 있는 곳, 이런 우연을 만나는 곳이 서점이다.
“요즘 난 불가능한 일이 일어나게 틈을 좀 더 만들려고 하고 있어.” #틈#애나제임스#페이지스서점
진정한 독서가란 어떤 사람들인가? 이들은 앎을 부정하기 때문에 오히려 아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운 생활을 누린다. ‘아는 것을 부정한다’는 말은 ‘모른다’는 게 아니다. 어제까지의 앎을 가지고 오늘을 살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읽고, 그냥 읽는 게 아니라 자주, 그리고 반복해서 읽는다.
역병처럼 퍼져서 세상 곳곳에 손쓸 수 없이 창궐해야 한다. 서점의 중요한 기능이 바로 여기에 있다. 사람들을 사유로 오염시키는 것, 생각을 멈추지 않게 하는 것, 세상이 절대 병들지 않았다고 선전하는 무리에게 끊임없이 대항하는 것. 그들에게 서점의 창궐은 지독한 역병일 것이다.
이 세상에 큰 족적을 남긴 훌륭한 인물은…누구라도 할 것 없이 세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본 사람들이라고 대답했다…세상에 대한 불편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바꾸고 싶은 욕망도 있는 것이라고 말이다…다만, 불만을 불만 그대로 내버려 두면 그건 정말 나쁜 것이라고…불만을 느낀다면 그것을 어떻게든 해결해 보려는 노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공부라고.
인간은 누구나 창의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 창의력이라는 것은 모든 것을 손에 쥐고 있을 때 발휘되지 않는다. #창의력#이상한나라의헌책방
책이란 옆집에 숨겨 놓은 장전된 권총이야.
「화씨 451」책은 사람을 생각하게 만들고 생각은 몰래 숨겨 놓은 권총처럼 세상을 위협하고 해를 끼친다는 것이 이 세계의 기본 원리다.
모든 살아 움직이는 것에 완성이란 있을 수 없다. 서점도 살아 있다. 움직인다. 움직인다는 말은 이곳에서 저곳으로의 이동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 안에서 사람이 움직이고 생각이 움직인다. #와비사비
책은 저마다 고유한 소리를 갖고 있다.
서점은 그렇게 태어난 책들을 모아 놓은 곳이다. 이 소리는 여간해서는 들을 수 없고, 책이 어떤 소리를 내는지 상상할 때 비로소 들려오기 시작한다. 상상하지 못하면 책의 이야기를 들을 수도, 책에 들어 있는 글자를 읽을 수도 없다. 상상하지 못하는 독자에게 책은 그저 두껍고 무거운 사물에 지나지 않는다….일부러 귀 기울일 필요는 없다. 상상할 수만 있다면 책이 부르는 소리가 저절로 들릴 테니까.
아무런 목적도 없이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즐거움인지!
아무 목적 없이 시간을 보내거나 온종일 딱히 한 일이 없으면 우리는 불안하다. 현대인은 목적에 갇힌 수감자다.그러나 아무런 목적이 없다는 것은 사실 가장 큰 목적을 가진 것이기도 하다. 바로 ‘즐거움’이다.
밤늦게…몇 시간 동안이나. 그 다음 종착역은 서점이다. 이 서점은 밤늦게까지 문을 여는 음반 상점보다 더 늦게까지 영업을 하고 있다. 왜일까? 서점이기 때문이다. 목적 없음의 즐거움을 알고 아무 목적도 없이 온종일 돌아다닌 사람에게는 아무런 목적 없는 사람을 반겨 주는 장소가 필요하다. 그곳이 바로 서점이다.
목적지를 향해 빠른 속도로 직선의 길을 지나가는 바쁜 사람의 눈에는 풍경이 없다.#파리를생각한다#정수복
세상 모든 책은 저마다의 과정을 품고 있는 작은 오솔길이다.
누군가 3분을 내서 내 음악을 듣고 그걸 기억했다가 다시 한 번 더 듣는다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이다. #아무튼기타#이기용#허클베리핀
그러나 이보다 더 큰 기적이 있으니, 음악보다는 책이다. 밴드의 음악을 듣는 3분과 비교하면 책을 읽는 시간은 영겁에 가깝게 느껴진다.
서점은 앨리스가 말하는 흰 토끼를 따라 들어갔다가 밑으로 쑥 빠져버린 이상한 나라다. 그곳에 들어온 사람에게는 별처럼 쏟아지는 멋진 모험을 즐길 행운이 기다리고 있다. #황야의헌책방#이상한나라의헌책방
식물과 책은 인간을 생각하게 만든다. 생각이 많으면 삶이 불편하다. 단순한 생각을 가진 사람일수록 편하게 산다. 위대한 철학자나 예술가들이 모두 불편한 삶을 살았던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불편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게 책이며 책의 역할이고 책방은 그런 불편한 물건들로 가득한 공간이다.카프카의 말대로 책은 우리를 기분 좋게 만드는 솜사탕이기보다는 머리를 후려치는 도끼가 되어야 한다.
전자책은 종이책을 결코 대체할 수 없다. 대체라는 말을 쓰기에 둘은 너무도 다르다. 아니 과연 무엇이 책과 책방을 대체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읽게 될 그대는 당첨되지 못한 자이다. 그대, 행운아여! #요슈타인가아더#오렌지소녀
복권 명당을 찾아간들 나에게 1등 당첨의 기회가 올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대형 서점이 뽑은 ‘올해 최고의 책’을 읽고 실망하기보다 가까운 서점에서 자기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을 발견하는 것이 더 큰 기쁨일 것이다. 누가 알겠는가? 그렇게 발견한 책이 인생 최고의 책이 될지
모든 것은 사람으로부터 시작되고 그 끝에도 역시 사람이 있다. #사람이온다는건실은어마어마한일이다
‘장소’는 기억으로 만들어진 공간이다.
상점들은 주인을 바꾼다. 그런 것이 장사다. 우리는 결국 어떤 것들이 차지하고 있던 정확한 장소를 더 이상 잘 알지 못하게 되고 만다.

들에 핀 꽃은 어느 것이라도 특별하다. 그러나 그 특별한 꽃들이 모두 새로 핀 것은 아니다…그 꽃들이 새로운 꽃이라 불릴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피고 또 진다. 자기들은 애초에 새로움이라는 말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듯이.특별하지 않지만 흔하고 꾸준햐지기 위해 이 작은 챗방에서 오늘도 읽고 쓰고 생각을 이어간다.
나에게는 현실적인 일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보다 머리로 상상하던 걸 실제로 해 보는 것이 더 쉽고 재미있다. 서점도 그 결과다. #상상#이상한나라의헌책방
서점이 들려준 말이다. 동시에 어떤 서점이 꼭 하고 싶었던 말이며 서점의 진짜 주인, 바로 독자들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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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의 표면 저편에는 이쪽 세계보다 훨씬 더 인생다운 세계가 있다’, ‘보이지 않기에 상상할 수 있고, 머릿속으로 만들어 낸 세계는 대낮의 비참함에 감히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는 ‘이상한나라헌책방’ 책방지기 저자의 말처럼 수많은 책에 담긴 아름다운 말들이 모여있는 서점, 상상할 수만 있다면 누구나 들을 수 있다는 ‘서점의 말들’이 책방지기의 독서노트를 통해서 멀리까지 들려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