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면 지금 필요한 옛 농사 이야기. 전희식. 223쪽
사람 땅 작물 모두 돌보는 전통 농사살림
옛 농사에서 말하는 종자 소독은 요즘과는 차원이 전혀 다르다. 종자가 외부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에 오염되는 것을 막기 위한 소독이 아니었다. 천지 만물의 기운이 씨앗에 스미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지구 온난화. 사람의 체온이 2~3도 높아지면 어떻게 되겠는가. 빨리 조처를 취하지 않으면 죽는다. 지구온난화를 별 게 아니라고 여기고 단지 열대성 작물을 갖다 키우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생명권에 참으로 무지한 처사다.
보리밭 밟기. 새벽녘 추위에 땅이 얼면서 지표면이 부풀어 오르는 현상인 서릿발 때문이 보리 뿌리가 아래위로 잘리면서 싹이 위로 솟구친다. 그대로 두면 보리가 말라 죽어서 농사를 망친다. 자근자근 밟아주어야 보리 뿌리가 다시 땅속에 박혀 자랄 수 있고 포기도 많이 벌어 풍년이 된다.
비료 때문에 등장한 해충과 농약.옛 농서를 읽다 보면 다양하게 변천해온 농법의 역사는 나오지만 해충 방제법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결론은 간단하다. 옛날에는 해충이 없었고 농장에 해로운 균이 번성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벌레가 극성을 부린다면 전적으로 농부의 책임이다…해충은 무죄다. 작물을 사랑한 죄밖에 없다.
새 한 입 벌레 한 입 사람 한 입? 가장 훌륭한 방제법은 그냥 놔두는 것이다...그냥 놔두고 흙을 잘 돌보면 병충해는 해결된다. 그게 근원적인 해결법이다
사람을 위한 노동음료.우리가 일할 때 뭘 먹고 마시는지 보면 우리가 어떤 사회에 사는지, 노동과 인간의 관계가 어떻게 자리매김했는지 알 수 있다.
집집마다 빚던 막걸리를 시판 음료로 대체.노동의 주체여야 할 인간이 노동의 도구가 되는 현실을 보여준다.
막걸리는 신명을 내는 기능을 한다. 노동과 인간이 하나 되고 일하는 사람끼리도 합심하게 된다. 그러나 요즘 마시는 노동음료는 음식이라기보다 각성제에 가까운 일종의 약물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식물과 땅을 건강하게. 논을 갈지 않는 직파. 직파법은 비밀스러운 원리를 품고 있다. 뿌리 구멍 구조가 생겨서 흙이 숙성된다. 1996년 미국 농무부의 사라 라이트 박사는 ‘글로말린’이라는 강력한 점착성 당단백질을 발견했다. 식물의 성장과 건강에 핵심적인 구실…그러나 이것은 논을 갈면 다 죽어저린다고 한다.
기형 씨앗과 기형 농산물은 기형 음식을 만든다. 종내에는 기형 인간을 만들지도 모른다…유전자조작농산물(GMO)이 그 정점에 있다.
그런데 말이다. 자연의 완충 기능은 이미 바닥을 드러내고 있지 않나 싶다.
도열병. 열이 올라 벼가 발갛게 타 죽는 병. 그런데 귀도 없고 눈도 없는 병균이 어쩨 천둥소리에 도망가겠는가. 시원하게 소나기가 쏟아지면 논의 열기가 내려가면서 도열병 빌병률도 뚝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여름 소낙비는 장골 열 사람이 열흘 풀매는 것만큼이나 소출을 더 나게 한다는 말이 있다.
4천년의 농부. 지속가능한 아시아 농사법.중국과 한국, 일본은 오래전부터 영구적인 농업을 써왔다. 이제 우리를 비롯한 다른 나라들이 이들의 경험을 활용해 더 진전된 기술을 개발해야 할 때다…이들 나라는 서구의 나라가 곰곰히 생각해봄직한 중요한 원칙을 실천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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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지금 필요한 ‘오래된 미래’ 같은 옛농사이야기들. 더 늦기전에 한시라도 빨리 ‘생명살림’의 농사가 되살아나야 할 때가 아닌가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