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이 뭔데. 잔우익. 140쪽

나무를 키우고 모종을 캐어 파는 일을 하면서도 사람 됨됨이가 이루어지는데,… 와쟁이는 기와로 먹고 사는데 조각난 기와도 아껴 써야 진짜 와쟁이지 멀쩡한 기와 박살 내는 게 무슨 와쟁이겠어요?
“내가 명주실이라면 그대 신발이 되어 맨발에 찰싹 붙어 함께 다니고 싶다.”
누군가의 글을 평가하려면 그가 쓴 글을 다 읽고, 그의 전인격과 그가 살았던 세상까지 살펴야 한다. #도연명 #노신
고궁지절. 고궁은 곤궁을 끝끝내 지킨다는 뜻. 곤궁한 걸 당연하게 알고 견디며, 쓸쓸함과 외로움도 끝끝내 지킨다. #도연명
전원시는 도연명 이전에는 없었다. 그 옛날 시인은 농촌 생활이나 노동 과정을 시에 담지 않았다. 농사꾼의 말이 시라는 고상한 자리에 오를 수 없다는 오랜 편견이 판치는 세상이었다.
그가 처음으로 말글로 시를 쓰기 시작했다. #도연명
엄나무.엉뚱한 데서 납니다. 보통은 큰 나무에서 떨어진 씨가 싹터 나는데 엄나무 씨는 단단해서 그냥 땅에 떨어진 건 싹트지 못한대요. 새가 먹은 다음 배설한 게 땅에 떨어진 것만이 싹트니 엉뚱한 데서 난데요. #엄나무
쟁이가 “뭐 할 일 없어요?” 물어선 안 된다.할 일을 찾아 아무 말 말고 해. #쟁이
인생이란 답이 많고 많은데, 딱 한 가지 답을 요구하는 교육과 세상, 소름이 끼친다. #교육
딴 사람과 비교하지 말라. 그의 능력과 그가 한 일을 비교해라. 그러면 칭찬할 수 있다.
목수가 본 자연과 건축. 책과 지식을 지나치게 가지면 가장소중한 자연이나 자신의 삶을 모르게 되니까 지식을 탐내지 말래요.
자연은 서두르지 않으며 지름길도 없어서 봄에 씨 뿌려 가을에 거두는데, 인간이 아무리 다그치고 방정을 떨어도 자연의 흐름은 빨라지지도 않고, 서두르면 벼는 여물지 못하고 나무는 자라지 못할 거라 합니다.
옛날엔 목수도 농사를 지었는데, 그게 이상적인 모습이라 합니다….자칫 다급하다고 돈벌이 길로 들어서면 ‘기다릴 수도’ ‘쉴 수도’ 없게 되고 마침내 ‘빨리빨리’가 되어버린다고 합니다.
이렇게 나무는 자란 방향대로 쓰고 생긴 대로 쓰라는 말이 무시된 건 기술이 발전한 탓이랍니다. 기술이 자연을 깔아뭉갠 셈이지요. #기술 #진화
가정이란 말이 우리말인지 일본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가정은 집과 뜰(뜰에는 나무와 풀이 있지요)이 어울려 이뤄지지요. 그렇게 원래 사람은 나무와 풀과 함께 살아왔는데 지금은 집만 덩그러니 새웁니다…인간 회복은 가정, 즉 집과 뜰의 회복, 사람과 나무와 풀이 함께 사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발바닥으로 삽시다. 맨발로 흙길, 나무 마루, 철판, 아스팔트, 돌길을 걸어봐요. 딱 한 가지 길을 고르라면 어떤 길을 고르겠어요?
몸과 마음이 어긋날 때가 있는데 그건 욕심(마음) 탓 같아요 몸은 욕심 내지 않아요…마음대로 살지 말고 몸대로 삽시다.
암수 덩궈 밴 송아지와 인공 수정으로 생긴 송아지 어느 쪽이 천지 조화에 맞을까요? 과학이란 괴물은 인공 수정이 우수한 송아질 낳는다 합니다. 낫다 편리하단 게 얼마나 무섭고 비생명적인지를 말해 줍니다. 동물에 대한 인간의 폭력과 죄악이 과학이란 이름으로 미화됩니다. #과학
지금 도시에 사시는 귀한 분들, 1년에 몇 번쯤 흙 만져 보고 맨발로 흙 밟아 보시나요?
편리하다는 건 빼앗기는 건데 스스로의 힘으로 살자 하면서 철저히 남의 힘으로 살아가요. 전엔 부득이해야 탔지요. 다 걸어 다녔지요. 이젠 부득이해야 걷습니다. 세상이 이렇게 바뀌었는데 진보가 아닌 후퇴고 퇴화라고 여겨집니다. 많이 걸을 수밖에 없는 곳이 살기 좋은 곳입니다. #편리 #진보 #흙
“예술이란 알고 보면 아무것도 아니다. 배가 고프면 밥 먹는 것 같은 다반사에 불과하다. 식탁에서 어떤 태도로 어떻게 밥술을 움직이느냐 하는 것이 곧 예술 창작의 이론과 실제다…모든 위대한 예술은 결국 완성된 인격일 수밖에 없다. 인간이 되기 전에 예술이 나올 수 없다.”
제 생각인데요. 가장 기본이 되는 교과서는 선생님입니다. 인쇄된 교과설 말로 가르치는 거 별 효과 없어요. 살아움직이는 선생님의 일거수일투족이 학생들한테 영향을 줍니다…
별것 아닌 것 같은데 사람 판단이 납니다. #교육
“아껴라” 어릴 적 할매 할배 부모님 하시던 말씀. 알뜰살뜰히 사시면서 그 말씀을 하셨습니다. “벌어라”는 말 들어본 적 없습니다 그래서요, 지금도 벌 준 모르고 아끼는 덴 이력 났습니다.
계몽자가 계몽에 성공하면 피계몽자한테 궁지로 몰리고 마침내 죽게 된다. 계몽이란 고맙긴 하되 난감한 거다. #노신 #기사
자승자박? 지금은 묶인 사실조차 모르고 자유를 구가한다고 착각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 만든 사슬로 칭칭 동이고 있습니다. 자승자박이란 말 괜한 말장난이 아니고 안타까운 현실 잘 표현한 거지요.
지금 정말 많은 사람이 밤과 고요를 빼앗기고 고달프게 살고 있어요. 그것도 돈 받고가 아니고 돈 주고요. #밤 #고요 #문명
책은 덜 읽고 산과 풀, 나물 보고 배워요. 바라보는 견학, 뜻을 새기려 하지 마시고, 낯을 익히고 친해지소. 친하려면 이름을 알아야지요. 이름 불러 주면 금방 친해져요. 친하면 서로 아끼게 되죠. 사람 친구에 나무 친구까지 생기면 더 풍성한 삶이 되지요. #자연 #이름
책상 하면 네모 반둣한 것, 그런 거만 봤고 만들었어요…그런데 나무는 곧게만 자라질 않아요. 굽은 나무가 더 멋있고 마음이 편해요….바르고 반듯하게는 유교 교리도 같고, 굽고 휘감고 굽이치는 건 노장 사상 같은데, 유교 일색이 세상을 살풍경하게 만든 것 같아요…우리 명인전 보면 학자(그것도 유교) 일색입니다. ‘사’뿐이에요. 농•공•상은 없어요…자연계에는 수많은 색깔이 있는데, 오직 한 색깔만 고집하는 반자연이 어떻게 꽃피고 풍성할 수 있겠어요?

“껍데기는 가라!”고 외친 어느 시인의 말은 바꾸어야 한다.
사특하고 비정한 금속성 알맹이 대신 순수하고 다정한 식물성 껍데기로 살아가는 이. 한때 우익이 아닌 좌익에 섰다가 고초를 겪었지만 지금은 싱겁게 이쪽저쪽 서지 않고 참되게 삼라만상 쪽에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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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제자리를 온전히 지키고 나무 같은 삶을 살다간 ‘진정한 노인’ 전우식 선생님의 말씀들. 이미 한참을 지난 말씀들이지만 지금 찬찬히 새겨들어봐도 귀에 쏙쏙 들어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