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을 일깨우는 시골살이. 전희식. 247쪽
‘시골에서 농사지으며 살까?’ 농부 전희식의 귀농귀촌 길잡이
사람 사는 이치라는 게 꽤나 복잡한 거 같지만 물리만 트면 그리 어렵지 않으리라. 이 책을 바로 그 간단하면서 기본이 되는 경험과 지혜를 들려준다. 시골살이의 고민들에 대한 지은이의 생각은 근본을 따른다. 잔머리 굴릴 필요가 없다. 그저 우리 몸을 믿고 부딪다 보면 자연스레 다 해결되는 지점이란다.
빈집살이. 시골집 짓기, 죄를 짓지 않는다? 도시와는 비교도 안되지만 시골에서도 알게 모르게 짓는 죄가 참 많습니다. 집 짓느라 짓는 죄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다고…얼마나 많은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내는지, 얼마나 많은 폐기물을 만들어내는지, 얼마나 많이 자연을 훼손하는지를 알게 됩니다.
뒷간이 멀리 있다는 건 대단히 중요한 생태 주택의 기본입니다. 생태적 삶은 기꺼이 감수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그 불편함은 주변 삼라만상과 함께건강한 삶을 보장합니다.
비닐집 농사! 이것만큼은 절대 안 해야 진정한 농부려니 하는 고집이 있습니다. 비닐집 농사 시작한 사람들 보면 밤낮이 따로 없고 농한기, 농번기도 없습니다. 늘 종종거리며 정신없이 일하고 삽니다. 돈을 버는 만큼 많이 씁니다.

대상에 집중하여 일체가 되는 것? 일이면 일, 사람이면 사람, 사물이면 사물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지극한 마음으로 다가서는 것…잎이면 잎, 뿌리면 뿌리가 서로 다 다릅니다…이런 것이 눈에 보여야 합니다…하나하나 특색이 손에 잡혀야 합니다. 그래야 일이 즐겁습니다.

돈을 어떻게 벌 것인가 생각하기 전에 돈이 안 드는 생활을 먼저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 밥상은 자기가 차리는 것이 좋습니다. 각종 식중독 사고와 불량 발암물질 음식에 대한 논란은 우리 밥상이 자급식에서 너무도 멀리 떨어진 데서부터 생긴 일이라 하겠습니다.
자급식 능력을 갖추는 것, 소중한 교육입니다.

모든 존재는 형상 없음으로부터 시작되어 존재의 적극적 표현이 물질을 구성하고, 소극적 표현은 형상 없음에 머문다는 해월 선생의 가르침을 굳게 믿고 있는 저로서는…
농민이 사라졌다.
농사와 농업, 농민과 농업경영인은 다르다. 농민이 사라진 자리에 농업인이 등장했습니다. 최근에는 농업경영인이라고. 농업인과 농민은 다릅니다…사적 이익을 최대화하는 것이 삶의 가장 큰 목표인 사업주에 불과합니다.

농사는 더 이상 천하의 근본도 아닙니다. 오직 기술의 문제이고 화학실 과학의 문제로 전락했습니다. 토지와 사람은 생산비를 구성하는 요소에 불과합니다. 이것이 한국 농업의 적나라한 현주소입니다. 농민이 사라진 것입니다.

해답은 끝내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농사가 다원적 가치를 실현하면서 지구를 살리기는커녕 지구환경 파괴의 주범이 되어 버린 현실입니다. 그래서 자연농법이 등장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재생에너지 개발’보다 ‘절약’이고 ‘몸 에너지’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모든 에너지원은 한정되어 있고 이용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발샹시키지만 몸 에너지는 사용할수록 에너지원이 커지는 기이한 특징이 있습니다. 쓸수록 건강을 얻는 점도 몸 에너지의 중요한 특징입니다. 물론 적정 수준이 있지만.
봄과 여름이 탄생과 성장의 시기이고 가을이 겉으로 여무는 시기라면, 겨울은 안으로 여무는 시기입니다..겨우 살아내라고 겨우살이라 하나 봅니다. 겨울이라는 말의 어원도 ‘가만히 집 안에 있는 때’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농부들은 겨울에 뭐 하고 살까요? 돈 벌고 삽니다. 천지운행은커녕 날씨도 개의치 않고 돈벌이하고 삽니다…농한기라는 말이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빨리 벗어나야 할 삶의 방식입니다.
벼 베기 첫날, 그들의 절규
우리는 논에 물을 대서 키우는 작물이야. 그런데 9층, 10층 서랍장 같은 컨테이너에 얹혀서 허공에 뜬 채 안개비처럼 뿌려대는 비료 물을 먹고 크니 병에 안 걸리겠어? 도열병에 백엽고병, 잎집무늬마름병, 비닐집 속에 가둬놓고 햇볕 한 줄기 구경도 못 하고 밤낮으로 비료 물만 뿌려대니 온몸에 병을 키우지, 병을 키워.
사람이 다니지 않으면 길도 없어지듯이 사람이 찾지 않으니 자연도 싸리나무를 더는 만들지 않나 봅니다.
환경파괴는 산과 강, 공기나 지하수를 해치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의 얼과 넋을 잃는 것과 맥이 같은 것이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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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로 먹고 살지? 그런 걱정부터 버리자”, “벌이를 포기하니 살아갈 방도가 생기더라”는 말처럼 비움으로써 삶을 채워가는 시골살이의 모습을 담은 책. ‘Less is More!’,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 홀어머니 모시며 실천하는 해월 선생님의 ‘모심’의 정신,….오랜 지혜들이 담긴 시골살이를 글로 담아낸 따뜻한 책입니다.